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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우리 Jun 19. 2020

나를 누구라고 불러 주는가? Sir?

런던 라이프

나를 누구라고 불러 주는가? Sir?
  
  
The Crown에 보면 영국 여왕이 케네디 대통령 부부를 만날 때 긴장하는 모습이 나온다. 만난 이후에 케네디 부부가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몹시 신경 썼다. 반대로 케네디 부부는 여왕을 처음 만날 때 지켜야 하는 의전 프로토콜을 지키지 않았다. 어쩌면 일부러 무시했을 수도 있다.

여왕을 처음 만날 때는 ‘Your Majesty’라고 부르고, 다음에는 Ma’am이라고 불러야 한다. 여왕의 남편이나 로열 패밀리를 만날 때는 Your Royal Highness라고 부르고, 다음에는 남성의 경우에는 Sir, 여성의 경우에는 Ma’am이라고 불러야 한다. 재클린 케네디는 여왕에게 Your Majesty라고 제대로 말했지만, 필립 공에게 Your Royal Majesty라고 말했다. 케네디는 여왕에게 Your Royal Majesty라고 말했고, 남편에게 Your Grace라고 말했다.



앞으로 여왕과 왕실 가족을 만나게 되면, Your Majesty와 Your Royal Highness를 제대로 써야겠다. 상대편에서 원하는 대로 불러주는 것은 중요하니까 말이다.

한국의 학교에서는 남녀 무관하게 선생님을 선생님으로 부르고, 대학교에서는 교수님을 교수님이라고 부른다. 어느 대학에서 교수님을 선생님으로 불렀다고 화를 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우리 대학시절에는 교수님들이 스스로를 선생님으로 불러 달라고 했다. 나는 한국어에서는 선생님을 가장 명예스런 호칭으로 생각한다.

영국의 학교에서는 남자 선생님을 Sir라고 부르고, 여자 선생님을 결혼 여부와 상관없이 Miss라고 부른다. 영국 사립학교가 시작되던 500-600년 전에 귀족 가문의 학생들이 밑의 계급 선생님을 무시하는 일이 벌어지곤 했다. 그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학생들에게 선생님을 무조건 Sir라고 부르게 했다. 당시에는 선생님은 거의 남자였다. Sir에 대응하는 여성의 호칭은 Madam 또는 Ma’am인데, 여자 선생님은 웬일인지 Miss라고 칭하게 되었다. 일부 학교에서는 여자 선생님을 Ma’am으로 부르게 하지만, 그래도 대세는 Miss다.

큰 애 학교에는 자신을 Sir라고 부르지 말고, Mr라고 부르라고 하는 선생님이 있다. 12학년이나 13학년을 가르치는 선생님 중에는 학생에게 자신의 이름을 부르게 하는 분도 있다고 한다. 대학교에서는 프로페서, 닥터가 쓰이지만, 강사 중에는 자신의 이름을 불러 달라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선생님을 Sir나 Miss로 부를 때는 뒤에 이름을 연결시키지 않는다. Sir는 원래 왕으로부터 기사 작위를 받은 사람을 부르는 칭호다. 기사 작위는 데이비드 베컴, 알렉스 퍼거슨, 폴 메커트니, 알렉산더 플레밍이나 팀 버너스리 같이 영국을 빛낸 사람들에게 주어진다. 그들을 부를 때는 Sir 알렉스 퍼거슨하고 부르지만, 선생님을 부를 때는 그냥 Sir지 Sir 퍼거슨이 아니다. 선생님이 여러 명이 같이 있을 때는 Sir라고 부르면 알아들을 수가 없다. 그럴 때는 Mr Spencer라고 부른다.



러시아에서 좋은 것은 호칭의 단일성이다. 이름으로만 부르고, 친하면 이름의 애칭으로 부른다. 높여 부를 때는 이름과 부칭을 연결해서 부른다. 선생님을 부르거나 대통령을 부르거나 마찬가지다. 푸틴을 부를 때 블라지미르 블라지미로비치로 부르면 그만이다. 스탈린도 마찬가지였다. 쇼스타코비치도 스탈린을 이오세프 비사리오노비치라고 불렀다. 어떤 타이틀도 필요하지 않다.

나는 카자흐스탄에서는 영호, 유리, 유라, 미스터 윤, 가스빠진(Господин) 윤, Sir 등으로 불렸지만 내가 제일 좋아하는 호칭은 윤대표였다. 무엇을 대표한다는 의미가 좋았다. 그리고 다음으로 좋았던 호칭은 미스터 윤이었다. 나를 처음으로 Sir라고 불러준 사람은 인도인이었는데, 그는 과도하다 싶을 정도로 Sir를 자주 썼다. 나는 Sir가 좋지 않았다.

술집에서 만난 사람들은 날 유라라고 불렀다. 길을 가다가 여성이 나를 유라라고 부르면 그냥 못 들은 척하고 가던 길을 계속 간다. 뒤에서 누가 Sir라고 부르면 날 부르지 않은 것일 수도 있지만 그래도 꼭 뒤는 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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