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종원 작가 Apr 10. 2021

글쓰기는 사람을 기억하는 일이다

글쓰기는 사람을 기억하는 일이다


보통 책 하나를 기획하고 최종 탈고를 하려면 평균 3년 정도가 걸린다. 그렇다. 내가 최근에 내는 책들은 대부분 3년 전에 기획하고 쓰기 시작한 것들이다. 물론 그 기간을 견디며 글을 쓰는 것이 쉬운 과정은 아니다. 힘들어서 포기하고 적당히 마무리를 하자는 생각이 들면서, ‘유혹’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3명의 손님이 찾아오기 때문이다.


“이 정도 썼으면 됐잖아?”라는 유혹이 첫 손님이다. 매우 강렬한 유혹이라 그의 말에 모든 것을 멈추려는 순간, “작가님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서 읽다가 ‘아, 이 책은 반드시 사야 되는 책이다!’라는 마음에 바로 서점에 달려갔다.”라고 말하던 고마운 분의 표정이 떠올라 바로 생각을 바꾸게 된다. “끝은 아직 멀었다. 내가 쓴 글이 스스로 끝이라고 외칠 때까지 더 써야 한다.”


그러나 그렇게 6개월에 지나면, 다시 두 번째 손님이 찾아온다. 거듭되는 수정에 지친 내게 그는, “적당히 수정해, 누가 그렇게 자세하게 읽겠어?”라고 말하며 이제 그만 멈추라고 유혹한다. 그때 또 한 사람이 떠오른다. 그들은 내게 늘 이렇게 말해주었다. “저희 집에는 작가님 책만 따로 보관하는 장소가 있어요. 작가님 코너를 보면 마음이 예뻐져요.” 그 봄바람처럼 예쁜 음성에 나는 다시 출발한다. 그리고 내게 이렇게 명령한다. “내 글을 읽는 분들에게 적당히 쓴 글을 전할 수는 없다. 최선이 아니면 아무것도 아니다.”


그러나 그게 끝이 아니다. 가장 치명적인 마지막 손님이 남았다. 그는 “이제 정말 그 정도면 충분하다.”라고 유혹하며 내게 탈고를 선언하라고 말한다. 지친 나는 이제 그게 유혹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끝을 보고 싶다는 욕망에 거의 탈고를 선언하기 직전까지 간다. 그러나 그때 또 한 사람이 나타나 내게 이런 말을 들려준다. “작가님 책을 읽고 인생을 다시 살게 되었어요. 저희 가족들은 매일 작가님 글을 읽으며 마음을 다잡고 있어요.” 그가 들려주는 그 피아노 소리처럼 아름다운 말에 나는 결국 눈을 감고 이런 생각에 잠긴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자.” 그렇게 나는 마치 이제 글을 처음 쓰기 시작한 사람처럼, 지금까지 쓴 원고를 섬세하게 다시 읽으며, 그 안에 내가 가진 가장 값진 마음을 녹여 담는다. 글에 심장을 이식한다는 생각으로 한 줄 또 한 줄 다시 읽는다.


글쓰기는 테크닉이 아니다.

가장 오래 가장 깊게 생각한 사람이

결국 가장 따뜻한 글을 완성할 수 있어서다.

그 지점에 도착할 방법은 오직 하나다.

중간중간 멈추라는 강렬한 유혹이 찾아올 때마다,

그걸 이겨낼 힘을 전해줄

소중한 사람을 기억하는 것이다.

“글쓰기는 사람을 기억하는 일이다.”

작가의 이전글 당신이 사랑하는 일을 하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