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우리 Jul 23. 2020

셰익스피어와 인도, 해리포터와 홍콩

런던 라이프

셰익스피어:인도=해리포터:홍콩

셰익스피어*홍콩=인도*해리포터
 


‘당신은 인도와 셰익스피어 둘 중에 하나를 포기한다면 뭘 포기하시겠어요? (중략) 인도가 있든지 없든지, 우리는 셰익스피어 없이는 살 수 없어요. 인도는 언젠가는 어떻게든 우리 곁을 떠날 거예요. 그러나 셰익스피어는 떠나지 않을 거예요. 영원히 우리와 함께 할 거예요.’ 토마스 칼라일이 한 말입니다. 그의 말대로 인도는 영국을 떠났고, 셰익스피어는 영국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19세기에 두 차례 아편 전쟁(1839-42, 1856-60)이 있었습니다. 1차 아편전쟁이 끝난 1842년에 홍콩이 영국에 할양되었습니다. 1898년에 중국은 99년간의 홍콩 조차권을 다시 인정받았습니다. 영국이 지배하는 동안 홍콩은 금융의 중심이 되었고 아시아에서 가장 번영하는 곳이 되었습니다.

1984년에 영국과 중국은 홍콩의 반환에 대해 합의했습니다. 반환 후 50년간 기존 홍콩 체제 유지에 서명했고, 반환은 1997년 6월에 이뤄졌습니다. 큰 상실감을 느꼈을 영국은 공교롭게도 1997년 6월에 새로운 것을 하나 얻습니다. 그것이 바로 해리포터입니다.

영국의 북부 지역을 와보니 해리포터의 영향이 매우 큽니다. 요크의 샘블스(Shambles) 거리는 해피포터에 나오는 마술 제품 파는 거리의 모델이 되었고, 더함 대성당에서 해리포터가 촬영되었습니다. 가는 도시마다 해리포터 관련한 장소가 있습니다. 에딘버러는 말할 것도 없지요. JK 롤링이 해리포터를 에딘버러에서 썼다는 사실뿐만 아니라, 도시 전체의 고색창연한 분위기가 해리포터 영화 세트장을 연상시킵니다. 해리포터를 묘사하던 JK 롤링의 눈에 보였던 것이 에딘버러의 캐슬, 대학, 교회와 거리였기 때문일 것입니다.
  


에딘버러에 도착하면 스코틀랜드 억양을 많이 듣게 될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내게 처음으로 말을 건 사람은 ‘어디서 왔나요?’라고 물었습니다. 스코틀랜드가 아닌 중국인 억양이었습니다. 런던에서는 거의 듣기 어려운 질문입니다. ‘한국에서 왔는데요. 당신은요?’ ‘저는 홍콩에서 왔는데 에딘버러에 살아요.’ ‘왜 여기서 살게 되었나요?’ ‘해리포터를 좋아하거든요!’ 서로 웃고 헤어졌습니다. 그의 말을 농담으로 들었지만, 짐을 풀자마다 엘리펀트 하우스(Elephant House)를 찾아가 봤습니다.
  
엘리펀트 하우스에 대한 몇 가지 오해가 있습니다. 첫째 오해, 롤링의 집에 난방이 없어서 따뜻한 카페에서 글을 썼다. 롤링이 돈이 부족했던 것은 사실이나 난방비가 없는 정도는 아니었다고 하네요.

둘째 오해, 유모차에 아이를 태우고 다니다가 잠이 들면, 카페에 들러서 글을 썼다. 엘리펀트 하우스가 런던의 많은 카페처럼 주택가 조용한 곳, 공원 근처의 카페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시내 한복판에 있고, 주변이 유모차를 끌고 다니기에 좋은 환경은 아닙니다. 아이와 같이 갔을 수는 있지만 산책하다가 아이가 잠들면 들어간 곳은 아닌 것 같습니다. 책을 쓰러 일부러 찾아갔다고 보여집니다.

셋째 오해, 이제는 중국인 관광객으로 중국화 되었고, 커피나 음식 맛도 이상해졌다. 엘리펀트 하우스에 중국인이 많이 오고, 번잡하여 편안한 느낌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다만 엘리펀트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 처음부터 어느 정도는 동양적인 색채가 있었던 카페이며, 중국인 방문으로 좋았던 카페가 망가진 것은 아닙니다. 오래전부터 각종 코끼리를 팔고 있었습니다. 카페 로고도 왠지 태국 풍이 납니다.

엘리펀트 하우스는 롤링 이외에도 여러 작가들이 와서 글을 썼던 곳입니다. 엘리펀트 하우스가 좋은 점은 차나 커피의 맛이 아니고 위치입니다. 카페 안쪽에 앉으면 절벽 위에 세워진 에딘버러 성(Edinburgh Castle)이 잘 보입니다. 커피 한잔과 베이글 하나를 시켜 놓고 글을 쓰기에 이보다 좋은 곳은 없을 것입니다. 가끔씩 태국이나 중국 손님이 있었을 것이고, 그 손님 중에 한 사람을 보고 해리포터의 첫 키스 상대인 조 창(Cho Chang)을 생각해 냈을 것입니다.

영국 산업에서 매년 관광이 차지하는 비중이 190조 원에 달한다고 합니다. 그중에 얼마가 해리포터와 차지하는 비중이 6조네 9조네 말하고 있습니다. 어제는 해리포터 마지막 권이 세상에 나온 날입니다. 해리포터 시리즈는 막을 내렸지만 해리포터 경제는 계속됩니다. 셰익스피어와 인도를 바꾸듯이, 1997년 6월에 홍콩이 가고 해리포터가 왔습니다.

시위가 격렬할 때에 홍콩에서 ‘호그와트의 학생이 볼더모트의 부하(Death Eaters)를 무찌를 수 있다면, 홍콩 학생이 홍콩 경찰을 물리칠 수 있다.’는 피켓이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것은 홍콩 시위대가 요구하는 것이 ‘더 적은 간섭, 더 많은 자유’이기 때문입니다. 해리포터가 태어난 에딘버러에서 홍콩의 시위를 지지합니다.


작가의 이전글 큐 가든과 버지니아 울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