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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우리 Jan 20. 2023

손흥민을 보기 위해 런던에 올 필요는 없다

London Life

손흥민을 보러 런던에 올 필요는 없다

  

  

손흥민의 약점은 수비에 있다. 오늘도 토트넘 수비라인은 왼쪽에서 뚫렸는데 손흥민과 페리시치가 있는 쪽이다. 손흥민은 수비를 하면서 공격을 막거나 공을 뺐는 경우가 거의 없다. 수비에서 그는 흐느적거린다. 손흥민은 자신을 수비 보조로 인식하고 있다. EPL의 공격수는 자신을 수비수로 인식해야 하며, 수비 보조로 인식해서는 안된다.


손흥민의 다른 약점은 몸싸움에 있다. 몸싸움을 피한다. 해도 승산이 없다고 스스로 생각한다. 경합 상황에서 손흥민이 볼을 가져오는 경우는 드물다.


손흥민은 자신에게 오는 공을 트래핑으로 발 밑에 떨어트리는 것을 생각만큼 잘하지 못한다. 아마존 다큐멘터리에서 손흥민이 동료들과 볼 트래핑 시합을 하는데, 지는 장면이 나온다. 손흥민은 자신에게 날라 오는 공을 튕겨 내는 경우가 많다.


손흥민은 수비 중에, 경합 중에, 공격 중에, 그러니까 거의 모든 상황에서 볼을 획득하거나 유지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흥민은 훌륭한 선수다. 스피드가 있고, 골 결정력이 좋기 때문이다. 손흥민은 스피드로 빈 공간을 찾아 들어가 공을 받는다. 얼마 전에 있었던 아스톤 빌라와의 경기에서 손흥민과 애쉴리 영이 공을 향해 뛰어갔다. 손흥민은 공격방향으로 달리고 애쉴리 영은 돌아서 달리는데도 손흥민은 애쉴리 영의 스피드에 미치지 못했다. 애쉴리 영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박지성과 같이 뛰었던 선수다. 노장 중 노장이다.


양 발을 잘 쓰는 것은 손흥민의 장점이다. 일대일 찬스에 강한 이유는 양 발을 편하게 쓰기 때문이다. 공의 진행 방향과 골키퍼 움직임에 따라 유리한 발로 결정지을 수 있다. 스피드 저하로 공간을 파고드는 기회가 창출되지 않으면, 일대일 찬스 능력은 빛을 발할 수가 없다.


손흥민은 점프력이 약하고 헤딩이 약하기 때문에 세트피스 수비에서 팀 공헌도가 없다. 공격 세트피스에서 손흥민의 크로스는 리그 중하위권 팀의 킥커 수준이다. 리그 최하위인 사우스햄튼의 워드프로스는 모든 크로스를 위협적으로 날린다. 토트넘의 문제는 손흥민보다 크로스를 잘 올리는 선수가 없다는 것이다.


손흥민의 갑작스러운 기량 저하는 설명하기 어렵다. 그 이유를 두 가지로 추정할 수 있다. 하나는 누적된 피로다. 손흥민은 리그 선수 중에 가장 많은 거리를 비행하는 선수다. 손흥민은 지나치게 자주 한국에 간다. 경기 이외에도 많은 활동이 있고, 광고도 찍는다. 월드컵 때 여러 나라에서 축구를 봤고, 여러 나라의 광고를 보았다. 우리나라처럼 한 선수만 광고에 나오는 나라는 없다. 전 세계 어느 티브이를 봐도 한 선수만 광고를 찍은 나라는 없다. 손흥민은 피곤하다.



손흥민이 가지는 팀 내 위상이 올해 들어 크게 높아졌다. 지난해에 득점왕을 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시즌 전에 토트넘이 한국을 방문했는데, 토트넘은 한국 토트넘 팬의 열성에 놀랐다. 런던에서 가장 많은 팬을 가진 팀이 토트넘이지만, 토트넘 팬은 영국보다 한국에 더 많다고 한다. 말로만 듣던 손흥민의 상품가치에 토트넘은 크게 놀랐다. 이 지점에서 손흥민의 어깨가 상당히 올라갔다.


손흥민은 아스턴 빌라와 아스널 전 이후에 벤치로 물러났어야 했다. 하지만 손흥민이 맨체스터 시티 전에서 강한 모습을 보였기에 오늘 경기까지 선발로 나섰다. 손흥민은 또 한 번 존재감 없는 플레이를 보였다.


다음 경기부터 손흥민은 벤치에서 출발할 것이다. 상대 수비진이 힘이 빠진 경기 막판에 투입된다면 준수한 활약을 펼칠 수도 있다.


한국 뉴스에서는 클릭수를 높이지 위해 레알 마드리드나 리버풀의 관심에 대한 기사가 나오지만, 그것은 가능하지 않다. 손흥민은 주전을 보장받기 위해 EPL하위권 팀으로 옮겨야 할까? EPL 하위권 팀은 체력, 몸싸움, 롱볼 위주의 경기를 한다. 몸싸움에서 약한 손흥민이나 이강인은 EPL 하위권 팀과 어울리지 않는다.


손흥민은 런던의 자존심(Pride of London)이었다. 그가 돌아와 주길 바란다. 로저 페더러, 라파엘 나달, 조코비치는 모두 몇 번의 에이징 커브를 극복하고 다시 돌아와 정상에 섰다. 엔디 머레이도 엉덩이에 철심을 심고 돌아와 예상치 못한 투혼을 보여주고 있다. 손흥민도 그럴 수 있다. 그때 우리는 더욱 열광할 것이다.


그러지 못하더라도 괜찮다. 지금껏 충분히 잘해줬기 때문이다. 일주일에 한두 번 있는 경기는 우리에게 기쁨 자체였다. 우리는 큰 빚을 그에게 지고 있다.


손흥민을 보기 위해 런던에 오는 사람도 이제 점차 줄어들 것이다. 나도 손님을 덜 맞이하게 될 것이다. 어쩌면 다음 시즌에는 토트넘 멤버십을 사지 않을 수도 있다.


어차피 벤치라면 토트넘 벤치보다는 아스널이나 첼시 벤치가 더 나을 것도 같다. 그래야 우리가 스트레스를 덜 받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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