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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우리 Oct 14. 2023

이스라엘 공부 (2) - 제국과 민족, 제국주의와 민족

이스라엘 공부

이스라엘 공부 (2) - 제국과 민족, 제국주의와 민족주의

  

  

우리는 차분하여 쉽게 흥분하지 않죠. 우리가 얼마나 침착해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침착하게 양비론을 펼치잖아요.

    

  

(1) 우리가 쉽게 흥분하나요?


아뇨. 그런데 이스라엘 문제에 대해서는 잘 흥분해요. 우리와 관련이 깊은 ‘제국‘과 ’민족‘ 문제기 때문에 그런 것 같아요.


인류 역사에 가장 성공적이었던 제국은 크리스천 제국이라고 생각해요. 로마가 기독교를 국교로 삼은 이후로 지금까지 이어지는 제국이죠. 상징적 제국이죠. 크리스천 제국의 영향 아래 있는 사람 중 다수는 친이스라엘이죠. 그래서 흥분합니다. 저도 이런 경우에 해당하는데, 반성할 지점이 있어요. 기독교 신자가 아니어도 기독교 중심의 서양문화를 높이 평가하는 사람은 친이스라엘 성향을 보일 수 있죠.


인도적 이유로 팔레스타인을 동정하는 사람도 아주 많죠. 그들 중에 일부는 하마스 공격에 분노하기도 하고요. 그러나 웬만해서는 이스라엘을 동정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아요.


이스라엘에 적대적인 사람들 중 일부는 이스라엘 문제를 미제국주의와 아랍민족 간의 싸움으로 봐요. 일본 제국주의의 희생양이었던 한국 사람이 쉽게 감정이입할 수 있죠. 제국주의 본산인 영국이 만든 이스라엘과 제국주의적 태도로 중동문제를 다루는 미국, 이런 인식 위에 반이스라엘 정서가 자리 잡죠. 팔레스타인은 희생양이고요. 어쩌면 자연스러운 귀결이더라고요.

  

  

(2) 제국에 깃든 편견: 제국은 나쁘거나 좋은가?


우리는 로마제국 앞에 pax를 부쳐서 팍스 로마나라고 부르죠. 팍스 브리타니아도 있고, 팍스 아메리카나도 있죠. 로마, 영국과 미국 앞에 팍스를 부쳐서 그들 지배하에 세상이 평화로웠다고 말하고 거죠. 그런 시각은 제국주의 시각이라고 폄하될 수도 있어요. 그러나 제국이 가져온 질서가 소수 세력을 평화롭게 만든 사례는 많죠. 영국인 중에 팍스 로마나를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사람은 드물어요. 로마에 대항한 브리튼 영웅이 웨스터민스터 의사당 바로 앞에 있지만, 로마는 영국에 문명을 가져다주었고, 팍스 브리타니아가 만들어질 토대가 되었죠.


어쨌거나 팍스에 서양 중심의 사고가 있고 강자 중심의 사고가 있는 것은 분명해요. 팍스 몽골리카도 있지만, 몽골은 문명 파괴자 이미지를 가지죠. 그것도 서양 중심의 역사서술 때문일 거예요.


제국주의가 좋다는 거냐? 아니죠. 좋은지 나쁜지 모르겠어요. 위험수위를 넘나들죠? 제국이 평화를 가져온다는 것이 편견이면, 제국이 만악의 근원이라는 것은 반대편 편견이죠. 다만 우리 입장은 있죠. 어느 인도 유튜브를 보니까 이렇게 말하더라고요. ‘제국주의는 이론이고 정책이다. 실제는 식민주의다.’ 그러니까 식민지 입장에서 제국주의는 보이지 않는 동전의 뒷면이죠. 그들에겐 식민주의만 실제 하죠. 그러니 제국주의적인 생각을 가져보지 않은 우리가 동전 너머를 좋게 볼 이유가 별로 없기는 하죠.

  


(3) 지금의 아랍 국가는 언제 생겼나?


다시 이스라엘 문제로 가죠. 아랍으로 가죠. 아랍권이라고 하면 투르크족의 터키와 페르시아족의 이란 사이에 있는 아랍어를 구사하는 곳을 말해요. 아프리카 북단도 아랍이고요. 중동이 지리적인 개념이라면 아랍은 문화와 언어를 지칭하니까 중동과는 차원이 다른 의미라고 할 수 있어요.


