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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우리 Jul 26. 2020

피쉬 앤 칩스와 세인트 앤드루스

런던 라이프

피쉬 앤 칩스와 세인트 앤드루스
    
    
피쉬 앤 칩스(Fish and Chips)는 영국의 북쪽으로 올라갈수록 맛있다고 페북 친구분들이 말씀 많이 해주십니다. 런던에서 북쪽으로 올라오면서 먹어 보니 실제로 그런 것 같습니다. 여행이 길어지니까 피곤해서 모든 것이 맛있어지는 걸까요? 세인트 앤드루스에서 바람, 러프, 벙커와 싸우는 골프 후에 먹으면 무엇인들 맛있지 않겠습니까?

영국을 대표하는 음식인 피쉬 앤 칩스는 튀긴 대구, 감자칩, 완두콩이 같이 나오는 음식입니다. 대구를 반죽한 후에 튀기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넓은 의미로는 생선 요리와 감자칩이 같이 제공되면 모두 피쉬 앤 칩스입니다.

왜 북쪽이 더 맛있을까요? 날씨와 연관되었다는 설도 있습니다. 추울수록 맛있다고 하기도 하고, 북쪽 지역이 튀기는 것을 잘한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북쪽이 더 맛있는 것이 입증된 것은 아닙니다. 하여간 영국 남부에서 북부로 올라가면서 먹는 피쉬 앤 칩스는 함경도에서 백김치를 먹으면서 내려오다가 전라도에서 갓김치를 먹는 맛이라고나 할까요?



어제 그저께인 7월 23일은 에이미 와인하우스(Amy Winehouse)가 27세의 나이로 죽은 날입니다. 예전 제 차에는 CD가 딱 한장 있었는데, 에이미 와인하우스 음반이었어요. 우리 아이들은 에이미 와인하우스 음악을 너무 많이 들으면서 자랐죠. Rehab, Tears Dry on Their Own, Love is a Losing Game, Stronger than me를 다 외우고 있습니다. 에이미 와인하우스는 런던의 캠든(Camden) 지역에서 살았고, 그곳에 동상도 있습니다. 런던에 있다면 7월 23일에 그곳에 갔을 텐데, 아쉽네요.

에이미 와인하우스의 가사는 밝거나 낭만적이지 않은데 음악은 희한하게 신이 납니다. 그녀의 소울(Soul)은 다른 재즈 가수의 소울과 신비하게 다릅니다. 어떤 부분에서 Killing me softly with His Song을 부른 로버타 플랙(Robert Flack)고 비슷하기도 한데, 전체적으로는 너무 대척점에 있습니다. 로버타 플랙은 둥글둥글하고 긍정적인데, 에이미 와인하우스는 날카롭고 부정적이죠. 흑인의 소울과 다른 에이미 와인하우스의 소울은 어디서 온 것일까요?

에이미 와인하우스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유대인 아버지와 유대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습니다. 어린 시절 유대교 주일학교를 다녔고, 본인이 유대인이라는 것이 자랑스럽다고 말했으며, 가족끼리 유대 음식을 먹을 때 가장 행복하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본인이 종교적 신념을 드러내지 않았기 때문에 유대인이라는 사실이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런던의 유대인 뮤지엄에서는 에이미 와인하우스를 주제로 한 전시회도 하고 그랬습니다. 그녀의 소울에 어떤 형태든 유대인의 정서가 있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요? 에이미 와인하우스의 증조 또는 고조할아버지가 벨라루스의 민스크 지역에서 영국으로 건너온 유대인입니다.

우리가 유대인이라고 통칭하는 유대인은 계통이 여럿입니다. 주요 계통으로는 아쉬케나지, 미즈라히, 쉐파디가 있습니다. 독일과 동유럽 일대에서 살았던 유대인을 아쉬케나지(Ashkenazi) 유대인이라고 하는데, 전 세계적으로 천만명 이상이 있습니다. 이스라엘을 비롯한 중동 일대에 살던 유대인을 미즈라히(Mizrahi) 유대인이라고 하며, 전 세계에 4.6백만이 있습니다. 그리고 스페인, 포르투갈, 이베리아 반도 인접 지역에 살던 유대인을 쉐파디(Shephardi) 유대인이라고 하는데, 전세게에 2.5백만 명이 있습니다.

