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ndon Life
김주형의 실수와 로리 맥길로이의 실수
박진감 넘치는 윔블던 결승이 있었고, 그보다 더 재미있었던 스코티시 오픈 마지막 라운드가 있었다. 제네시스 로고가 선명했던 스코티시 오픈은 골프의 진수를 보여준 대회였다.
스코티시 오픈은 영국과 한국의 대결처럼 보였다. 리더보드 상단에 한국 선수 두 명과 영국 선수 네 명이 있었고, 스폰서는 한국기업이었다.
전날까지 환상적인 드라이버와 아이언샷을 선보였던 로리 맥길로이의 티샷은 스코틀랜드의 강한 바람 앞에 좌우로 흔들렸고, 전반에만 보기를 네 개나 쏟아냈다. 한때 선두까지 올라갔던 김주형과 첫날에만 9언더파를 쳤던 안병훈도 마찬가지였다. 선두권 선수들이 주춤한 사이에 바람을 기다렸던 스코틀랜드의 맥킨트리가 선두로 치고 나왔다.
후반 어느 홀에서 맥길로이는 세 걸음 퍼팅을 하고 실수를 직감했다. 바로 자세를 풀고 실망하여 홀컵으로 향했는데, 왼쪽으로 빠질듯한 볼은 바람을 타고 홀컵으로 흘러들었다. 분명한 실수였으나 결과는 좋았다. 골프는 완벽함으로 구성되는 경기가 아니라, 실수로 구성되는 경기라고 누군가 말했다.
같은 시간 런던의 윔블던에서는 완벽함의 경기인 테니스가 진행되고 있었다. 비가 오면 지붕을 닫는 윔블던 센터코트에서 선수는 완벽한 샷을 추구한다. 테니스는 더 완벽한 선수가 승리를 차지하는 게임이다. 알카레스는 무결점 사나이 조코비치보다 포인트에서 168대 166으로 두 점 앞섰고, 경기에서 이겼다. 조코비치는 더 완벽한 상태로 다음 메이저 대회에 나올 것이다. 알카레스도 그에 대비할 것이다.
스코틀랜드의 르네상스 골프코스에는 시속 40km의 바람이 불었다. 공동선두 상황에서 가장 어려운 18번 홀에 선 로리 맥길로이는 강한 바람을 정면으로 뚫고 가야 했다. 드라이버가 잘 맞았지만 그린까지는 200야드나 남았다. 파를 보장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고민하던 그는 마지막 순간에 4번 아이언에서 2번 아이언으로 바꿔 잡았다. 보통이라면 2번으로 300야드는 보낼 수 있을 테지만, 맞바람 상황에서 저탄도 펀치샷을 날렸다. 지면을 너무 많이 컨택한 것처럼 보였다. 공은 거짓말처럼 바람을 뚫고 날아가 홀컵을 세 걸음쯤 지나 멈췄다.
이것은 실력이지만 온전한 실력은 아니다. 300야드를 보내는 스윙으로 200야드 지점에 보내는 것은 실력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캐리가 아니고 맞바람 상황에서 굴러서 핀에 붙는다는 것은 실력만으로 온전히 설명할 수 없다. 그것은 운이기도 하며, 실수의 종합이기도 하다.
실력과 바람, 운과 실수는 맥길로이에게 우승의 기회를 주었다. 이틀 연속으로 맥길로이와 우승을 다투면서 주눅 들지 않았던 김주형은 뒷심 부족으로 선두에 세타 뒤진 채로 파퍼팅을 남겨 두었다. 그의 파퍼팅 거리는 맥길로이의 버디버팅 거리보다 명확히 짧았으나 김주형은 먼저 퍼팅하는 것을 선택했다. 그것은 챔피언 퍼팅을 남겨 둔 맥길로이에 대한 배려였지만, 그것은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실수였다.
김주형은 프로선수라면 해서는 안 되는 선택을 했다. 자신의 루틴을 벗어나는 행동을 한 것이다. 그것은 맥길로이에게 한 배려가 아니라 자신의 골프에 대한 배신이었다.
그의 퍼팅 거리는 두 걸음 정도 되어 보였다. 퍼팅에 성공했다면, 단독 3위로 대회를 마칠 수 있었다. 퍼팅을 위해 섰을 때, 공이 바람에 조금 움직였고, 김주형은 레프리를 불렀다. 시간이 소요되었고, 결정적 퍼팅을 남겨두고 있던 맥길로이도 자신의 리듬이 깨지는 것을 느꼈다. 맥길로이를 배려하려고 먼저 퍼팅을 선택했지만 결과적으로 맥길로이를 방해하고 있었다. 지루했던 김주형의 퍼팅은 홀컵을 지나갔다. 당황한 김주형은 보기퍼팅에서 평상시와 같은 루틴을 가져갈 수 없었다. 이미 맥길로이로부터 너무 많은 시간을 빼앗았기 때문이다. 그는 루틴에 벗어나는 보기 퍼팅을 했고, 짧은 퍼팅은 다시 한번 들어가지 않았다. 더블보기를 하고 그는 단독 3위에서 공동 6위로 내려앉았다.
맥길로이는 정상적이지 않았던 상황에서 자신의 루틴을 유지하려고 노력했고, 퍼팅을 성공시키고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스코틀랜드에서 거둔 첫번째 우승컵이었고, 오랜 갈증을 해소하는 우승컵이었다.
유러피언 투어 CEO인 키이스 펠리는 ‘멘탈이란 타이거 우즈가 뒤에서 다긋쳐도 자신의 루틴을 지킬 수 있는 강인함이다’라고 말했다. 그의 말을 들었을 때, 프로선수가 그 정도 멘탈이 없겠는가 싶었지만, 그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타이거 우즈가 아니라 로리 맥길로이였고, The Open이 아니고 스코티시 오픈이었지만, 그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김주형은 오늘 약점을 보여줬다. 착하다는 약점을 말이다. 누구도 원하지 않았던 배려를 하려고 했던 멘탈말이다.
골프는 실수로 구성되는 게임이다. 이는 실수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잊어버리고, 어떻게 극복하는가에 대한 게임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그는 이 실수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그게 실수라는 자각이 혹시라도 없다면, 그것은 더욱 큰 문제다.
우리가 루틴을 가져가는 이유는 긴장이 우리 몸에 주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함이다. 긴장되는 절체절명의 순간이지만 평상시와 똑같은 몸놀림을 길게 가져가다 보면 몸은 무의식적으로 ‘아! 이것은 늘 하던 그것이구나!’라고 느낀다. 그렇게 함으로써 긴장이 몸에 가하는 간섭을 최소화할 수 있다. 그 루틴은 뒤에 타이거 우즈가 있으나 로리 맥길로이가 있으나 변해서는 안 되는 절대적인 몸짓이다.
골프는 실수로 구성된다. 로리 맥길로이의 실수는 골프 내적인 실수였던 반면에, 김주형의 실수는 너무나 골프외적이었다. 이것은 반복되어서는 안 되는 큰 실수며, 충분히 통제가 가능했던 실수였다는 점에서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는 이제 21세의 어린 나이다. 얼굴에 앳됨이 여전히 남아 있지만, 알카라스는 그보다 한살이나 더 어리다. 이제 김주형은 더는 어리지 않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