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집을 여러 채 보았다. 내가 살 집이 아니라
다른사람이 집을 보는데 곁다리로 본 거다.
(고모가 부동산중계업을 한다)
아파트 단지를 옮겨다니며 7-8채쯤 보았을까.
그중 한 채만 입주를 기다리는 공실(빈집)이었고
다른집은 모두 거주하는 이들이 있었다.
사람들이 살고있는 집을 둘러보는 건 특별한 경험이다.
집마다 다른 냄새, 다른 취향..
어떤 집은 당장 잡지에 넣어도 될 정도로 완벽하게
깨끗하고 멋졌고, 어떤 집은 (집도 괜찮았지만) 주인이 참 괜찮게 보였고,
어떤 집에서는 노인의 냄새가 났다.
참 이상하지.. 노인이 살면 집에서 왜 노인의 냄새가 나는 걸까.
분명 청결의 문제는 아니다.
이모랑 이모부 두 분이 사는 이모네서도 비슷한 냄새가 났다.
내가 늙으면 내 집도 저런 냄새를 갖게 될까?
안 그러려면 어떻게 해야 되지? 잠시 생각.
어쨌든 어제 본 집들은 대개 멋졌다.
그래서 돈을 벌고 싶다는 생각을 잠시 했다가
내게 돈이 생긴다면 전혀 다른 분위기의 집에서 살 거라는 데 생각이 미친다.
맞아, 나는 다른 부동산 중계소를 찾아야 할 것이다.
나무라든가 (OO나무님, 이 근처는 살기 어떤가요)
산이라든가 바람이라든가.
다만 나는 마당이 있는 작은 집, 내 집이 내 살처럼 느껴지는
그런 집 하나를 가질 것이니
5년쯤 뒤엔 그런 집 하나, 작업실로 쓸 오두막이라도.
마음에 두고 그리면 이루어지지 않을까?
살다 죽을 작은 초막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