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면 톡이라도...
큰맘 먹고 휴가를 냈다. 서울 딸네 집에 가서 외손자도 봐주고 딸 좀 도와주어야 해서 그렇다. 방학 중이라도 출근하거나 직무연수를 받는 게 아니라면 휴가를 내야한다. 돌아오는 기차표를 예매를 했는데 생각해보니 잘못했다. 금요일 저녁에는 보통 아들 네가 와서 저녁 먹고 놀다 가는데 내가 집에 도착하는 시간이 너무 늦게 되었다. 그래서 집에 있는 남편에게 전화를 했다.
"늦어서 어떡하죠? 기차표 다시 끊을까?"
"그냥 해. 오늘은 애들 오지 말라고 하지 뭐. 나는 당신 태우러도 나가야 하고..."
역에서부터 집까지는 차를 타고 이십여분 들어와야 한다. 내가 없는 데다 남편도 나와야해서 애들이 놀러오기에는 형편이 좀 애매했다.
온양온천역 도착해 보니 남편이 마중을 나와 있었다.
"그래서 오늘은 애들 안 왔어요?"
"왔어."
"어떻게? 오지 말라고 한다매?"
"전화도 없이 그냥 왔더라구."
"그랬어요? 저녁은 어떻게 했어요?"
"콩나물국 끓이고 치킨 남은 거랑 해서 먹었어"
"그럼 애들 아직 집에 있어요?"
"글쎄? 간다고 했는데 모르겠네."
아직 안 갔으면 내가 손자 손녀 선물을 줄 게 있다. 동전과 지폐를 간수할 수 있는 지갑을 주문해두었던 것이다.
집에 거의 도착해가는데 아들에게서 전화가 왔다. 아이들 데리고 돌아가는 길이고 우리 차를 방금 지나쳤다고 한다. 내일 다시 놀러 온다고.
"아이구 한 발 늦었네요. 지갑 못주겠다."
"그려. 내일 주면 되지."
"애들은 와서 잘 놀았어요?"
"정신없이 뛰고 실컷 놀았어."
아파트 사는 애들이 틈만 나면 할아버지네 오고 싶어 하는 이유가 바로 그거다.
애들이 연락도 없이 와서 계산이 어긋났지만 그래도 남편이 그 정도 감당은 되어서 다행이었다. 여느 때처럼 할아버지의 돌솥밥을 해 주었을 거다. 남편이 퇴직 후에는 저녁에 손수 돌솥밥을 짓는데 아이들도 잘 먹고 특히 눌은밥을 좋아한다. 아들 며느리도 음식을 곧잘 하지만 우리 부엌에서는 아직 손님이나 마찬가지다.
"혼자서 저녁 해 먹이느라 고생하셨어요."
"오더라도 전화는 하고 와야지."
"그러게. 그동안 연락없이 온 적은 없었잖아요?"
하긴... 아들이 아버지 집에 오는데 무슨 절차가 필요할까. 무조건 와도 되고 언제든 환영이다. 물론 미리 전화를 한다면 더 좋을 것이다. 우리도 사정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정이 없을 때라도 그렇다. 아이들이 저녁 여섯 시에 온다고 하면 우리는 다섯 시부터 행복해지기 시작할 거다. 그리고 잘 준비된 음식으로 기쁨을 더 크게 할 수 있지 않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