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lemonfresh
Jan 29. 2019
긴 인사 짧은 대답
- 교장선생님의 교단 일기 -
오늘(2019.1.8) 아이들 종업식을 했다. 한 학년의 공부를 모두 마치고 긴 방학에 들어간다.
나는 아이들의 방학생활이 걱정이 되어 이런저런 당부를 했다. 공부, 책 읽기, 보람, 건강, 안전 등 당부를 해도 해도 뭔가 마음이 안 놓이고 이야기가 덜 된 것 같다. 더구나 방송으로 하기 때문에 아이들이 내 말을 듣는 건지 아닌 건지 알 수가 없다. 그리고 조회시간에 교장선생님 말씀이 왜 그리 끝나기가 어려운지 내가 교장선생님이 되어보니 알겠다. 그래도 아쉬운 대로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이야기를 하고서 끝을 맺었다. 이제 아이들은 각 교실에서 담임 선생님과 간단한 의식을 마치고 각자 집으로 갈 것이다.
교장실 앞에서 가방을 메고 나가는 한 아이를 만났다. 아이는 내게 이렇게 인사했다.
"다음에 만나요."
나의 긴 인사에 대한 짧은 대답이었다.
아이들과 달리 나에게는 방학이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특히 겨울방학이 그렇다. 올 학년도의 정리와 다음 학년도의 준비가 그리 뚝딱 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이들은 그런 복잡한 사정 따위 몰라도 된다. 그저 방학이 되어 좋을 뿐이다.
"그래. 잘 가."
나도 인사를 했다.
그리고 지나간 시간을 생각했다. 다가올 시간도 생각해 보았다. 지나고 보면 기나긴 방학도 손가락 사이로 모래가 새어나가듯 어느새 다 빠져나가 있을 것이다. 아이가 지나간 다음 듣는 이도 없는 인사를 했다.
"다음에 만나. 내년에도 즐거운 날들이 이어지길 바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