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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호 Jan 21. 2024

눈밝은 애인아_ 7

폭주

무엇이든 쓰지 않으면 견디지 못할 것 같은

그런 날들이 있네.

요즘이 그런 때, 며칠 전부터 그러하다네.

사람들의 표현으로 시든 산문이든, 일기든 에세이든, 수필이든 소설이든 가릴 것 없이

자음과 모음을 엮어 쓸 수만 있으면 되네.

나는 폭주하는 말 위에 안장도 없이 앉아있는 것만 같으네.

말이 미친듯이 날뛰려 하는구만. 고삐를 잡아야 해. 진정을 시켜야 하네.


아니 오해는 마시게, 글에 대한 무슨 대단한 열정이 있어서가 아니라, 

이렇게 쓰지라도 않으면 '나'라는 존재를 느낄 수가 없어서 그런다네.

점점 사그라들다가 언제 있었느냐는 듯 자취도 없이 사라져버릴지도 몰라, 나는.

쓰고 있을 때만 아직 살아 있는가, 한다네.


나는 활자의 커다란 기둥 밑에 앉아 있네.

ㄱ이 높이 솟아 있구만. ㄱ은 조금 전까지 구름을 몰고다니다 돌아온 모양이야.

그림자가 드리워져 그 아래는 선선하다네.

햇빛도 적당하고 바람도 적당하고만.

지금 내게 ㄱ은 커다란 파초 잎사귀만 같으네.


이제 나는 '잠'에게 말을 거네.

요즘 내 잠이 온통 들쑥날쑥하지 않았는가.

둘째가 방학이란 핑계로, 밤잠을 아침으로 데려오거나 

잠을 토막내 여기저기 흩뿌리기도 했지.

이제 다시 제자리로 데려다놓아야 하네.

나는 건실한 근로자가 되기로 했으므로.


날개는 붙여놓아야 하네.

무엇으로 붙이는 게 좋을 것 같은가.

순간접착제? 오공본드?

꿈으로 붙여놓으려 했는데 아귀가 맞지 않은지 자꾸 떨어지는고만.

내 오른쪽 꿈과 왼쪽 꿈이 서로 인사를 못했나보이.


음... 잠을 다시 불러야겠네.

30분, 아니 1시간만 그 에서 좀 놀다와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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