닮고 싶은 사람

유쾌한 홀 매니저

by lemonfresh

예산 삽교 곱창거리에 우리가 가끔 가는 곱창집이 있다. 돼지 곱창인데 구이도 있고 찌개도 있다. 1인 메뉴로 개발된 국밥도 있다.

그 집에서 일하는 한 청년이 있는데 인물도 좋고 늘 유쾌하다. 사람은 어느 테이블에 어떤 서비스가 필요한지 보고 능동적으로 대처한다. 일하는 사람이 여럿이지만 아마도 그 사람이 홀 매니저 역할을 하는 듯 싶다

메뉴가 메뉴인만큼 손님들이 거의 중년이상이고 시골 노인분들이 많다. 언젠가 보니 그 홀 매니저가 한 무리의 노인분들 테이블에서 주문을 받고 있는데 매우 친근한 말투로 보아 그 사람이 아는 동네 분들인 듯 했다.

"아버지, 뭐 드시게? 찌개하고 구이하고 드려?"

조금 있다 보니 테이블 옆에 서서 직접 곱창을 구워 드리고 있었다.

"아버지, 다 됐슈. 맛있게 드세요!"

아버지라고는 불러도 자기 아버지 느낌은 아니고 친구 아버지나 아는 동네 어른들일 수도 있겠다.

그다음에 집에 갔을 때는 할머니 몇 분의 테이블 에서 주문을 받고 있었다. 할머니들에게 그 매니저가 말했다.

"아유 어머니, 이걸 먹자고 평택서 오셨다구? 제가 천안서 여기 다니는데 다음에 오실 때는 내가 모시고 올까? 나중에 오실 때 전화하세요."

나는 그 옆 테이블에서 그 소리를 듣고 내심 놀랐다.

'천안에서 다닌다고? 그럼 동네 청년이 아니라는 뜻?'

평택은 장항선이 서는 역이다. 평택서 기차를타면 천안 아산 예산을 거쳐 삽교역을 지난다. 요즘은 전철도 있다. 할머니들은 동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소박한 모습인데 그분들이 운전을 하지 않았다면 위의 루트를 따라왔을 것이다. 할머니들이 집안 조카나 손자를 대하듯 활짝 웃었다. 그렇다고 전화번호를 묻지는 않는 걸로 보아 그 할머니들도 기분 좋은 립서비스라는 것을 알고 계신 것 같았다.

천안에서 출퇴근을 하다니 뜻밖이었다. 홀 써빙을 위해 천안에서 삽교까지 다닌다고? 저 정도 친화력이면 천안에도 일할 매장이 많을 것이고, 장거리 출퇴근을 할 만큼 구하기 힘든 직장도 아닐 터인데 혹시 이 집 아들이나 손자인가?

사실 나는 그 사람이 매니저인지 모른다. 그냥 그의 역할이 눈에 띄게 두드러져서 그렇게 생각할 뿐이다. 자주는 아니어도 꾸준히 다니는 집이다 보니 일하는 사람들의 변화 정도는 알아챌 수 있는데 다른 사람은 바뀌어도 그 사람과 여자 하나는 꽤 오래 바뀌지 않고 일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그저 일하는 사람 정도의 역할을 하고 있는데 그 이는 적극적이고 유쾌한 것이 마치 자기 가게에서 일하는 것 같고 오는 손님들이 다 자기 손님 같다. 또한 자기 가게에서 일한다고 해도 다 저런 바이브가 나오는 것은 아닐 텐데 참 볼수록 일 잘하는 사람이란 생각이 든다.

삽교 곱창 거리에 대여섯 개의 곱창집이 있는데 항상 장사가 잘 되는 것은 그 집이 유일하다. 요즘은 그 옆집에도 사람들이 꽤 들고 있지만 나머지 가게들은 장사가 잘 안 되는 것 같다. 그 집이 장사가 잘 되는 것은 여러 가지 이유를 생각할 수 있다. 음식점이다 보니 아무래도 맛이 좌우할 것이고, 어떻게 조리했는지는 몰라도 곱창 특유의 냄새가 덜해서 곱창을 즐기지 않던 사람도 먹을만하다는 점도 있다. 그리고 중요한 사실 하나는 그 집이 바로 인근에 있는 도살장을 운영하는 집에서 낸 가게여서 곱창을 좋은 것으로 쓴다는 소문이 있다. 거기다 그렇게 유쾌한 홀 매니저가 있으니 금상첨화가 아니겠나.

지난 휴일에는 여차저차해서 거기서 식사는 못하고 돌아오는 길에 곱창국밥 1인분을 살 일이 있었다. 그런데 막상 가게에 들어가서 그렇게 말하기가 좀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내가 그 사람에게 1인분만 사도 되는지 살짝 물었다. 그랬더니 그 대답이 이랬다. "대한민국에 안 되는 게 어딨어요. 다 됩니다." 그 말을 듣고는 내 마음이 활짝 펴졌다. 그 가게에서 그런 걱정은 공연한 거였다. 역시 저이는 진짜 고수다. 그 사람이 일을 하는 것을 보면 홀 써빙을 하는 것도 전문성을 이야기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저렇게 기분 좋은 유쾌함이 어디서 나오는 건지 무척 궁금하다. 다음에 가면 내 꼭 한번 물어보아야겠다. 혹시 이 가게 주인집 아들이냐고. 너무 젊어서 사장 같지는 않고, 혹시 가게 물려받을 차기 사장님이라도 되는지 말이다. 나는 평생 저런 사람들을 부러워하는데 그렇게 되기는 어렵다. 아마도 소극적인 친절과 고지식한 원칙주의자는 될 수 있겠는데 사람 사이에서 저렇게 부들부들하고 격의 없는 태도는 도저히 익히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나는 선생님을 했고 저 이는 홀 매니저를 하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나는 저이 하는 일을 저만큼 할 수 없지만 저이는 선생님을 해도 잘하겠다. 선생님들 중에도 저런 사람들 있는데 학생 학부모 할 것 없이 인기와 신망을 얻는 것을 보았다. 말 안 듣는 애들도 그런 선생님 말은 잘 듣는다. 나는 이제 퇴직을 했지만 저런 태도는 이제라도 좀 보고 배울까 싶다. 교단에서의 커리어는 막을 내렸지만 인생 무대는 아직 남았기 때문이다. 지금부터 노력해서 인생의 막을 내릴 때에는 누구에게나 격의 없고 유쾌한 캐릭터로 퇴장하면 되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