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lemonfresh Apr 11. 2023
어제 2층에 올라갔는데 5학년 정선생님이 재@이랑 이야기를 하고 있다가 저게 말합니다.
“선생님! 재*이도 가게 될 것 같은데요?”
“재*이? 어디를요?”
“전학요. 재@이 전학 간다는데?”
(재@이는 5학년에 다니는, 재*이의 형입니다.)
그래서 교실에 와서 물어보았습니다.
“재*이 전학 가니?”
“네.”
“언제?”
“월요일요.”
* * *
오늘 아침에는 와보니까 교실에 커다란 바구니가 있고 재*이는 아침자습도 내 몰라라하고 컴퓨터를 하고 있었습니다.(당시 우리 학교 교실에는 학생용 컴퓨터가 두 대씩 있었습니다.)
“저 바구니는 뭐냐?”
“재*이 쓰던 물건 가져갈 바구니래요.”
전학 월요일에 간다고 하지 않았나? 그런데 계획이 조금 앞당겨졌다고 합니다.
“그래? 재*이는 짐 안 싸고 컴퓨터만 하는데?”
그 말을 듣더니 보현이가 다른 애들을 쳐다보며 ‘우리가 싸주자.’합니다.
재*이가 제일 좋아하는 친구인 보현이, 언제나 재*이 편들어주던 양*, 조폭 마누라 은*, 큰 관심 없던 서*, 옳고 그른 것을 따지기를 좋아하는 수*, 여자애들이 모두 나서서 물건 정리를 도와주었습니다. 사물함을 정리하고, 책상속도 정리하고. 그리고 재*이에게 모두들 편지를 써주기로 하였습니다.
* * *
재*아 안녕? 나 서*이야.
그 때 내가 때려서 미안해.
(네가 전학 가서) 내가 너무 섭섭해.
전학 가서도 (거기 아이들에게) 심술궂게 굴지 마. 알았지?
그리고 우리 잊지 마.
선생님도 잊지 마.
우리는 널 절대 안 잊어.
우리 있다 사진 한방 ‘찰칵’ 찍자.
그럼 안녕!
(서*이는 있다가 사진 찍자 하더니 갑자기 머리가 아파서 사진도 못 찍고 헤어지는 인사도 못하고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재*아 안녕?
어저께는 미안해.
그런데 (네가) 갑자기 전학을 가게 돼서 무지 섭섭해.
내가 1학년 2학기 때 전학을 왔을 때 너랑 짝이 돼서 좋았어.
너는 1학년 때도 말썽꾸러기였는데 2학년 때도 말썽 꾸러기여서 정신이 없었어.
이렇게 전학을 가게 되어 섭섭하다.
전학을 가서도 잘 지내.
승* 씀
(승*이랑 재*이랑 어제 코피가 나게 서로 싸웠습니다. 물론 전학 가는 줄 모르고. 그래서 승*이가 미안해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승*이는 수학은 잘하지만 말하거나 글 쓰는 데는 자신이 없는 아이인데 오늘은 진심에서 우러나오니까 제법 길게 썼습니다. 시간도 오래 안 걸리고 술술…….)
재*아, 나 은*야.
말썽쟁이 재*이가 전학을 간다니 참 안타까워.
너는 귀엽고 착한 아이야.
그동안 나에게 잘 해준 것 고마웠어.
안녕!
너 잊지 않을게.
9월 14일 수덕 초등학교 친구 은* 씀
(은*도 1학년 때 전학을 왔습니다. 그러니 전학 가는 마음을 잘 알겠지요. 엊그제 서울 가서 줄서는 짝을 재*이랑 은*랑 지어주었었는데 그동안 재*이가 짝을 했던 여자이들 중에서 제일 시끄러운 조합이었습니다. 보*이 말은 재*이가 스스로 잘 들으니까 문제없었고, 양*는 맨날 ‘재*이 착하다.’ ‘재*이 귀엽다.’ 하니까 좋았고, 서*이는 별 관심 없으니 피차 상관할 것 없고, 수*는 자기 똑똑하게 자기가 상관할것과 안할 것을 구분했는데, 은*는 굳이 천방지축인 재*이에게 규칙을 지키게끔 하려고 닥달하는 소리에 조용할 날이 없었습니다. 아이들이 은* 별명을 왜 '조폭마누라'라고 부르는지 알 만 했습니다. 그래도 은* 생각에 재*이는 귀엽고 착한 아이라는군요. 재*이가 조금만 잘 했어도 은*가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을텐데...)
재*아 안녕?
전학 가면 친구들을 못 보니까 이따가 좀 놀고 집에 가.
전학 가서 힘들겠다.
(성*, 헤어지기 전에 같이 놀자는 말. 그래, 같이 노는 게 친구지. 재*이가 제일 반길 말이네.)
