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자작 일기

1. "다 네가 좋아하는 거잖아!"

by 김소형

요즘 계속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뭘 해도 정신이 산만하고 집중하지 못하는 느낌.

비유를 들어 말하는 게 좋겠다.

해야 할 일들을 각자 개별적인 사람이라고 치자.

나는 대여섯 명에게 둘러싸여 있는데, 그중 한 사람하고 놀면 다른 사람들이 모두 나를 쳐다보고 있는 느낌이었다.

내 인생에서 이런 식으로 한꺼번에 대여섯 가지 일을 한다는 건... 거의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나는 늘 좋아할 수 있는 한 사람, 좋아하는 일 한 가지만 있으면 충분했으니까.


내가 너무 욕심을 내고 있는 건가.

좋아해도 할 수 없는 일이 있는 게 아닐까.

지금 하는 일 중에서 정리를 해야 할까.


그런 고민을 한 켠에 밀어두고

'전주'를 소재로 한 글을 열심히 구상하고 있는데

옆방에 머무는 작가가 똑똑 노크를 했다.

"들어오세요. 안 그래도 고민상담을 좀 하려고 했어요."

"웬 고민상담? 말해봐요."

나는 지금 하고 있는 일을 하나하나 꼽았다.

활쏘기(국궁), 일어공부, 성경공부, 글쓰기(시와 동화), 집안일, 이것만 해도 감당하기 힘든데 여기에 AI 활용법 수업까지는 못 듣겠다고 말하려고 했다. 위에 나열한 몇 가지도 한번 수업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꾸준히 정성들여 공부해야 하는 과목인 것이다. 글쓰기만 하더라도, 시와 동화는 글쓰는 방식이 달라서 서로 다른 과목처럼 느껴진다.


옆방 작가가 내 얘길 듣더니, 웃었다.

"다 좋아하는 거잖아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데 그게 뭐가 많아요?"

그러면서 자신이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을 쭈욱 나열해 들려주었다.

너무 많아서 저절로 입이 딱 벌어졌다.

열다섯 가지가 넘는다. (위에서 얘기한 AI 활용법 강의도 이 작가가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어떻게 그걸 다 하면서 살아요?"

"내가 좋으니까 하지. 억지로 해야 할 일이라면 이렇게 못하겠죠."


음. 나는 할 말이 없어졌다.

동시에 깨달음이 왔다.

모두 내가 좋아하고, 하고 싶어했던 일이었는데 나는 숙제처럼 생각하고 있었구나!

마치 억지로 붙들려서 하는 일인 것처럼.

물론 AI 활용법 수업은 좋아해서라기보다는 생존기술로 알아두어야 할 것 같아서지만.

어쨌든 모두가 내 선택여부에 달렸다.

집안일도 마찬가지, 지금 신경을 써줘야 할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지금 이때가 아니면,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일들.

그 일들 속에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이제서야 반짝, 하고 고개가 숙여졌다.

좋고 기쁘고 감사한 일들 속에 있으면서

"인생이 재미가 없어, 재미가!" 하고 툴툴거렸다니.


연애를 할 때면, 사랑을 하게 되면

세상이 온통 장밋빛이다.

온통 반짝거리고 온통 뽀오얗다.

아, 그런데 지금 이 순간이 바로 그때라는 걸, 사랑하는 순간은 바로 지금이고, 나는 지금 그 한복판에 있다는 걸 잊었다!

매번 잊어버리고 매번 다시 깨닫는다.

왜 눈이 자꾸 어두워지는 걸까.

이래서 아침이 오는 건가.


무언가 또는 누군가를 사랑하면

그것은 내게 살아갈 힘이 되고 기쁨이 된다.

내가 기쁘지 않다면 그건 내가 충분히 사랑하고 있지 않다는 증거.

힘든가, 힘들지 않은가는 문제가 아니다.

내가 사랑하는 것을 깨닫는 것만이 문제다.

나는 무엇을, 누구를 사랑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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