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우리 Jul 28. 2023

기뻐해야 할 푸틴의 상처가 안 보이세요?

London Life

[재등장하는 프리고진과 쫓겨나는 쇼이구]

- 기뻐해야 할 푸틴의 상처가 안 보이세요?

  

  

두 가지 중요한 뉴스가 있었으나 바쁜 와중이라 포스팅을 안 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확연히 보이는 것에 대한 분석 기사가 없어서 안타까운 마음에 제 생각을 적어 봅니다.


한 가지는 러시아-아프리카 서밋이고요. 다른 한 가지는 러시아 국방장관의 방북입니다. 이 두 가지가 우리에게 주는 함의가 크네요.


아프리카에는 54개국이 있어요. 반미와 반서방 국가도 많죠. 외교적으로 고립되어 가던 러시아는 아프리카를 이용해 보고자, 2019년에 러시아-아프리카 서밋이라는 것을 시작했죠. 첫 서밋에 무려 43개국이나 참여했어요.


아프리카 나라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서 되도록 중립적인 스탠스를 취하려고 해요. 미국이 주도한 유엔의 우크라이나 지지 선언에 참여한 아프리카 나라는 19개국에 불과했고, 대부분은 기권했죠.


전쟁이 시작되고 러시아의 국제적 고립은 상상을 초월하는 정도가 되었어요. 그래서 이번 러시아-아프리카 서밋이 중요했어요. 그런데 오직 17개국만이 참여했어요. 러시아의 푸틴 입장에서는 대참사죠.


사진 한 장 보고 가시죠. 참 후달리는 사진입니다. 러시아가 기대는 외교관계가 선명하게 보이는 장면이라고 할 수 있네요. 영화 속 한 장면 같네요.



같은 시간에 러시아 국방부 장관 쇼이구는 북한을 방문했어요. 이를 두고 ‘북한이 러시아에 탄약을 공급한다.’ ‘러시아와 북한의 관계가 긴밀해져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방문하여 긁어 부스럼을 만들었다.‘ 등의 분석이 쏟아지고 있어요.


그런데 이것은 푸틴의 상처예요. 우리가 불안해할 것이 아니고 기뻐할 일이에요. 쇼이구 국방장관이 국가적으로 중차대한 전쟁이 일어나고 있는 가운데 왜 북한에 갔을까요? 한가해 보이지 않으세요? 러시아 국방장관이 북한을 지난 73년간 몇 번을 갔을 것 같으세요? 그런데 이 중요한 상황에 북한을 가요?  탄약을 구한다구요? 탄약을 위해서라면 일주일 먼저 가도 되고 늦게 가도 되죠. 러시아가 첨단무기를 만들 기술이 없어서 그렇지, 탄약 같은 것 만드는 동원 체제는 어느 나라보다 쎕니다. 전쟁이 1년 6개월 지속되고 있는데, 그런 것은 다 방비되어 있습니다. 북한 탄약 안 필요해요.


페테르부르크에서는 러시아 입장에서 중요한 러시아-아프리카 서밋이 개최되고 있어요. 쇼이구 국방장관도 당연히 그곳에 있어야죠. 왜냐면 아프리카는 러시아에게 군사적으로 중요한 곳이니까요. 북한보다 훨씬 더요.



그런데 쇼이구는 왜 북한에 갔을까요? 이게 아직도 감이 안 잡히나 봐요. 이에 대한 기사가 없는 것이 신기해요.


이유는 프리고진이 러시아-아프리카 서밋에 등장해야 했기 때문이에요. 쇼이구는 프리고진을 피해 도망간 거예요. 푸틴이 쇼이구를 나타나지 못하게 만든 거예요. 이는 아프리카 국가들에게 바그너가 여전히 필요하다는 것이고, 푸틴에게 프리고진이 여전히 필요하다는 뜻이에요. 프리고진은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지만, 당분간은 푸틴에게 아주 필요하다는 의미죠. 쇼이구보다 훨씬 더 전쟁에, 아프리카에 그리고 외교에 필요하다는 의미를 가지죠.


이것이 푸틴의 상처죠. 주인을 물어뜯은 개는 반드시 벌을 줘야 합니다. 어떻게든 처분해야 합니다. 푸틴은 그렇게 하지를 못해요. 개에 물린 상처가 여전히 크지만, 붕대를 감고 여전히 개를 쓰다듬고 있어요. 커다란 상처는 붕대 속이 아니라 마음속에 있는데, 그 상처는 너무 커서 보이지 않을 수 없는데 말이죠.


저는 조만간 쇼이구의 경질을 예상해 봅니다.



작가의 이전글 [역사 속의 타이거 우즈와 로얄 리버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