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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호 Jan 20. 2024

눈밝은 애인아_ 3

마음아, 마음님아

지금껏 의심해본 적이 없었어.

내 마음이 내 것이 아니라는 걸.

'내 마음' 이잖아. 당연히 내 것이라 믿었지.

내 몸과 생각을 움직이게 하는 건 내 마음이라고.


아, 그런데 그게 아니라니!

내가 마음을 부린 게 아니라

마음노예처럼 끌려다니고 있었다니!

마음에 홀려서 나는 살로메가 요한의 머리를 자르게 해도 모르고 있었네. 아니 살로메의 어머니처럼

내가 머리를 자르게 하지는 않았던가.


달을 떠올렸네.

매일밤 다른 모양으로 바뀌는 달.

그믐달 초승달 하현달 상현달... 

그 모두가 달이지만 본래 모습은 아니지.

아무리 겉모습이 변해도 달의 진짜 모습은 한 가지인 것처럼

마음도 마찬가지야.

마음이 온갖 조화를 부리고 야단스럽게 굴어도

그건 진짜 내 마음이 아닌 걸.

내 마음이라 생각하는 그 오만가지 어지러운 마음은 환상.

그러니 그것에 휘둘리면 안 되지.


진짜 내 마음은 달처럼

언제나 변하지 않는 그 모습 그대로라고.

그러니 떠돌아다니는 마음은 '내 것'이 아니라고.

내 안에 큰 손님 하나, 마음으로 들어앉아 있다고.


그래서 마음님에게 부탁드리네

바라옵건대 너무 흔들리지는 마시옵고

호기심과 모험심도 조금만 가지시기를.

여기 작은사람 이리저리 정처없사오니

고요빛나기만 하시옵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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