인류 역사상 최대 비극인 홀로코스트 피해자 대부분은 독일, 북유럽과 동유럽에 살던 아쉬케나지 유대인이었고, 에이미 와인하우스가 아쉬케나지 유대인입니다. 영국 역사에서 유일한 유대인 총리였던 벤자민 디즈레일리(Benjamin Disraeli, 1804-1881)는 이베리아 반도에서 온 쉐파디 유대인에 가깝습니다. 디즈레일리도 에이미 와인하우스처럼 어린 시절 부모님을 따라 마지못해 유대교 생활을 했지만, 그 이후에는 종교 생활을 하지 않았습니다.

피쉬 앤 칩스 이야기를 하다가 왜 갑자기 유대인 이야기를 하냐고요? 피쉬 앤 칩스가 바로 쉐파디 유대인의 음식이기 때문입니다.

유대인은 금요일 저녁부터 토요일 저녁까지를 안식의 시간(샤밧 Shabbat)으로 삼아 일을 하지 않습니다. 여기에서 말하는 일은 쟁기질하는 것, 씨 뿌리는 것, 바느질하는 것, 불을 켜는 것, 불을 끄는 것을 포함하여 크게 39가지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거나 전철에서 교통카드를 터치하는 것은 불을 켜거나 끄는 일에 해당하여 하지 않습니다. 집안에서 요리를 위해 가스불이나 전기불을 켜거나 끌 수 없으며 전등도 켜거나 끌 수 없습니다. 샤밧을 지키는 직장인이나 학생은 금요일이면 일찍 집에 가야 합니다. 특히 겨울에는요. 해가 지면 전철이나 버스를 이용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샤밧 기간에 불을 켜서 음식을 만들 수가 없기 때문에 금요일 낮에 피쉬를 튀겨 놓았다가 금요일 저녁, 토요일 아침과 점심을 먹는 겁니다. 고기 튀긴 것과 달라서 생선 튀긴 것은 차가운 상태에서도 맛있거든요. 어쩌면 차가울수록 더 맛있는 것이 튀긴 생선 요리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니까 피쉬 앤 칩스가 북쪽 지역에서 더 맛있다는 걸까요? 우리 어린 시절 제사 음식이었던 명태 부침계도 다음 날 차가운 상태에서 더 맛있었던 것 같습니다.

영국의 학교에서는 금요일 급식은 거의 피쉬 앤 칩스입니다. 금요일을 그래서 Fish Friday라고 합니다. 예전 기독교인은 금요일에 예수님이 돌아가셨기 때문에 붉은색 고기를 기피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금요일에는 야채와 흰 살 생선을 먹었습니다. 그런 풍습이 유대인에 의해 전래된 피쉬 앤 칩스와 결합하여 금요일 학교 급식이 피쉬 앤 칩스가 된 것입니다. 유대인 학생들 지못미입니다. 금요일 점심부터 토요일 점심까지 계속 피쉬 앤 칩스를 먹어야 하는 것인가요?

아침에 스코티쉬 브랙퍼스트를 먹고 페어몬트 골프 클럽에서 골프를 쳤습니다. 7개의 세인트 앤드루스 링크스 골프 코스 중에 가장 좋다는 캐슬 코스 옆에 있는 프라이빗 코스가 페어몬트 골프 코스입니다. 링크스 골프장의 특징을 그대로 살리면서 인랜드 골프장 요소를 중간에 섞어 놓았습니다. 한국 골퍼가 가장 좋아할 골프장일 듯합니다. 3년 전쯤에 모리셔스의 포시즌 골프장에서 골프를 치면서 참 좋다고 생각했는데, 세인트 앤드루스 페어몬트 골프 코스는 그곳의 100배쯤 좋아 보입니다.

골프 후에는 시내에 나가서 피쉬 앤 칩스를 먹었습니다. 전통적 피쉬 앤 칩스를 많이 먹은 것 같아, 좀 이단적인 걸로 먹어 보았습니다. 역시 피쉬 앤 칩스는 세인트 앤드루스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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