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장이 없다는 것은 환상적이다
London Life
주차장이 없다는 것은 환상적이다
첼시와 토트넘 경기를 보러 가려니 막내가 따라나섰다. 지금껏 한 번도 축구를 직관하지 않은 귀한 몸이다. 따라나선다면 반가운 일이다. 표는 한 장이지만, 암표를 사면 된다. 처음으로 차를 타고 가보기로 했다. 토트넘 구장에 주차장은 없다. 차를 어디에 주차해야 할까?
첫째, 주차장이 없다는 것은 스타디움이 주택가와 면해 있다는 의미다. 인접성으로 인해 스타디움은 동네 사랑방이 되고, 펍이 되며, 마을회관이 되고, 피트니스 센터가 되며, 문화 센터가 되고, 백신 센터가 된다.
둘째, 주차장이 없다는 것은 상권이 발달한다는 의미다. 축구팬은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경기장 근처에는 여러 전철과 지하철 역이 있다. 가까운 곳은 걸어서 10분, 가장 많은 축구팬이 이용하는 세븐 시스터스 역은 걸어서 30분이다. 일주일에 두세 번 8만 명이 걸어서 움직이는 상권을 생각해 보라. 지역 발전이다.
셋째, 주차장이 없다는 것은 대중교통이 발달한다는 의미다. 영국 대중교통수단이 좋다고 말할 수는 없다. 낡은 지하철과 좁은 도로와 빈번한 파업 때문이다. 그래도 이나마 유지되는 것은 축구장과 같은 대형시설이 주차장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넷째, 주차장이 없다는 것은 동네 사람이 돈을 벌 수 있다는 의미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차를 가져와야 하는 사람이 있다. 그들은 스타디움 주변의 주차장을 미리 예약한다. 어느 주민은 자신의 주차장을 대여해 일 년에 2000파운드를 번다. 오늘 나도 주택가 주변의 주차장 하나를 대여했다. 위치에 따라 몇 시간 주차하는 데에 20파운드에서 100파운드까지 들어간다.
다섯째, 주차장이 없다는 것은 건축경비의 절감을 의미한다. 도심에서 주차 공간을 확보하는 것은 힘든 일이다. 구단은 축구장만 지으면 되기에 주차장 부지 확보를 위한 비용을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
대학 수업 때 P교수는 도시 교통 체증을 줄이기 위해서는 길을 좁히고 주차장을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수업을 듣는 우리는 실소를 터트렸지만, 사실 교수님 말이 맞았다.
나는 손흥민 팬이고, 우리 막내는 메이슨 마운트 팬이다. 둘은 모두 후반에 교체로 나왔다. 몸을 푸는 손흥민은 멀리서도 슬퍼 보였다. 교체로 나오면서도 경기 후 인사하면서도 기분이 좋아 보이지 않았다. 손흥민은 짧은 인사 후에 누구보다 먼저 경기장을 떠났다. 그러면서도 유니폼을 벗어 팬에게 주는 것은 잊지 않았다.
환상적인 손흥민의 폼이 부활하길 기대한다. 막내에게 오늘은 환상적인 경험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