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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호 Jan 21. 2024

눈밝은 애인아_ 6

집을 보다

어제는 집을 여러 채 보았다. 내가 살 집이 아니라

다른사람이 집을 보는데 곁다리로 본 거다.

(고모가 부동산중계업을 한다)

아파트 단지를 옮겨다니며 7-8채쯤 보았을까.

그중 한 채만 입주를 기다리는 공실(빈집)이었고

다른집은 모두 거주하는 이들이 있었다.


사람들이 살고있는 집을 둘러보는 건 특별한 경험이다.

집마다 다른 냄새, 다른 취향..

어떤 집은 당장 잡지에 넣어도 될 정도로 완벽하게

깨끗하고 멋졌고, 어떤 집은 (집도 괜찮았지만) 주인이 참 괜찮게 보였고, 

어떤 집에서는 노인의 냄새가 났다.

참 이상하지.. 노인이 살면 집에서 왜 노인의 냄새가 나는 걸까.

분명 청결의 문제는 아니다.

이모랑 이모부 두 분이 사는 이모네서도 비슷한 냄새가 났다.

내가 늙으면 내 집도 저런 냄새를 갖게 될까?

안 그러려면 어떻게 해야 되지? 잠시 생각.


어쨌든 어제 본 집들은 대개 멋졌다.

그래서 돈을 벌고 싶다는 생각을 잠시 했다가

내게 돈이 생긴다면 전혀 다른 분위기의 집에서 살 거라는 데 생각이 미친다.

맞아, 나는 다른 부동산 중계소를 찾아야 할 것이다.

나무라든가 (OO나무님, 이 근처는 살기 어떤가요)

산이라든가 바람이라든가.


다만 나는 마당이 있는 작은 집, 내 집이 내 살처럼 느껴지는 

그런 집 하나를 가질 것이니

5년쯤 뒤엔 그런 집 하나, 작업실로 쓸 오두막이라도.

마음에 두고 그리면 이루어지지 않을까?

살다 죽을 작은 초막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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