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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monfresh Jan 25. 2021

Young Forever

저녁을 먹고 TV를 켰다. 얼마 전에 TV가 고장이 나서 새로 구입한 뒤로 새로운 취미가 생겼다. TV로 유튜브 영상을 보는 것이다. 요즘은 주로 BTS(방탄소년단)의 노래를 보는데 오늘은 문득 생각이 나서 '사이먼  앤 가펑클'을 찾아보았다. 여러 개의 파일이 검색되었다. 그중 1981년 뉴욕 센트럴파크에서 했던 공연이 있었다. 가펑클은 청바지에 셔츠, 조끼를 입었고, 사이먼은 흰 티셔츠에 검은 수트를 입고 기타를 메고 있었다. 기본적인 조명 이외의 무대장치도 없었고, 무대 뒤 쪽으로 밴드가 있었으나 생각보다 간단한 인원이었다.
 
키가 큰 가펑클과 키가 작은 사이먼이 센트럴파크를 가득 메운 청중들을 향해 서서 노래를 불렀다. 귀에 익은 하모니가 울려 퍼졌다. 그들의 표정은 웃음기 없이 진지하나 무겁지는 않았다. 또한 힘껏 소리 질러 부르지도 않았다. 그러한 꾸밈없는 모습이 아름답게 보였다.
'저이들은 정말로 '노래'를 하는구나!'
그저 노래할 뿐 다른 것은 없었다. 노래를 한다는 것이 원래 저런 것일 터이다.
 
몇 개의 파일이 재생되고 나서 다른 파일이 또 열렸다.
'뭐지? 분명히 사이먼과 가펑클이 맞는데... '
찾아보니 2011년 라이브 영상이었다. 사람은 그 사람들이 맞는데 먼저 영상에서 느꼈던 것과 많이 달랐다. 목소리도 그랬다. 먼저 영상보다 30년 후의 모습이니 그럴 만도 했다.

나는 처음에는 놀랐고 그다음엔 슬펐다. 세월이 사람들에게서 가져가는 것이 무엇인지 아무 설명 없이 알 수 있었다. 전에도 클리프 리처드의 노래를 찾다가 세월의 흔적에 깜짝 놀란 적이 있다. 그러고 보면  트윈폴리오도 조용필도 박인희도 모두 그랬다.
'TV 속에 사는 이들도 다들 그렇구나.'
나는 그럴지언정 그들은 그렇지 않을 줄 알았는데...
 
BTS 노래를 다시 찾아보았다. 외국의 노인 셋이서 손녀(?)가 틀어준 BTS 뮤직비디오를 보는 영상이 있었다. 노래는 앨범 화양연화 epilogue 인 Young Forever이다.  
 
소년들이 노래한다.
"오늘의 나로 영원하고파
 영원히 소년이고 싶어 나
 Forever we are young
 나리는 꽃잎 비 사이로
 헤매어 달리네 이 미로"
 
노래가 끝나자 노인들이 말한다.
 "누구나 그래."
 "나도 그렇지."
 "마치 내 마음을 노래한 것 같아."
 
노래에서 소년들이 말했었다.
Forever (ever ever ever)
꿈, 희망, 전진, 전진
Forever (ever ever ever)
We are young
 
그런데 소년들이 모르는 게 있다. 이미 육십 년을 헤쳐 나온 우리도 '전진 전진'이라는 것을. 아직 미로 속에 있다는 것을. 미로를 벗어나는 순간 이 게임은 끝이며, 뒤로는 갈 수 없는 것이 이 미로의 절대 규칙이다. 그래서 사이먼도 가펑클도 시간의 방향을 따라가고 있는 것이다. 다만 소년들은 아직 미로 속에 깊이 들지 않았고 나아갈 길을 찾아 헤매어 달리지만 미로의 규칙을 깨달은 이들은 내달리지 아니하고 그저 지날 뿐이다.

결국 출구에는 누구나 다다르게 된다. 그래서 이 게임은 출구를 먼저 찾는 것이 중요하지 않고 그 안에서 거치는 모든 과정이 중요하다. 승자도 패자도 없는 일종의 롤 플레잉 게임인 셈이다. 앞에 남겨진 미로가 어떠할지 모르기는 누구나 마찬가지다. 결말이 정해져 있는 게 아니라서 끝날 때 까지는 아무도 그 엔딩을 모른다. 소년들의 노래가 귓가에 맴돈다.
'Forever we are young
 나리는 꽃잎 비 사이로
 헤매어 달리네 이 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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