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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우리 May 22. 2023

 골프 룰로 싸우지 마시고, 전화하세요.

London Life

 골프 룰로 싸우지 마시고, 전화하세요.

  

  

PGA 챔피언쉽 대회가 어제 막을 내렸습니다. 양용은 선수가 타이거 우즈를 물리치고 우승한 대회로 유명하죠. 몇 가지 볼거리가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마이클 블록의 선전입니다.


마이클 블록은 4일 내내 꾸준한 플레이를 보이며 15위를 기록했는데요. 중계를 보는 내내 쇼맨십을 보여 주었습니다. 선수들은 평정심을 유지하기 위해 관중의 반응에 일일이 반응하지 않는데, 이 선수는 행동 하나하나가 처음 골프를 쳐보는 사람 같았어요. 모든 샷과 관중의 반응을 경의롭게 대하더라고요. 알고 봤더니, 그는 45분에 145달러를 받고 캘리포니아 퍼블릭 골프장에서 일하는 레슨 프로였어요.


마지막 라운드에서도 로이 맥길로이와 플레이하면서 유쾌함을 잊지 않았습니다. 15번 홀에서는 로이 맥길로이가 그린을 한참 벗어난 티샷을 한 상황에서 7번 아이언으로 슬램덩크 홀인원을 기록하여 모든 사람의 탄성을 자아내게 했습니다. 슬램덩크 홀인원은 공이 바운드 없이 다이렉트로 홀컵에 빨려 들어가는 것을 말하는데, 제가 2008년에 한 번 했지요.


다른 상황은 16번 홀에서 일어났는데요. 3라운드에서 선두를 달리던 코너스 선수가 페어웨이 벙커에서 친 샷이 벙커 위의 러프 속에 박혀 버린 것입니다. 아마추어 플레이에서도 거의 일어나지 않는 일입니다. 그런데 4라운드에서 한 타 차로 선두를 압박하고 있던 호브란드에게 똑같은 자리에서 똑같은 일이 벌어졌습니다. 세컨드샷을 한 공이 벙커 위 러프에 박혀 사라졌습니다. 확률적으로 대단히 낮은 일의 연속입니다.



R&A와 USGA는 동일한 룰북을 만들어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하는 이유는 ‘골프는 글로벌 게임이기에 전 세계 모든 골퍼가 동일한 룰을 적용하도록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골프는 모든 스포츠를 통틀어 가장 복잡하고 어려운 룰북을 가지고 있습니다. 룩북은 238페이지에 달합니다.


제게는 R&A 소속 골프대회 경기위원 친구가 있습니다. 그분도 경기 때 룰북을 항상 지참하고 있습니다.


과거 R&A 룰북에는 페어웨이라는 단어가 없었습니다. 쓰루더그린(through the green)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여 페어웨이와 러프의 구분이 없었습니다. 예전에는 양과 말, 그리고 오리가 풀을 뜯어먹게 하여 코스를 관리했는데, 페어웨이와 러프의 구분이 있을 수가 없잖아요. 지금도 링크스 골프 중에 많은 곳은 페어웨이와 러프의 구분이 애매합니다. 이제는 쓰루더그린이라는 단어 자체가 어렵고 고풍스러워서, 일반지역(general area)이라는 단어로 바꾸었습니다.


룰북 16.3에는 볼이 일반지역에서 땅에 박힐 경우는 공을 박힌 곳으로부터 꺼내서 칠 수 있게 했습니다. 무벌타 구제를 한 클럽 이내에서 받는 것입니다. 다만 드럽은 박힌 곳과 동일한 상태의 지형이어야 합니다. 문제는 16.3b의 규정입니다.


when the ball is embedded in sand of a part of the geneal area that is not cut to the faiway height or less의 상황에서는 구제받지 못한다는 내용입니다. 이 규정이 일부 골퍼들 사이에서 페어웨이에서만 박힌 공을 꺼내 칠 수 있다는 것으로 오해되고 있습니다.


여전히 R&A 정신이 강하게 남아 있는 골프의 룰북에서는 생각만큼 많이 페어웨이와 러프를 구분하지 않습니다. 공이 땅에 박힌 경우는 과거의 쓰루더그린, 지금의 일반지역 전역에서 구제받을 수 있습니다. 그제 코너스, 어제 호브랜드가 구제받은 것처럼요.


16.3b는 무엇이냐면 잔디가 짧게 깎이지 않은 곳의 모래에서는 구제가 안된다는 것입니다. 벙커에서는 당연히 구제가 안되고요. 여기서 말하는 모래란 벙커가 아닌 곳의 모래를 말합니다. 잔디가 짧게 깎이지 않은 곳의 모래가 어디에 있냐라고 생각하실 분도 있는데, 아래 사진을 보시면 참고가 됩니다. 사실 자연 상태에서는 의외로 많습니다. 저런 곳은 비정상적 상황이 아니라 일반적인 상황이기 때문에 구제를 해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골프란 자연과 함께하여 즐겁고 유쾌한 운동이지만, 룰이 복잡하고 룰의 적용은 더욱 복잡하기 때문에 때로 유쾌하지 않은 상황이 발생합니다. 만일 골프를 즐기다가 동반자와 룰과 관련하여 논쟁이 있다면, 저에게 연락 주세요. 제가 R&A 레프리에게 직접 전화하여 해결해 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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