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
모든 가정에 재난소득이 지불된다고 합니다. 재난소득을 기부하라거나 반납하라는 강요가 있는 모양인데, 세상에 강제 기부가 어딨습니까? 재난소득과 기부는 전혀 다른 성격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부에서 주는 재난소득은 소비 진작을 위해서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반납하거나 기부하는 것보다는 정책의 취지대로 받아서 신속히 쓰는 것이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기부는 별도의 돈으로 하는 것이죠. 백만 원쯤요!
자국 화폐 단위로 백만이 넘는 재산을 가진 사람을 백만장자라고 합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우리나라 사람은 거의 다 백만장자입니다. 화폐 단위의 특성을 고려하여 달러 기준으로 생각해도, 한국에는 백만장자가 아주 많습니다. 서울에 집 한 채만 있어도 백만장자입니다. 달러 기준 백만장자도 대단한 부자는 아닙니다.
백만장자라는 말은 과연 언제부터 쓰인 말일까요? 1719년에 프랑스에서 만들어진 단어입니다. 영국에 동인도 회사가 있었다면, 프랑스에는 미시시피 회사가 있었습니다. 프랑스 식민지에서 교역을 독점하는 미시시피 회사에 투자하는 열풍으로 짧은 시간에 백만 프랑을 버는 사람이 나타났는데, 그들을 백만장자라고 불렀습니다. 백만장자는 거품과 함께 나온 것이군요.
백만장자라는 표현이 영어에서 쓰이기 시작한 것은 백 년 후인 1816년입니다. 당시에 백만 파운드가 얼마나 큰돈이었는지 짐작하기 위해서 1832년에 영국에서 통과된 선거법을 떠올릴 필요가 있습니다. 얼 그레이(Earl Grey) 총리의 선거법 개혁으로 재산이 10파운드 이상인 남성에게 투표권이 주어졌습니다. 대부분의 노동자는 돈이 없어서 투표권을 받을 수 없었고, 노동자의 불만은 후에 차티스트 운동으로 발전합니다. 1832년에 10파운드가 없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면, 백만 파운드가 얼마나 큰돈이었는지를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당시의 millionaire는 지금으로 따지면 billionaire에 해당하는 셈입니다. 원화로 환산하면 조 단위 부자에 해당합니다. 빌리언에어는 우리 주위에 한 명 있을까 말까 한 정도의 부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부에 관해서 이야기해 볼까요?
리한나(Rihanna)는 아이티와 말라위의 COVID-19 테스트 지원을 위해 5백만 불을 기부했고, 아일랜드의 록 그룹 U2는 PPE(의료인력 개인 보호장비) 구입에 천만 유로를 기부했습니다. 인도 갑부 중에는 천만, 억만 달러를 기부한 사람도 여럿입니다. 트위터의 공동 창업자인 잭 도로시는 십억 불(1.2조 원) 기부를 선언했습니다.
우리나라의 유명 인사들이 코로나 바이러스의 극복을 위해 억 단위 기부를 하고 있고, 세계 곳곳의 셀럽들이 십만 불 이상을 기부하고 있습니다. 재산으로서 십만 불은 큰돈이 아닐 수 있지만 기부로서 십만 불은 무척 큰돈입니다.
전 세계 탑 레벨의 셀럽 중에는 백만 기부 릴레이를 펼치는 이들도 있습니다. 안젤리나 졸리는 저소득층 아이에게 음식을 제공하겠다며 백만 불을, 리오넬 메시와 크리스찬 호날두는 각각 스페인 병원과 포르투갈 병원에 백만 유로를, 로저 페더러는 스위스 취약 계층에 백만 프랑을, 조지 클루니도 영국과 레바논 취약 계층에 백만 파운드를 기부했습니다.
백만 불을 기부한다는 것은 조 단위 부자들이나 할 수 있는 것 같지만, 부자라고 다 기부하는 것도 아니고, 더 부자라고 더 기부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러니 빌리언에어 대신에 밀리언 기부자를 지칭하는 단어를 새롭게 하나 만들면 좋겠습니다. 밀리언도네어(milliondonaire)라는 말은 어떨까요? 기부를 많이 하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philanthropist라는 어려운 영어 단어가 있습니다. 이 단어 알면 영어 좀 하는 거죠.
필란트로피스트보다 밀리언도네어가 더 와 닿습니다. 우리나라는 화폐단위가 약해서 수많은 밀리언도네어가 생길 수 있습니다. 화폐 개혁 안 한 덕을 봅니다. 우리 모두 밀리언도네어도 되고 필란트로피스트도 되어 보는 게 어떨까요? 안젤리나 졸리, 리오넬 메시, 로저 페더러, 조지 클루니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습니다. 그들 모두 자국 화폐단위로 백만을 기부했으니까요.
어디에 기부할까요? 추천 좀 해주세요. 그리고 같이 밀리언도네어가 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