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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양선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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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monfresh May 09. 2024

내 정원에서는 편히 쉴 수 없다.

지난 휴일 동안 집 마당에서 풀을 뽑았다. 풀 뽑는 것은 재미있지만 어렵다. 재미있다는 것은 손길 닿은 데가 깨끗해지는 과정과 그 결과에서 얻는 느낌이고 어렵다는 것은 꽃풀뽑히지 않게 가려서 뽑아야 하는 복잡성과 쭈그린 자세로 계속 있어야 하는 어려움이다. 뜨거운 햇볕과 흙에 얼굴과 손이 거칠어지는 지는 것도 어려움 중 하나이다.


시골에 집을 짓고 사는 것은 아파트에 살던 시절의 로망이었다. 전원주택을 짓고 나면 마당에서 바비큐 파티를 하거나 나무 그늘에서 차를 마시거나 할 줄 알았다. 물론 그렇게 할 수 있다. 그러나 몇 번 하고 나니 시들해졌다. 식사는 주방 식탁에서 하는 것이 편리하고 차도 거실 창가에서  마시는 게 좋다.


일단 마당에 나가는 순간 휴식이 아니라 일거리가 눈에 띈다. 이쪽도 풀이 수북하고 저 나무 아래도 심란하다. 풀 뽑는 일은 해도 해도 끝이 없다. 그 생명력이 참 감당이 안 된다. 그러니 어느 그늘 아래서 한가히 차를 마시겠는가. 들고나갔던 찻잔도 한쪽에 놓아두고 호미부터 찾게 된다. 그렇게 해도 마당을 깨끗이 관리하는 것은 요원하기만 하다.


그래서 내 정원에서는 한가로이 쉴 수가 없다. 정원사가 따로 있다면 몰라도. 사실 나는 남편이 스스로 정원사가  줄 알았다. 처음에는 그렇게 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퇴직하고 가한 시간도 많아진 시점에서 남편이 자기의 정원에서도 은퇴를 했다. 이건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고 ‘퇴직 후 소일거리가 필요하다.’ 던 본인의 말에도 매우 상치되는 것이다. 그럴 거면 왜 편리한 시내 생활을 놓아두고 이 구석에 들어와 살자고 했단 말인가? 심지어 요새는 내가 마당에서 풀을 뽑고 있어도 자기는 거실에서 TV를 보면서 모른 척한다. 전에는 내가 풀이라도 뽑을라 치면 ‘얼굴 타고 손 거칠어진다.’고 말리던 남편이 나 혼자 풀 뽑게 내버려 두다니 이걸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모르겠다.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는 말은 들어봤어도 믿었던 남편이 풀 뽑기를 내게 시킬 줄은 꿈에도 몰랐다.


지난 주말에도 외발 수레에 세 번 실어 나를 정도의 풀을 뽑았다. 중간에 잠시 쉬면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어디를 보아도 마음이 편치 않다. 그래도 이미 정리된 쪽을 보며 위안을 삼았다. 내 정원에서 맘 편히 쉬기는 참 어렵다. 관리를 잘하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포기하고 내버려두기도 어려운 까닭이다. 


그리고 내게는 포기하기 어려운 게 또 있다. 마당에 꽃이 피고, 비가 오고, 낙엽이 지고, 눈이 내리는 풍경이다. 남편은 소일거리를 위해 전원주택이 필요했는지 몰라도 나는 그런 것들을 기대하고 따라온 것이었다. 직접해보니 마당이 있는 집에 사는 것은 재미있고 또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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