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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우리 Jan 23. 2023

골프, 언제라도 아름다운 도전…

London Life

골프, 언제라도 아름다운 도전…

  

  

잔뜩 기대를 하고 세계 TOP 100 골프코스에 가서는 실망하는 분이 있습니다. 그분에게 골프장은 특별한 코스 디자인, 아름다운 조경과 호화로운 클럽하우스입니다.


골프코스를 평가하는 사람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자연미입니다. 얼마나 아름다운가라는 의미의 자연미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어떻게 살렸느냐는 의미의 자연미입니다. 숲을 깎아서 만든 골프장은 높은 점수를 받기가 어렵습니다. 인위적으로 만든 아일랜드 그린과 다른 대륙에서 가져온 검은 모래로 채워진 벙커는 촌스러울 뿐입니다.


골프는 자연과의 만남이고, 자연과의 경쟁입니다. 경쟁 환경은 코스 디자이너나 그린 키퍼에 의해 조정되지만, 기본적인 세팅은 자연이 합니다. 코스 디자이너와 그린 키퍼는 거들 뿐입니다.


골퍼는 온도와 바람을, 비와 눈을 탓하지 않습니다. 모든 환경에서 즐길 수 있어 좋은 것이 골프입니다. 골퍼는 골프를 통해 환경을 탓하지 않는 자세를 배웁니다.



어제는 꽁꽁 얼어버린 코스에서 골프를 쳤습니다. 드라이버 비거리는 언 땅에 튕기면서 400 야드도 가더라고요. 100 야드에서 날린 세컨드 샷은 깃대 앞에 떨어져서 바운스 된 후에 그린 밖으로 30 야드를 넘어가더라고요. 벙커로 날아간 공이 벙커를 맞고 그린 위에 안착하기도 하더라고요. 얼음 슬러쉬 때문에 롱퍼팅을 하면 골프공이 테니스공 만해지더라고요.


그런 상황에서 버디도 나오고, 벙커 세이브도 되고, 백스핀도 되더라고요. 얼어붙은 연못 위에서 아이언을 칠 수도 있더라고요. 넘어질 수도 있고 얼음이 깨질 수 있다는 불안감에 샷은 잘되지 않더라고요. 호수가 얼면 이곳에 살던 오리는 어디에 가냐는 유명한 의문도 떠오르더라고요.


올해는 더 유명한 곳이 아니라 더 자연미가 있는 곳, 더 좋은 동반자가 있는 곳이 아니라 더 도전적인 곳을 찾아볼까 합니다. 한 번을 치더라도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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