레바논이 생긴 것이 1943년, 요르단이 생긴 것이 1946년, 시리아가 생긴 것이 1946년이고요. 그러니 1948년에 생긴 이스라엘과 거기서 거기죠. 쿠웨이트는 1961년이에요. 어머! 너 꽤나 어리구나! 김행 장관후보자보다 두 살이나 어리네! 아랍 국가는 오스만 제국 붕괴로 시작되지만, 건국은 그로부터 한참 후죠. 오스만은 일차대전으로 망하죠.


  

(4) 오스만은 아랍의 나라인가? 제국인가? 나쁜가?


오스만은 아랍보다는 터키의 나라에 가깝죠. 그러나 민족 국가가 아니라 제국이었죠. 오스만은 어떠한 제국인가요?


오스만은 인류 역사에 가장 강성한 제국 중 하나고, 가장 오래 지속된 제국이에요. 오스만은 동로마 제국과 몽골 제국이 힘을 잃을 때 등장하여 1299에서 1922년까지 존재했어요. 그 기간에 티무르, 무굴, 십자군, 나폴레옹, 팍스 브리타니아와 경쟁했죠. 그 와중에 줄곧 강성함을 유지했어요.


발칸, 터키, 크림반도, 중동, 아프리카 북부를 차지하여 지중해를 600년 넘게 장악했어요. 중세에 유럽이 별볼일 없을 때, 인류의 주요 문명지를 다 차지하고 있었죠. 메소포타미아 문명, 이집트 문명, 히브리 문명, 그리스 문명, 로마 문명요.



오스만 제국의 바이지드(Bayezid) 2세(1481-1512) 재위기간인 1492년에 스페인에서 대규모 유대인 축출이 일어났죠. 그들 중 상당수가 네덜란드로 가서 상업과 금융을 일으켰잖아요. 또 다른 많은 유대인은 가까운 오스만 제국으로 갔어요. 바이지드 2세는 유대인을 무슬림과 똑같이 대우하라고 했죠. 유대인을 차별하는 사람은 사형에 처했어요. 품격 있죠? 이게 바로 제국이죠. 일본이 조선인을 제도적으로 차별했다고요? 그랬다면 일본은 제국도 아니죠. 그렇다고 안 나쁘다는 것 아니니까 흥분은 금물입니다. 이슬람, 동방정교, 카톨릭, 프로테스탄트, 유대교가 모두 조화롭게 살았던 오스만은 진정한 제국이었죠.

  

  

(5) 오스만은 왜 오지랖으로 유럽의 전쟁에 끼어들었나?


오스만 제국은 왜 망해서 오늘날 중동 문제를 일으켰나요? 왜 변방이 유럽 주요국 전쟁에 끼어들어 패망하고 난리를 쳤나요? 일차대전은 발칸에서 일어났고, 발칸은 600년 넘게 오스만의 땅이었어요. 남의 일이 아니죠. 오스만은 변방이 아니었죠. 콘스탄티노플을 중심으로 좌우를 장악하고 있었으니까요. 영국과 프랑스가 아프리카와 중동으로 뻣어왔고, 러시아가 남하하고 있었죠. 오스만 제국이 독일과 손잡은 것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이었고, 전쟁 초기에 독일은 승기를 잡았죠. 와중에 러시아에는 혁명이 일어났죠. 유대인이 장악하고 있는 볼셰비키는 오스만에 적대적일 줄 알았지만, 오히려 전쟁에서 물러났죠.

  

  

(6) 영국은 중동문제의 시발점인가?

  

시발점인지는 모르겠으나 지대한 책임이 있네요. 영국과 프랑스는 일차대전에서 말할 수 없는 어려움을 겪었죠. 팍스 브리타니아가 무색하게 되었죠? 러시아마저 전쟁에서 물러나고, 위기에 직면하죠. 일차대전 사망자가 영국이 80만 명, 프랑스가 130만 명이니까요. 영국은 자기 땅에서 전쟁을 하지도 않았는데 전사자가 그리 많았어요. 다급했죠. 그래서 오스만 제국을 약화시키기 위한 전략으로 생각한 것이 민족주의를 부추기는 것이었죠. 아랍 민족주의를 추동하고 유대 민족주의를 부추기죠. ’너네는 너네끼리 살아야지! 그러면 훨씬 더 잘 살 거야? 왜 오스만 치하에서 비굴하게 살아?‘ 영국과 프랑스는 자신의 제국을 위해 민족을 이용했죠. 제국주의를 위해 민족주의를 이용했어요. 이는 브리티시 제국이 범한 최대 실수죠. 그때 러시아에 혁명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어땠을까요? 그곳에 유대인 혁명가들이 없었다면 어땠을까요? 하지만 그게 무슨 의미 있는 가정이겠어요?

