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라이프
박원순, 런던에서 조지 오웰을 만나지 않고, 사디 칸을 만났다.
작년 이맘때 박원순 서울 시장이 런던에 왔습니다. 사디 칸 런던 시장을 만났습니다. 양해 각서도 체결하고, 사진도 찍었고, 협력 방안도 논의했습니다. 그 협력은 잘 진행이 안되나 봅니다. 서울은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사망자가 적은데 런런은 많잖아요. 그러니까 더 긴밀한 협력을 했어야죠. 런던 잘 못입니다. 내년 봄에는 사디 칸 런던 시장이 서울을 방문해서 사진도 찍고 그러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런데 박원순 시장이 런던에 왔을 때 꼭 방문했어야 할 곳을 한 군데 빠트린 것 같습니다. 제가 코디네이터를 했으면, 안철수 대표가 런던을 방문했을 때처럼 완벽하게 진행했을 텐데요.
과거에 소련 지역을 가면 어디나 ‘명령문(приказ, указ)’이 많이 붙어 있었습니다. 정부는 국민에게 왜 이렇게 많은 명령을 내릴까? 프로레타리아트 국가라면서, 국가가 프로레타리아트에게 수많은 명령을 남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래서 프로레타리아트 국가인가? 백번 양보해서 부르즈와지에게 명령을 내린다면 그럴 수 있겠는데, 부르즈와지는 사라진 지 70년 되었고, 이미 모두 프로레타리아트뿐인데, 명령은 왜 이렇게 강압적으로 내려질까? 이런 명령은 과연 공산주의가 달성되면 없어지는가? 여전히 남아 있게 될 것인가? 그런 의문이 생겼습니다.
아래의 붉은 글씨 집합금지명령을 보고, 소련의 명령문도 생각이 났고, 조지 오웰의 소설에서 나폴레옹이 [동물농장]에 붙여 놓은 명령서도 떠올랐습니다. 물론 서울시장의 명령문이 사회주의 국가의 명령문과 같다거나 동물동장식 억지라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그저 떠올랐을 뿐입니다.
그리고 아래의 의견은 서울시의 방역 노력을 폄하하기 위함이 아닙니다. 공고문이 좀 더 친근하게 표현되었다면, 반감이 적고 공감이 클 것이며, 발표는 더 효과적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1. 서울시는 2020. 5. 9 14:00시부터 별도명령시 까지 서울 소재 유흥 시설에 대하여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49조제1항2호에 근거하여 집합금지명령을 발령합니다.
-. 일단 띄어쓰기가 틀렸습니다.
-. ‘별도명령시 까지’를 ‘별도의 발표가 있을 때까지’로 바꿨어야 합니다.
-. '집합금지명령을 발령합니다.’ 명령과 발령한다는 단어에 ‘령’이라는 말이 두 번이나 들어있습니다. 명령이라는 말에 거부감이 들기 때문에 ‘집합금지를 발표합니다.’라고 하는 게 좋겠지만, ‘집합금지명령’이라는 것이 법률적 의미를 가지는 단어라고 한다면, ‘집합금지명령을 발표합니다.’라고 표현하는 것이 적절하겠습니다.
2. 이는 유흥시설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되어 감염병 확산을 방지하고 서울시민의 건강 및 생명권을 보장하기 위해서 입니다.
-. ‘건강 및 생명권을 보장하기 위해서 입니다.’를 ‘건강 및 안전을 증진하기 위한 조치입니다.’로 바꾸는 것이 좋겠습니다. 서울시가 어떻게 시민의 생명권을 보장할 수가 있습니까? 생명권이라는 단어와 보장이라는 단어가 행정 권력의 절대성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서울시 공무원들은 행정권력의 절대성을 믿고 있나요?
3. 집합금지 명령을 이행하지 않는 영업주와 시설 이용자에 대해서는 확진자 발생시 치료비, 방역비 등을 청구 하게 되며, 관련 규정에 따라 고발 조치함을 알려드립니다.
-. 법률 위반자는 제재를 받을 것이며, 그게 벌금이라고 하면, 벌금의 상한선은 사전에 정해져 있어야 합니다. 벌금의 상한선이 명시되지 않은 치료비와 방역비의 청구라는 말은 협박으로 들립니다. 서울시가 시민을 상대로 치료비와 방역비에 대해 소송하겠다는 위협입니다. ‘이행하지 않는 영업주와 시설 이용자에 대해서는 법률에 따르는 벌금과 제재 조치가 따를 수 있음을 알려 드립니다.’로 표현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4. ‘서 울 특 별 시 장’은 한자 한자 띄어 쓰기가 되어 있고, 붉은 직인이 찍혔습니다. 서울시장의 이름은 쓰여 있지 않습니다. 괴상하기 짝이 없는 소련 시기 명령문에도 명령자 이름과 사인은 있었습니다. 명령문에 서울특별시장의 이름과 사인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괴물에 의해 이뤄진 명령이 아니라 인간에 의해 행해진 조치라는 느낌을 가질 수 있습니다. 시장이 주는 표창장에는 ‘서울특별시장 박 원 순’이라고 되어 있는데, 시장이 내리는 명령문에는 왜 ‘서 울 특 별 시 장’이라고만 되어 있습니까?
박원순 시장은 행정이 국민의 눈에 어떻게 비칠 것인가에 대한 인식이 점점 없어지시는 것 같습니다. 바쁘시니까 이것저것 다 챙기실 수는 없겠지요. 지난해에 런던에 왔을 때, 조지 오웰을 찾아서 행정의 관료화, 행정의 비대화에 대해서 고민하고 가셨어야 했어요. 그러셨다면 상장은 박원순이 주고, 명령은 서울시장이 내리는 그런 일은 없었을 겁니다.
짧은 공고문에 네번의 띄어쓰기 오류가 있습니다. 어떻게 그렇게 많이 틀리나요? 시장님 결재를 받지 않고 밑에서 전결로 나간 것이죠? 전결권자에게 경고를 주시는 게 맞지 않을까요?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면 한글학교라도 좀 보내야 하지 않을까요? 그건 자비로 처리하는 것으로 해주세요. 서울시 비용으로 그것까지 대주면 taxpayer의 스트레스가 극에 달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