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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양선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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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monfresh Dec 03. 2020

선생님도 모르는 것

나는 아무리 생각을 해도 모르겠는 게 있다.
시간이 그렇고 생명이 그렇다.
 
시간은 도대체 무엇인가?
실재하는 것인가 허상인가,
물리적인 것인가 심리적인 것인가,
절대적인 것인가 상대적인 것인가.
 
생명이란 또 무엇인가!
실체인가 현상인가,
산다는 건 무엇이고 죽는 것은 무엇인가,
영혼은 실제 있는 것일까,
몸과 일체인가 분리 가능한 것인가,
 
우주도 그렇다.
공간인지 시간인지,
빛인지 어둠인지,
시작도 없고 끝도 없는 무한이란 무엇인지
이리저리 생각을 해 봐도 모르겠다.
 
아이러니한 것은 아직도 이런 것을 몰라하고 있는 내가 아이들에게는 시간이니 생명이니 우주니 하는 것들을 가르쳤다는 것이다. 본질에 대한 것은 아니고 현상, 방법, 태도 등 현실적인 것들이었다. 시계 읽는 법, 공부 시간과 쉬는 시간의 구분, 방학 동안의 일일 시간 계획, 그리고 병아리, 개구리, 나비의 한살이, 사람의 일생, 생명을 대하는 태도, 시간과 생명과의 관계,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라는 별, 해와 달과 태양계와 은하수, 그리고 끝없이 넓은 우주 등이다. 대부분 내가 설명할 수 있는 범위에 있었지만 간혹 아이들이 그 범위를 넘어서는 질문을 하기도 했다. 사람은 영혼이 정말 있는 것인지, 죽으면 천국이나 지옥에 가는 것인지, 우주에 외계인은 있는지 없는지 그런 것들이다. 나는 그때 아이가 만족하는 대답을 하지 못했고 지금도 그 답을 모른다.
 
아마 나는 시간이 뭔지도 모른 채 평생을 살 것이고, 영혼이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는 채 죽을 것이다. 그러나 무얼 어쩌랴, 지금까지 살아보니 그런 것들을 알고 모르고 보다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한 것을. 사는 게 보통은 그렇고 그런 날들이었지만 큰 기쁨도 몇 번 있었고, 큰일이라 할 일도 더러 있었다. 큰 파도가 올 땐 큰 파도를 넘고 작은 물결이 올 땐 작은 물결을 넘어야 한다.


나는 시간을 대부분 어떤 사건과 그에 얽힌 감정으로 기억한다. 국민학교 때 설레던 운동회, 대학에 입학해서 집을 처음 떠난 일, 결혼과 출산, 이사와 전근 등으로 기억을 하는 것이다. 이처럼 시간은 어느 때에도 있었고 어디에든 있었다. 그리고 그 시간은 흘러갔어도 그 느낌과 감정은 마음에 남아있을뿐더러 어떤 것들은 현재까지 나에게 영향을 주고 있으니 이를 일러 그 시간들이 사건과 함께 흘러갔다고 할 것인가 남았다고 할 것인가.

 

이렇게 모든 것이 모호한 상황에서도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이 있다면 나의 시간이 유한하다는 것이다. 모든 생명이 다 그렇듯이 말이다.  그래도 나는 지금까지의 내가 지나온 시간들에 대체로 만족하고 감사한다. 또한 앞으로 남은 시간도 좋은 사건, 좋은 감정들로 채우기 위해 힘쓸 것이고 그렇게 되기를 희망한다.

 

#생각_한_컷

#양선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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