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편의 영어일기, 그리고 영어를 삶에 들이기까지”
나의 업이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이다가 보니 교육 관련 채널을 자주 듣는다.
그중에서도 유독 ‘영어’에 대한 강의에 마음이 오래 머문다.
영어에 대한 한을 품고 살아온 민족, 그리고 나라는 사람.
왜 우리는 수억 원을 들여서도 영어를 배우는 일에 열광할까?
나도 예외는 아니다. 나 또한 영어에 대해 한이 있다.
나는 중학교 때 처음 영어를 배운 세대다.
내 영어에 대한 아쉬움을 늘 열정이 식어버린 중학교 영어 선생님 탓으로 돌렸다.
그 탓을 하는 동안은, 영어를 못해도 괜찮은 것 같았다.
적당한 핑계가 생겼으니까.
그러다 공부방을 운영하게 되었고, 아이들을 가르치고, 쌍둥이를 낳고 나니 그 변명은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되었다. 영어는 이제 시험 과목이 아니라 세계와 소통하는 기본 언어가 되었고,
그 언어를 모른다는 건 곧 세상과의 연결이 끊어진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장춘화 원장님의 <세종대왕의 눈물>이라는 책을 통해, 나는 한국인의 영어 뇌는 이미 구조부터 다르다는 걸 알게 되었다.
시험과 등수, 점수 중심의 주입식 교육이 영어를 시험 과목으로만 인식하게 만든 것.
그 깊게 박힌 생각을 바꾸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정말 쉽지 않다.
나는 교사이지만, 동시에 현장의 어른으로, 학부모로, 지금의 영어 교육 현실을 바라볼 수밖에 없다.
많은 변화가 있다고는 하지만, 뿌리 깊은 인식은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
그래도 스마트폰이 매년 새로 출시되는 속도를 생각해 보면 우리의 뇌도 더 빨리 바뀔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변명은 버리기로 했다.
나는 내 영어 실력이 부족함을 인정했고, 이제는 조금씩 나의 리듬대로 걸어가기로 했다.
그리고 가장 큰 계기 중 하나는, 내 쌍둥이 딸들이다.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은 나를 움직이게 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글로벌 시대에 살아갈 아이들에게 앎이란? 배움이란? 경쟁력이고 힘이 된다는 걸 누구보다 알기에 배움의 즐거움과 넓이와 깊이를 선물해 주기로 결심하게 되었다. 배움을 즐기는 엄마!~ 그리고 그 배움이 눈 뜨면 바로 닿을 곳에 있는 환경!~ 그렇게... 서서히 스며들고 내 삶이고 그 아이들의 삶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그중 내가 실천하고 있는 한 가지가 영어 일기 쓰기다.
작년에는 44편의 영어 일기를 썼다.
처음에는 서툴렀고, 부끄러웠고, 틀리는 게 두려웠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어느새 뭔가 멋져 보인다. 그리고 몇 줄 몇 줄 써 내려가는 나 자신이 자랑스러워졌다.
잘하지 못하지만, ChatGPT(쳇지니)의 도움을 받아 하루에 한두 문장이라도 적는다.
가랑비에 옷이 젖듯이, 내 영어는 그렇게 조금씩 스며들고 있다.
나는 생각한다.
학원을 등록하고, 교재를 사는 것도 좋지만, 그 이전에 ‘내 삶에 영어를 초대하는 연습’이 먼저가 아닐까?
소소한 영어 일기 한 줄이, 세계와 연결되는 나의 문장이 되기를 바라며... 초대한 친구가 꽤 맘에 들어진다.
친해져 보니 너도 나를 기다린 듯한 생각까지 든다.
오늘도 새벽에 일어나 몇 줄을 적어본다.
영어라는 친구!! 처음에는 조금 어색해도, 생각하는 게 바로바로 통하지 않아도 , 처음 만나는 친구가 다 그렇듯이 내 맘을 열고 초대한다면 어느새 매일 만나면 안 되는 찐한 친구가 될 거라 믿는다.
나는 오늘도 나의 영어 친구와 인사를 나눈다.
"Good morn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