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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우리 Mar 13. 2023

캘러웨이 그리고 이탈리아

London Life

캘러웨이 그리고 이탈리아

  

  

어제는 주일이었어요. 교회에 가는 저는 주일에는 거의 골프를 치지 않죠. 와이프가 자기 친구의 남편인데, 한 번만 같이 쳐달라고 부탁하길래, 못 이기는 척하고 아침 일곱 시에 나가서 골프를 쳤어요. 집에서 걸어서 오분이면 가는 곳이었지만, 아침부터 일어나기는 힘들더라고요.


얼마 전에 골프 숍에 저렴한 공을 사러 갔는데, 드라이버에 눈길이 가더라고요. 호기심에 물어봤어요. ’저거 얼마예요?‘ ’525파운드요.‘ 그러면서 온갖 호들갑을 떠는 거예요. 영국 사람은 물건을 팔면서 저런 호들갑은 잘 안 떨거든요. 영국 사람은 뭐든지 확신에 차서 말하지 않는 경향이 있어요. 적어도 저는 그렇게 느꼈어요.


영국 사람과 말하고 나면 ‘저 사람은 모르는구나’라는 인상을 받아요. 그러나 사실 그것은 알면서 약간 회의를 섞어 말하는 거예요. I am not sure라는 어감으로 말하죠.


그런데 그 골프숍 점원은 달랐어요. 엑센트로 봤을 때 저는 그 사람이 이탈리아 출신이라고 짐작했어요. 그가 말하길 ‘거의 모든 프로들이 이 드라이버를 써요. 이 것은 대충 쳐도 오로지 똑바로 나가요. 이 드라이버는 훅이나 슬라이스가 없어요. 믿어봐요!’


’말도 안 돼. 내가 골프 경력 올해로 20년인데, 나를 저 말로 현혹할 수 있다고?‘ 그러나 머리는 차가웠지만 심장이 뜨거워지더라고요. 그래서 그 드라이버를 사 왔어요. 결과는 어땠을까요? 진짜예요. 오로지 직진이어요. 가끔 오른쪽으로 가다가도 다시 중간으로 돌아오고, 가끔 왼쪽으로 가다가도 다시 중간으로 들어와요. 오로지 페어웨이에만 떨어져요! 그 채가 궁금하지 않으세요?


Callaway Paradym X예요. 나이를 감안해서 10.5도에 50g짜리요.



이전에는 야마하 인프레스를 썼어요. 캘러웨이에 비하면 야마하는 채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토요일에 가서 동반자들을 혼내주고 왔죠. 그리고 일요일에 이탈리아 친구도 혼내줬죠. 골프는 상대를 혼내주는 경기가 아니에요. 골프는 showing도 아니죠. 내가 얼마나 잘 치는지, 내가 어느 골프장의 멤버인지, 내가 어느 채를 쓰는지, 내가 어떤 옷을 입는지를 보여주는 게임이 아니죠. 골프는 자연과 만나는 방법에 관한 스포츠라고 저는 생각해요.


그런데 이 캘러웨이 드라이버를 치면 러프, 와일드 러프, 벙커, 해저드와 같은 자연은 만날 일이 없어요. 그리고 상대를 혼내 주려고 하지 않아도, 상대는 저절로 혼나게 생겼어요.


골프에서 안 되겠는지 이탈리아인은 골프 이야기 말고, 이탈리아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제가 그 친구에게 물었죠. ‘우리 동네 이탈리아 식당에 가면 직원들이 내 동반 여성의 외모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한다. 이쁘다. 천사 같다. 아름답다. 근데 모두 젊은 여성에게만 그런다. 왜 그런 거지? 그게 이탈리아 남자들의 특성인가? 아이면 그 레스토랑 직원들만 그런가? 영국에서는 여성의 외모에 대해 이야기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나?’


그의 대답은 이랬어요. ‘꼭 그 사람만 그런 것은 아닌 것 같다. 이탈리아 사람은 세 가지에는 진심이다. 와인, 축구와 이것이다.’ ‘그게 뭐야? 그게 여자야?’ ‘아니! 미(beauty)!’ ‘미?‘ ’응! 미! 이쁜 걸 이쁘다. 아름다운 걸 아름답다고 말하지 못하면, 그게 무슨 제대로 된 삶이겠어?‘


’그래? 그럼 오늘 내 스윙은 어땠어?‘ ’스윙? 미, 그 자체였어! 내 스윙은 어땠어?‘ ’파워풀하고 아름답던데!‘ ’그런데 왜 내 공은 네 공처럼 똑바로 안 가지?‘ ’응! 캘러웨이 드라이버를 써봐! 한국 사람은 골프에 진심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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