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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monfresh Aug 02. 2023

남궁옥분을 듣다

사랑 사랑 누가 말했나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노래를 듣고 있었는데 마침 흘러나오는 노래가 ‘사랑 사랑 누가 말했나’였다. 특유카랑카랑한 목소리가 귀에 들어왔다. 사람은 나이가 들어도 녹음된 목소리는 나이가 들지 않는다. 언제 들어도 몇 번을 들어도 그 당시의 목소리를 변함없이 들려준다.      


오랜만에 듣는 노래는 마치 어제 들었던 듯 익숙했지만 또 전에 들을 때는 느끼지 못했던 감상들떠올랐다. 우선 노래를 그렇게 잘 불렀다는 것에 놀랐다. 음정이나 박자가 저렇게 정확하고 절제되었다니 어떻게 사람이 부른 노래가 저럴 수 있을까? 또한 힘 있게 부르는 데도 힘들게 느껴지지 않았고 특히 고음 올라갈 때 음이 떨리거나 휘지 않고 아주 깨끗했다.     


나는 지난봄에 한번 마이크를 잡고 노래를 부른 적이 있다. 정말 오랜만이었는데 그때 내가 좀 놀란 것이 있다. 고음으로 올라가야 할 순간에 대응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배에 힘을 주고 소리를 높였어야 했으나 그게 안 되어서 그 부분을 가성으로 불렀다. TV 오디션 프로그램을 볼 때 들었던 말이 그제서야 이해가 갔다. '노래를 힘 있게 부른다'는 게 그런 것이었구나. 


남궁옥분의 노래에서 또하나 특징적인 것은 어떤 음을 표현하는데 가요에서 흔히 있을 법한 장식이나 꾸밈이 없다는 것이었다. 음의 높낮이 이동에도 바로 해당 음을 정확하게 냈다. 앞뒤 군더더기가 하나도 없는, 그런 깔끔한 노래였구나. 정말 저 정도면 일상적 영역이 아니고 예술적영역에 있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이런 걸 보고 세련洗練 되었다고 하는 거구나. 그전에 들을 때는 그런 줄을 몰랐는데 왜 갑자기 알아졌는지는 모르겠다.      


그리고 또 하나 예술적인 것은 발음이었다. 외국인 학생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쳐본 입장에서 볼 때 저런 발음은 정말 귀하다. 한 음 한 음 대충 넘어간 발음이 없고 그 적확한 조음에는 감탄이 절로 나왔다. 나도 따라서 노래를 불러보았지만 일부러 정신을 차리고 해도 그만큼의 발음을 하기는 어려웠다.      


집으로 오는 동안 노래를 서너 번 반복해서 들었다. 잘 들으려고 했던 부분을 놓쳤거나, 따라 부르다가 가사를 틀렸거나, 그냥 더 듣고 싶었거나, 노래를 다시 들을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었다. 여러 번 들어도 감동은 줄어들지 않았다. 저녁을 먹고 유튜브에서 ‘남궁옥분’을 검색해 보았다. 최근 영상이 1년 전 것이었다. 라이브 영상은 아무래도 밀하게 다듬어진 음반과는 달랐다. 놀라운 깔끔함은 덜했고 노래는 훨씬 인간적이었다. 그래도 아쉽지는 않다. 어차피 피차 상관없을 일이다. 나는 언제든 예전에 녹음된 노래를 들을 수 있고, 남궁옥분은 현재의 자신을 살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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