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lemonfresh Nov 11. 2021
얼마 전의 일이다. 퇴근 후 장을 보러 마트에 갔다. 풋고추를 한 줌 집었는데 봉지에 넣고 가격표를 붙이러 갔더니 저울 대에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내가 스스로 해보려고 했는데 잘 안 됐다. 그때 마트에서 일하는 아줌마가 왔다. 그리고 내게 말했다.
"이거부터 눌렀쥬? 다들 그러더라구. 그게 아니고 이렇게 하는규."
"그래요? 나 어쩐지 안 되더라."
물건을 받아서 카트에 넣고 돌아서는데 그이가 내게 살짝 말했다.
"이런 것도 다 알아두는 게 좋아요. 그래야 나중에 이런 데서 알바라도 하지."
"아, 그러네요."
알바 비결을 전수받은 나는 이미 저울 사용을 마스터한, 혹시 모를 알바 선배에게 감사와 경의를 표하고 자리를 떴다.
지난 추석에는 대목장을 보러 마트에 갔다. 시금치를 사려고 돌아보고 있었는데 마땅치 않았다. 그런데 내가 머무적거리는 것을 어떤 이가 보았는지 다가와서 말했다.
"시금치 저 쪽 게 더 좋아요."
저 쪽이라 함은 로컬푸드 코너를 뜻한다. 나도 거기 가보려고 생각하는 중이었다. 이 쪽에서 살 게 아직 남았으니 다 담은 뒤에 끝에서 왼쪽으로 돌아가면 될 것이다. 그런데 얼마 뒤에 아까 그 이가 나타났다. 시금치를 한 팩 골라와서는 내 카트에 넣으며 시크하게 말했다.
"이게 좋아 이게."
"네? 아, 네. 감사합니다."
나는 다 생각이 있었는데 그이가 보기에는 내가 못 찾는 줄 알았나 보다. 올 때가 되었는데 안 오고 꾸무럭거리고 있으니 자기가 손수 들고 온 것이다. 대한민국 아줌마들 한 푼이라도 더 주고 사는 것은 용납할 수 없고, 자기도 장을 봐야하는데 나를 더 기다려주기는 그렇고, 그렇다고 자기 한 말에 확인도 없이 그냥 갈 수는 없고, 그러다보니 두루두루 좋은 방법이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내가 거길 안 갔느냐 하면 그건 아니다. 나도 무 한 개를 사더라도 큰지 작은지 흠집이 있는지 없는지 이리저리 살펴보고 사는 대한민국 아줌마기 때문이다. 가 본 결과 과연 그쪽 시금치가 더 낫고, 거기있는 것 끼리는 다 비슷비슷했다. 그래서 그냥 그이가 골라준 것으로 했다. 성의가 고마웠기 때문이다. 일면식도 없는 차에 그 적극성이 놀랍지 아니한가?
그러고 보면 대한민국 아줌마들 오지랖 참 넓다. 우리 사회가 참견은 좀 많아도 저런 적극적인 아줌마 파워가 있어서 푸근하고 살만한 사회가 되는 게 아닐까? 나도 아줌마지만 저이들 따라가려면 한~참 멀었다. 이제부터라도 분발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