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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우리 Jul 20. 2023

[역사 속의 타이거 우즈와 로얄 리버풀]

London Life

[역사 속의 타이거 우즈와 로얄 리버풀]

  

  

역사책을 읽는 이유는 일어나지 않을 수 있었던 우연이 필연으로 묘사되는 과정이 흥미롭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내가 대단한 역사책을 읽고 있는 것도 아니다. 타이거 우즈에 관한 책이다. 타이거 우즈가 대단한 역사가 아니라는 의미는 아니고, 이 책이 대단한 역사책인지는 두고 봐야 한다는 의미다. 이 책을 쓴 두 명의 저자는 타이거 우즈와 그의 가족을 인터뷰하지 못했지만, 우즈에 대한 거의 모든 책과 기사를 읽었고, 주변에서 우즈를 본 모든 사람을 만나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묘사에 생동감이 넘친다.


우즈 이전에 골프는 백인 노인들의 게임이었다. 타이거 우즈로 인해 골프는 NBA보다 NFL보다 더 많은 시청자를 가지는 종목이 되었고 세계인의 스포츠가 되었다. 신이 골프라는 스포츠를 후원하기로 마음먹었기에 태국, 중국, 아프리카와 아메리카 원주민의 후손인 타이거 우즈를 선택했다. 그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사람은 아버지와 어머니였고, 그가 가장 무서워한 사람도 아버지와 어머니였고, 가장 사랑한 사람도 아버지와 어머니였다.


아버지와 어머니로부터 필드에서 감정을 드러내지 말라고 배운 타이거 우즈는 지난해 150회 The Open 마지막 홀에서 눈물을 보였다. 세인트 앤드루스 올드코스 18번 홀에서 티샷을 하고 다리를 건너면서 많은 사람이 감흥에 젖지만, 타이거였기에 눈물은 특별한 의미를 가졌다. 자신의 골프 역사가 끝났음을 암시하는 대목이었고, 신이 그에게 부여한 임무를 완수했다는 의미를 지녔다.



그는 2006년에 로얄 리버풀에서 골프팬이 영원히 기억할 눈물을 흘렸다. 2006년 5월에 아버지가 죽고, 7월에 리버풀에 왔다. 로얄 리퍼풀 골프코스의 페스큐 잔디는 가뭄으로 말라 갈색으로 변했고, 퍼팅 그린마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말라비틀어진 링크스 코스는 오래된 무덤의 행렬처럼 보였다.


우승기회를 잡은 우즈는 마지막 라운드에서 드라이버를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다. 타이거는 우드조차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모든 프로와 아마추어가 멋진 드라이버를 친 후에 숏아이언으로 볼을 홀컵에 가깝게 부치고, 짧은 버디 퍼팅을 어렵지 않게 성공시키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그날의 타이거 우즈는 아이언 두 개와 퍼터 하나만을 들고 있는 18세기 골퍼와 같았다.


4번 아이언으로 티샷을 하고 다시 4번 아이언으로 세컨샷을 했다. 볼은 핀에 붙지 못하고 그린 어딘가에 외로이 멈춰 섰다. 그의 퍼팅은 들어가지 않았다. 애초에 퍼터를 성공시키려는 의사가 없어 보였다. 투퍼팅에 만족하며 다음 홀로 이동하기를 반복했다. 그의 목표는 투퍼팅뿐인 것처럼 보였다. 그는 퍼팅만을 연습하고 온 선수처럼 보였다. 아마추어가 보기에 그런 퍼팅이라면, 굳이 연습이 필요할 것 같지도 않았다. 그는 한 번의 슈퍼샷도 날리지 않았고, TV 해설자의 “Are you kidding me?’라는 식상한 감탄사도 들을 일이 없었다. 평범했지만 완벽했던 코스 공략이 끝나고, 지루했지만 빈틈없었던 계획을 완성하고 난 후에 타이거 우즈는 캐디를 부둥켜 안고 대성통곡했다. 아버지 없이 들어 올린 첫번째 메이저 우승컵이었다.



그가 보여줬던 모든 샷은 계획된 것이었으나 결과는 우연적인 것이었다. 우연의 종합이 당연해 보이는 우승을 선물했다. 골프의 역사가 하나의 책으로 완성된다면, 2006년 호이레이크에서의 그의 플레이는 골프 역사에 필연적으로 필요했던 장면으로 기록될 것이다.


골프를 시작하는 학생이 반드시 봐야 하는 경기다. 골프에서 계획이 무엇인지, 골프에서 코스 공략이 무엇인지에 막연히 생각하는 골퍼가 있다면 반드시 찾아봐야 하는 경기다.


나는 올해 로얄 리버풀에 왔지만, 그는 여기에 없다. 로얄 리버풀에서 개최되는 151회 디오픈에 타이거 우즈가 참여하지 않은 것은 골프 역사에 채워질 수 없는 빈자리로 남을 것이다.


흥미롭지만, 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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