  

  

(7) 유대인과 아랍인은 평화적으로 살았다는 말인가?

  

오스만 제국에서 그들은 평화로웠다고 보여요. 오스만 제국에는 여러 종교가 있었고, 그 종교에 대한 관용과 타협이 있었다고 추정돼요. 갈등을 찾아내려면 얼마든지 있겠죠. 1800년대 후반에 들어 오스만 제국의 중앙집권적 통치력이 약화되고 자치지역이 늘면서 유대인과 아랍인 갈등이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기는 해요. 오스만 제국 하에서 비교적 평화로웠다고 하더라도 오스만 제국 이후에 분쟁이 일어나지 말라는 보장은 없죠. 영국과 프랑스가 민족주의를 활용하지 않았어도 갈등은 번질 수 있겠죠. 제국은 혼란으로 망하지만, 망하고는 더 혼란해지는 법이니까요.

  

  

(8) 영국은 도대체 무슨 나쁜 짓을 했는가?


더블 딜링(double dealing)이죠. 유대인에게 가서 이말하고, 아랍인에게 가서 저 말한 것이죠. 일차대전에서 우리 편에 서서 오스만 제국을 무너트린다면, 우리가 너의 민족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한 것이죠. 나라를 약속하고 왕권을 약속하고 그랬을까요? 전쟁이 끝나고 미국 대통령 우드로 윌슨이 민족자결주의를 선포하죠. 민족은 환호하죠. 이제 제국은 끝났구나! 좋았을까요? 민족들은 난리죠. 민족 아닌 애들도 이 참에 민족 되야죠. ‘특정 민족을 비하하는 것이냐?’라고 생각할 수 있겠네요. 모든 민족은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원론적인 이야기로 이해해 주면 좋겠네요.


하야 간에 제국주의는 민족주의를 더블 딜링을 통해 이용할 생각을 했죠. 민족주의 부흥에 대한 뒷감당은 생각해 보지 않았죠. 아! 민족자결주의가 나쁘다는 것은 절대 아니에요.

  

  


(9) 문제는 종교인가요?

  

중동 문제가 종교의 본질과 우리의 편견만큼은 가깝지 않을 수 있어요. 아브라함의 종교인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이 ’이에는 이, 눈에는 눈으로‘ 임하는 종교기 때문에, 오로지 그 이유 때문에 지금의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니란 거죠. 오스만 제국의 평화가 그걸 입증하죠. 인류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기독교는 용서를 가장 큰 덕목으로 삼죠. 신약을 볼까요? 로마서 12장 19절요. ‘내 사랑하는 자들아 너희가 친히 원수를 갚지 말고 하나님의 진노하심에 맡기라 기록되었으되 원수 갚는 것이 내게 있으니 내가 갚으리라.‘ 그리고 같은 장에서 ‘너희는 오로지 선으로 악을 대하라’라고 말씀하셨죠.


여기서 성경을 왜 인용해요? 벌써 중립적인 태도가 아니죠? 모르긴 몰라도 쿠란에도 이런 내용이 있을 것이라 생각해요. 누가 인용하게 좀 도와주세요. 이 메세지로 충분하죠. 더한 가르침이 필요해요? 유대인이 구원받는지 아닌지, 무슬림이 구원받는지 아닌지는 신이 결정할테니 너희는 모든 사람을, 모든 원수를 선으로 대하라는 거잖아요. 근데 어때요? 서양 문명에는 뿌리 깊은 반유대주의가 있었잖아요. 그 몹쓸 것을요. 반유대주의도 사실은 생각보다 종교적인 것이 아니잖아요.

  

기독교인에게 타인을 선으로 대하라고 했더니 더블 딜링이나 하고 말이죠. 더블 딜링은 뭐고, 레바논 시리아 예멘 요르단 같은 아랍 국가는 어떻게 탄생한 것인가요? 팔레스타인은 그 와중에 왜 나라를 만들지 못했나요? 다음 편도 기대되나요? 아니면 이미 지루한가요? 너무 긴가요? 3편은 이미지로만 컷컷이 구성해 볼까요?


(3편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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