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심심해.
심심해? 어떡하지?
포카 할까?
포카?
포켓몬 카드 게임.
그래. 이거 하고나서 하자
호수의 방학 동안 오전에 한가할 때 자주 포카를 했다. 하고 나면 호수가 내 레벨을 올려주고 직접 그려 만든 게임 레벨 지도에 내 위치를 표시하고 특정레벨에서는 내가 원하는 위치로 갈 수 있다던지 어떤 힘을 가질 수 있다 던지 하는 이벤트도 해 준다.
이제 개학이 되면 포카를 못 한다. 더구나 동생이 유치원을 졸업하고 같이 학교에 다니게 되어 호수랑 나랑 둘이만 있을 시간이 없어진다. 그건 세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세하를 유치원에 데려다줄 때 우리 둘 만의 시간이었는데 이제 그 행보도 같이 졸업을 한 것이다. 나는 그게 양쪽으로 아쉽다. 그래도 세하가 1학년이 되면 4학년인 오빠보다 먼저 끝나서 나랑 둘이 시간을 가질 수 있는데 오빠 호수에게는 그럴 시간이 없다. 내가 그동안 선심 쓰듯이 해주던 포카가 이제는 또 하나 호수 유소년 시절의 추억이 될 것 같다. 둘이 마주 보고 앉아 배틀 필드를 펴놓고 서로 상대를 공격해서 쓰러뜨리던 포켓몬 카드 게임이 벌써 그리워진다. 거실에 비쳐들던 환한 햇빛과 그 속에 마주 앉았던 광경을 마음의 사진관에 잘 갈무리해 두어야겠다.
호수야. 포카 한 판 할까?
좋아. 좀 이따 이거 다 읽고. 좋지?
그래.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