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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교단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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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monfresh Jan 13. 2019

교장선생님이 잘못했네

교단일기

잠깐 행정실에 들렀다가 교장실로 다시 올라가는 중이었다. 마침 2학년 하교시간이어서 아이들이 많이 나와있었다. 말소리, 발소리, 웃음소리로 복도가 왁자지껄했다. 그 중 한 아이가 나를 불렀다.

“교장선생님~!”

“응. 왜?”

“물어볼 게 있어요.”

“뭔데?”

“우리 반 OO이가 우리 학교 건물을 900만 원에 샀대요. 정말이에요?”

“그래? 아닐 텐데?”

“아니죠?”

“아니지~~! 그리고 무슨 900만 원이야? 9억은  몰라도.”

말하고 보니 9억 가지고도 안 될 일 같았다. 숫자는 조금 커졌지만 현실감 없기는 2학년 아이나 나나 거기서 거기다.


그런데 그다음 말이 또 있었다.

“우리 학교, 교장선생님이 사신 거죠?”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질문에 웃음이 났다.

그런데 아이의 표정을 보니 장난스럽게 대할 일이 아니었다. 답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아하, 이를 어쩐다?’

나는 아이의 믿음을 깨기는 싫었지만 거짓말할 수는 없어서 사실대로 대답해 주었다.

“아니, 학교 안 샀어. 이 학교 교장선생님 거 아니야.”


그 순간 아이의 얼굴에서 표정이 없어졌다. 예상한 답이 아니었던 거다. 그도 그럴 것이 학원은 원장선생님 거던데 학교는 교장선생님 게 아니라니... 교장선생님이 학교를 OO에게 팔았는지가 궁금했을 뿐이었는데 학교를 사지 않았다는 것은 또 무슨 말인지. 그래서 내가 추가 설명을 해 주었다.

“학교는 누가 사고파는 게 아니고 나랏돈으로 교육청에서 지어주는 거야. 그래서 너희들도 교장선생님도 이 학교를 다닐 수 있는 거지.”


아이는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최소한 놀라는 시늉을 하거나 ‘아~ 그렇구나!’하고 수긍을 했으면 내 마음이 가벼워졌을 텐데 아무 말이 없으니 설명을 하는 내 목소리가 점점 작아지고 있었다.


잠시 후 아이는 집으로 갔다. 나는 교장실로 들어가면서 생각했다.

‘아 어떻게 하지? 뭔가 미안한 짓을 한 것 같은 이 기분은 뭘까?'

지금이라도 내가 이 학교를 사야 할 것만 같았다. 딱히 뭘 한 것 같지는 않은데 자꾸만 내가 잘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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