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양선생활

장갑을 끼세요.

by lemonfresh

어제 아침에는 날씨가 추웠다. 교문 앞에 아이들 등교 맞이를 나갔다가 나도 모르게 옷깃을 여미었다. 그때 마침 청소 여사님 두 분이 출근하다가 나를 보았다. 그중 한 분이 내가 맨손인 것을 보시고는 끼고 있던 장갑을 벗어 내게 주었다. 나는 처음에는 사양하다가 극구 주시려는 게 고맙기도 하고 손도 시리고 해서 받았다. 검은 울 장갑이었는데 체온이 남아 있어 따스했다.


사실 나도 장갑이 있다. 까만 가죽 장갑인데 짝짝이다. 먼저 쓰던 것 중 한 짝을 잃어버려서 다시 샀는데 사용도 제대로 못 해 보고 한 짝을 또 잃어버렸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남은 장갑이 한쪽은 오른손, 한 쪽은 왼손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두 개를 모으면 한 켤레가 된다. 그 장갑은 차의 콘솔 박스에 있다. 며칠 전부터 장갑을 끼어야겠다고 생각을 했지만 막상 내릴 때 깜박 잊고는 했다.


오늘은 정신을 잘 차리고 장갑을 가지고 내렸다. 청소 여사님을 또 만나도 자신 있게 손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말이다. 그런데 오늘은 만나지 못했다. 아마도 내가 교문 앞에 나서기 전에 출근하셨을 것이다. 아마 다음 또 어느 날 만나게 되면 그 여사님은 내가 장갑을 끼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고, 나는 내게 장갑을 빌려준 고마움을 상기할 것이다. 날씨는 추워도 마음은 춥지 않을 소소한 에피소드 하나가 내 메모리에 저장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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