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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우리 Jun 08. 2020

거미에 물려 죽은 사람은 없다.

런던 라이프

거미에 물려 죽은 사람은 없다.
  
  
아침에 일어나 주변 청소를 하다 보면 어제 제거한 거미줄이 다시 처져 있는 것을   있다. ‘부지런도 하네!’라는 칭찬도 비난도 아닌 혼잣말을 하며 매일같이 거미줄을 떼어 낸다. 그러면서 느끼는 자기만족이 있다. ‘나도 거미만큼은 부지런하다!’

오늘은 가든닝을 하면서 거미줄의 형태가 다양하다는 것을 문득 깨달았다. 크게 이차원 거미줄과 삼차원 거미줄로 나눌  있다. 이차원 거미줄에는 삼각형이 있고, 나선형이 있다. 삼차원에는 랜덤형, 안개형, 동굴형 등이 있다.

거미줄을 유심히 관찰하다 보니 거미에 감정이입이 되었다. 베란다 난간에 붙은 거미줄을 매일같이 떼어  것이 미안했다. 정성들여 지어 놓은 거미줄이 감쪽같이 사라졌을 , 거미는 얼마나 실망할까? 급한 마음으로 아들을 부른다.

예신아! 거미줄이 사라졌을 , 거미가 얼마나 실망감을 느끼는지 구글링을 해봐!’ 아빠의 황당한 주문에 아들은 허탈한 웃음을 짓고, 아내는 절레절레 고개를 흔든다. 둘째와 셋째는 재미있다는 듯이 형의 핸드폰으로 몰려든다.

거미가 감정을 가지고 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호박벌(bumblebee) 배고픔 때문에 두려움이나 절망감을 표현하는게 관찰된다고 한다. 나는 거미도 감정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거미가 감정이 있다고 해도 없어진 거미줄 때문에 실망하지는 않는다고 곤충학자는 추측한다. 거미는  시간이면 거미줄을 복구할  있다. 실제로 거미는 매일 거미줄을 보수하거나 새롭게 짓는다. 시간이 지나면 거미줄의 끈적한 성질이 줄어들기 때문에 효율적으로 곤충을 잡기 위해서는 새로운 거미줄이  필요하다.

미안한 마음을 덜게 되었다. 그러나 하루에   정도만 거미줄을 제거해야지,  번은 거미에게 가혹하다는 생각이 든다.

거미는 우리 삶에 크게 공헌하고 있다. 해충 처리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으니 우리 삶의 SECOM 셈이다. 그럼에도 거미는 보상은커녕 징그럽고 위험한 동물로 인식되어 있다. 뽀로로에도 거미는 나쁜 놈으로 등장한다. 거미는 억울하다. 전세계 어디에나 있는 거미는 남극대륙에는 없어서 펭귄을 구경한 적도 없는데...

기록의 나라 영국에 사람이 거미에 물려 죽은 기록은 없다고 한다. 의외다. 독거미가 있으나  독이 인간을 죽일  있는 정도는 아닌가 보다. 한국 역사에는 거미에 물려 죽은 사람이 있을까? 아마도 없을 듯하다. 미국에는 거미에 물려 히어로가  사람은 있다.

거미와 거미줄하면 연상되는 것이 있다. WorldWide Web이다. WWW 만든 사람은 영국의 과학자 Timothy Berners-Lee. 그가  세계를 연결하는 인터넷 네트워크를 처음 생각했을 , 그는 번째 사진 속의 이차원 나선형 거미줄을 염두에 두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삶에서 WWW 삼차원 거미줄을(번째 사진) 넘어서 우리 삶을 안개처럼(번째 사진) 감싸고 있는 듯하다. 어쩌면  나무를 휘감고 있는 거미줄처럼(번째 사진) 우리 삶을 빈틈없이 장악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정원사의 길은 고단하지만 생각이 있어 좋다. 찰스 다윈은 정원과 온실에서 곤충을 관찰하는 것을 즐겼는데, 나도 이러다가 [종의 기원]까지는 아니어도 [절지 동물의 기원] 정도는 쓰게 되는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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