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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우리 Apr 14. 2020

헛똑똑이는 차이점에 주목한다

영국 코로나

마구 잘난 척을 하다 보면 부모님으로부터 듣게 되는 이야기가 있다. 복잡한 것은 잘 알아도 삶에 필요한 것은 모르는 딸에게 엄마가 해주는 말이고, 정부 비판은 잘하면서도 삶의 지혜는 모르는 아들에게 아버지가 해주는 말이다. 남들이 자식 잘 두었다고 칭찬해 주면 겸양으로 하는 이야기다.


‘이 헛똑똑이야!’ ‘울 아이는 헛똑똑이예요!’

  

헛똑똑이는 차이점에 주목하지만, 현명한 사람은 본질에 주목한다. 아들은 금융 선진국과 차별되는 정부의 미숙한 금융정책에 주목하지만, 아버지는 세상사는 곳이 다 마찬가지라는 것에 주목한다. 딸은 한국 정부의 코로나 대응 우월성에 주목하지만, 어머니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위험성에 주목한다.


보수는 부패해서 망하고 진보는 분열해서 망한다고 한다. 진보가 헛똑똑이어서 차이점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면이 있는 것은 아닌가? 대학시절 학생회 선거를 기억해 보면, NL은 단결이 좋은데 PD는 편 가르기가 심했다. 그래서 PD가 대부분 졌다. 똑똑한 사람들이 더 많은 것처럼 보였지만, 대부분 헛똑똑이였기 때문이다.


나의 헛똑똑이 짓을 뒤돌아 본다. 차이점에 주목하다 본질을 보지 못했다. 영국의 보리스 존슨 총리와 크리스 위티 CMO가 3월 초에 기자회견을 했다. 당시 세계 언론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코로나 바이러스의 본질에 대해 이야기했다. 확진자가 겨우 수십명일 때 한 이야기다.


많은 사람이 감염되는 것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인구의 80%가 감염될 수 있다. 경제 활동 인구의 1/5이 영향을 받을 것이다. 우리는 주변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잃을 수도 있다. 노인들이라고 해서 다 돌아 가시는 것은 아니다. 10주 이상 지나야 피크가 올 것이다.


난 영국 정부의 발표를 신뢰하고 있었지만, 본질을 보지 못했다. 당시에는 한국이 공격적으로 대응할 때였다. 비관적 전망에도 불구하고 차분하게 대응하는 영국과 집중 대응하는 한국의 차이점은 두드러졌다. 본질은 코로나 바이러스는 전례 없는 위험이며, 오래갈 것이며, 우리 삶을 심하게 왜곡할 것이라는 점이었다. 그러나 난 당시로서 ‘현 단계’에 불과했던 학교 open, 마스크를 쓰지 말라는 말에만 집중했다.


내가 헛똑똑이가 아니고 현명했다면, 선물 시장에서 매도 포지선을 취했을 수도 있고, 풋옵션을 매수했을 수도 있고, 레버리지 리버스 인덱스를 매수했을 수도 있고, 한국 코로나 진단시약을 파는 일에 더 적극적이었을 수도 있고, 위생용품을 미리 준비하여 공동체에 기여했을 수도 있다.


오늘도 헛똑똑이는 런던의 집에 갇혀 차이점 어디 없나 하고 웹서핑을 하고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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