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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우리 Mar 08. 2023

이주민의 운명과 멋진 신세계

London Life

이주민의 운명과 멋진 신세계

  

  

60~70년대 미국으로 불법이민을 간 한국인이 미국사회 발전에 기여했을까? 아니면 발전을 저해했을까? 2만% 확신에 찬 대답은 ‘전자다.’ 물론 극소수가 범죄를 저지르거나 매매춘을 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으로 오는 이민자는 한국사회에 기여할까? 저해할까? 높은 확률로 기여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큐가든 옆에 있는 로열 미드 서레이에서 골프를 치다 보면, 히드로 공항으로 착륙하는 비행기 행렬을 볼 수 있다. 50초 간격으로 줄줄이 들어선다. 하늘을 빙빙 돌다가 순서를 받아 고도를 낮추고 히드로에 접근한다. 랜딩 기어를 내리기 직전이다.


랜딩기어를 내리는 상공의 어느 마을에는 하늘에서 시신이 떨어지는 공포가 있다고 한다. 랜딩기어를 내릴 때, 그곳에 몰래 숨어 있던 불법입국자가 동사한 채로 하늘에서 떨어진단다.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작은 배로 도버해협을 건너오는 불법 이민자로 영국은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해에 45,700명이 조각배를 타고 해협을 건넜다. 올해는 지난해 이맘때보다 두 배 가량 많은 숫자가 넘어오고 있다. 오늘 눈이 왔다. 추운 겨울에 작은 배로 해협을 건너는 것은 목숨을 거는 일이다.


지금까지 해협을 건넌 사람은 어떻게든 영국이 수용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런 증가추세가 지속된다면, 큰 문제라는 것이 영국 정부의 판단이다. 그래서 영국 정부는 불법적으로 해협을 건넌 사람을 르완다로 보낸다는 계획을 지난해 발표했다.



르완다? 영국과 무슨 관계가 있는지 찾아보았지만, 별 관계는 없어 보인다. 축구팀 아스널이 ‘르완다를 돕자‘는 마크를 유니폼에 단 적은 있다. 르완다는 영국 식민지도 아니었고, 벨기에 식민지였다. 일인당 GDP가 1천 불도 안 되는 최빈국 중 하나다. 목숨 걸고 넘어온 사람을 르완다로 보낸다? 영국 시민단체의 반발이 거셌다. 반발로 인해 계획은 실행에 옮겨지지 못했지만, 급증하는 추세에 겁을 먹은 영국은 다시 르완다 프로젝트를 가동하려고 한다.


영국은 르완다에 이미 2,200억 원을 지불했다. 추가로 난민을 르완다로 보내는데 한 명에 2천만 원의 비용이 들 것으로 예상된다. 그냥 보내는 것이 아니라 비행기, 숙박, 음식, 통역, 법률 서비스 등등을 모두 제공하기 때문이다.


인구 6천7백만 명의 영국이 매년 5만 명의 난민을 수용할 수 있을까? 수용할 수 있다고 짐작해 본다. 그들이 영국사회에 기여할까? 나는 기여한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목숨을 걸고 온다. 이곳에서 마약을 하고 범죄를 저지르기 위해 넘어오는 것이 아니다.


저임금에 밤낮으로 일을 할 것이다. 돈을 벌어 본국에 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범죄를 저지르지 않고 잘 살아야 나중에 친인척도 초청할 수 있다. 우리가 60년대 70년대 미국에서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그들의 드림은 범죄가 아니라 ’잘 살아 보자‘는 것이다.


장하준은 책 서문에서 아프리카의 어느 나라가 반도체 최강국이 되는 30년 후를 상상할 수 있을지 묻는다. 독자는 누구나 상상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한국이 그랬다고 해서 아프리카의 어느 나라도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 상상은 틀릴 수도 있고 맞을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 선배세대가 미국에서 한 것과 같은 일은 그것이 한국인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은 아니다. 목숨 걸고 국경을 넘은 사람은 마땅히 잘 되어야 하며, 사회는 그들이 잘 될 수 있게 도와주어야 한다. 그들이 온 땅이 멋진 신세계가 될 수 있도록!


르완다를 무시해서 그러는 것은 아니고, 영국으로 온 사람을 르완다로 보내는 것은 절대로 멋진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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