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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양선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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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monfresh Feb 10. 2021

좀 더 어른

설 연휴를 앞두고 퇴근길에 교무실에 들렀다. 교감선생님과 교무 선생님이 새 학기 준비로 바쁘게 일하고 있었다. 그래서 내가 인사를 했다.
"수고하셨습니다. 저는 먼저 퇴근하고 다음에 한 살 더 먹고 오겠습니다."
그제야 두 사람이 컴에서 눈을 들고 웃었다.
"아이구 한 살 더, 그렇네요. 명절 잘 쇠셔요."
"네. 두 분도 명절 잘 쇠세요. 좀 더 어른이 되어 돌아올게요."

설이 지나면 나는 환갑이 된다. 정말 나는 어른이 될까? 설 연휴 며칠 만에 완수하기로는 미션이 너무 크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다행이었다. '좀 더 어른'이 되겠다고 했지 '진짜 어른'이 되겠다고는 하지 않았다. 그 정도면 지킬만한 약속이 될 것이다.
"휴, 다행이네."
하마터면 제대로 하지도 못할 숙제를 떠벌이는 사람이 될뻔했다.

이제 곧 3월이 되어 헤어지고나면(나는 다른 학교로 발령을 받았다) 내가 정말 어른 다운 어른이 되었는지 그이들이 두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래도 나는 이제 정말 어른이 되고 싶다. 사소한 일에 흔들리지 않는, 연륜에서 터득한 지혜를 갖춘, 너그럽고 아름다운 그런 어른이 되고 싶다. 이번 설 동안 이루기는 어렵지만 이번 설부터 이루면 죽기 전에는 되지 않겠나!    ^^

#양선생각
#소소한_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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