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아, 옆 아파트를 사 주오~!

by lemonfresh

약 이십 년 전에는 내가 아파트에 살았었다. 결혼 이후 이십 년 넘게 아파트에 살았다. 그러다 어느 날 마음에 바람이 불어 시골에 집을 짓고 들어와 산지가 또 거의 이십 년 가까이 된다. 그때는 아파트를 벗어나는 게 로망이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하지 않고 당시 가진 것을 최대한 끌어모아 희망사항을 현실로 만들었었다.


지금은 손주들을 키우느라 다시 아들네 아파트에 들어와 살고 있다. 그런데 그게 또 아주 편리하고 좋다. 동선과 수납이 여간 잘 짜여지지 않았다. 앞에는 준비대, 옆 돌면 조리대, 뒤 돌면 개수대, 다른 쪽 옆엔 냉장고, 세 발짝 옆엔 다용도실이다. 다용도실은 식재료 보관도 하고 세탁 및 건조기가 있다. 식탁은 준비대 바로 앞이어서 음식을 건네주기만 하면 바로 식사가 가능하다. 내가 하는 일은 거의 몇 발짝 안에서 다 해결되는 셈이다. 어쩌면 이 효율은 공간이 작아서 그런 것일 수도 있다.


내가 가끔 남편에게 농담을 한다.

"여기 옆에 집 나면 당신이 좀 사세요."

지금 남편이 따로 있어서 양쪽으로 신경이 분산되는데 남편이 옆 집에 살면 정말 좋겠다. 이게 돈이 없어서 농담이지 옆집을 살 돈이 있다면 진담이 될 것이다.


물론 남편은 자기 생전에 아파트로 다시 나오지는 않을 것이다. 평상시 내게 말하기를 자기 있을 때까지는 주택에 살고 나중에 자기 없을 때에는 아파트 나가서 살라고 했었다.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하지 않았다. 나는 내심 남편이 없어도 그 집에서 여생을 보낼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지금은 생각이 좀 바뀌는 중이다. 살아보니 아파트가 여간 편리하지 않다. 아파트에 살고 있을 때에는 그걸 깨닫지 못했던 거다. 그리고 나이를 먹을수록 한적한 시골 보다 사람들이 많은 곳이 좋아진다. 병원 기차역 도서관 마트가 다 돌레돌레 있다. 남편이 옆 집을 사면 진짜 좋겠다. 그래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거다. "님아, 옆 아파트를 사 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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