안녕, 안녕, 재*아 안녕!
나 윤*이야.
나는 네가 전학 가는 게 너무 아쉬워.
그리고 난 널 잊지 않을 거야.
네가 전학을 가도 나는 정말 네가 좋아.
네가 있을 때는 정말 재미있었는데 전학을 가니까 너무 슬퍼.
안녕. 잘 가!
나는 네가 좋아. 날 잊지 마
(서울로 현장학습을 갔을 때 버스 안에서 재*이와 윤*이가 주먹다짐을 했었습니다. 재*이가 가장 친한 윤*이 주먹에 얼굴을 맞은 게 분해서 눈물이 뚝뚝 떨어졌지요. 다시 투닥거리고 노는데 채 30분도 안 걸렸지만 말입니다.)
재*아 안녕?
네가 다른 학교로 간다고 하니까 너무나도 섭섭하구나.
귀염둥이 말썽쟁이. 전학을 가면 얼마나 슬플까?
네가 없으면 재미도 없을 텐데.
너 전학 가지마.
너 꼭 우리 집에 전화해.
나한테 편지 많이 보내.
꼭 전화, 편지 보내. 꼭
빠이 ㅠ.ㅠ ㅜ.ㅜ ....
(보*이 편지. 전학 간다는 소리를 듣고 계속 ‘에구... 불쌍한 것’ 하더니, 집에 갈 때는 복도 끝 출입문 앞에서 ‘우리 애기 빨리 와.’하면서 재*이를 기다려 주었습니다. 사진 찍을 때도 재*이 옆에서 찍었고요. 다른 애들 말이 보*이는 (재*이가) 사랑하니까 잊지 않을 거고 우리는 잊을 지도 모른다고 하더군요.)
재*아 안녕? 나 양*야.
네가 갑자기 전학을 간다니까 섭섭하다.
처음에는 좀 얌전했는데 좀 지나고 보니까 말썽쟁이가 되어서 우리를 많이 괴롭혔지.
그런데 전학을 가다니 뚝뚝뚝 눈물이 난다.
농담이야. 크크크... 웃는 모습으로 보내줄게.
(양*가 그동안 재*이에게 참 잘해주었지요. 뭐든지 나눠 쓰고 챙겨주고 빌려주고…….)
재*아 안녕?
너 홍남초등학교로 간다며?
어제 네가 갑작스럽게 전학을 간다고 해서 너무 섭섭했어.
휴~ 그럼 나는 어떡해?
그 대신 거기서 착하고 좋은 짝꿍 만나.
바이 바이~!
(지금 현재 짝꿍인 수*입니다. 자주 재*이한테 ‘너는 그것도 모르니?’하고 야단치더니 전학을 간다니까 자기는 짝이 없어서 어떡하느냐고 하는군요.)
* * *
아이들 편지를 다 읽어 주고 나서 모아서 큰 봉투에 넣어주었습니다.
“선생님 선*는 어떡해요?”
선*는 종교적인 이유로 토요일은 학교에 오지 않는 아이입니다.
“뭘 어떡해?”
“선*가 제일 좋아하는 친구가 재*이 인데 오늘 전학 가는 것도 모르고 인사도 못하잖아요.”
선*도 얼마 전에 전학을 온 아이입니다. 선*가 처음 전학을 오던 날 재*이가 선물로 자기 장난감을 선* 신발에 몰래 넣어놓았었습니다.
“그래도 할 수 없지 뭐.”
재*이보고 선*에게 전화 한번 해 주라고 일렀습니다.
* * *
집에 보내기 전에 제가 재*이를 불렀습니다.
“재*이 전학 가서 서운하다. 그 학교는 아주 크니까 아이들이 많을 텐데…….”
“네. 한 반에 30명도 넘는대요.”
“가서 학교 잘 다니고, 새 친구들 잘 사귀고, 선생님 말씀 잘 들어야 한다.”
“네.”
제가 혼자 생각을 하였습니다.
‘네가 큰 학교 사정을 잘 몰라서 그렇지 거기서는 하나하나 신경 써 주기가 힘들 텐데. 그리고 어차피 엄마 아빠가 여기에서 가게를 하시는데 왜 학기 중에 굳이 전학을 가게 하는지 모르겠구나…….’
저도 학기 중간에 전입생 받는 적 여러 번 있었는데 그렇게 중간에 오는 아이들은 처음부터 정들였던 아이들이랑은 아무래도 같을 수가 없었거든요. 다른 건 몰라도 함께 보낸 시간을 어쩔 수가 없기 때문이지요. 꼭 내 자식하나 남의 의붓자식으로 들여보내는 심정입니다. 새끼 돼지 한 마리 잃어버린 사람처럼 허전하기도 하고…….
2002. 9.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