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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원 작가 Jun 28. 2020

영원한 것만 바라보라


아니, 한국에도 이러 소면이 있었나?”
일본에는 맛있는 소면이 있는데 한국에는 왜 그런 소면이 없는지 모르겠다, 라며 그 사실을 늘 안타깝게 생각하던 호암 이병철 삼ᅥᆼ그룹 창업주가, 1979년에 수연(手延)소면을 즐기고 내뱉은 탄성이다. 그는 바로 당시 제일제당에 직접 “수연소면을 생산하는 ᆼ식품에 밀가루르 납품하라.”라는 시를 내렸다.
최고의 국수에는, 최고의 밀가루가 들어가야 한다.”

물론 비싸다. 일반 국수보다 가격이 5배나 비싸지만, 그 가치를 아는 사람들에 의해서 1975년 이후로 매년 성장하며 가치를 증명하고 있다. 강식품의 창업자 강희탁 회장은 그 비결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역경을 이겨낸 사람이 알차자아요.
국수ᄃ 똑같아요. 치ᄃ 차지죠.”

수연소면의 가장 큰 장점은 쫄깃하지만 쉽게 퍼지지 않는 독특한 식감이다. 자료에 의하면, 일반 소면은 밀가루 반죽을 얇은 구멍이 뚫린 성형틀에 넣고 압축해 뽑아내지만 수연소면은 말 그대로 잡아당겨 만들기 때문이다. 예전엔 사람이 손으 늘이던 걸, 지금은 기계가 한다는 게 달라졌을 뿐이다.
근사한 맛을 내게 위해 실내 온도는 늘 20 안팎으로 맞춘다. 온도가 높으면 반죽이 쳐져 쫄깃함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강 회장은 평생 4시간 이상 자본 적이 없다. 냉방시설이 없던 시절엔 매일 새벽 2시에 일어나 3시부터 ᅡᆫ죽을 시작했다. 해가 뜬 후에는 온도가 너무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는 자기 인생보다,
면을 먼저 생각하며 살았다.”

그가 만든 면처럼, 결코 쉽지 않은 세월을 보냈다. 해군 첩보 장교로 6·25 전쟁에 참전해 두 팔을 잃은 그에게는 양쪽 팔꿈ᄎ 아래가 없다. 치열하게 살았만 그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언ᅦ나 차가웠다. 하루는 공에 전기를 끌어다 쓰려고 서류를 들고 도청에 갔는데 공무원들이 그를 위아래로 쳐다보며 다짜고짜 이렇게 말했다.
뭐 얻어 먹으러 왔냐?”
그는 혼자 화장실 들어가 한참을 울다가 나왔다. 지금도 그렇지만 장애를 갖고 산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힘들 때마다 그는 여섯 딸을 생각하며 고통을 이겨나갔다.

하지만 일본을 상대로 돈육 사업을 하던 그에게 시련이 찾아왔다. 국내 돼지 가격이 폭등하면서 수출 금지령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결국 사업을 접을 수밖에 없었던 그는, 우연히 일본을 방문해 수연소면을 생산하는 공장을 방문하게 됐다. 당시 그는 수연소면을 생산하는 풍경을 바라보며 이렇게 느꼈다.
예술 작품을 만들고 있구나. 나도 예술을 하고 싶다.”
하지만 당장 공장을 세울 돈이 없었다. 간절한 마음에 선물처럼 행운이 찾아왔다. 돼지 수출 사업을 하며 신뢰를 쌓았던 일본 관계자들이 필요한 돈을 무상 지원키로 한 것이다. 제조 시설을 만들어주고 기술자까지 파견해줬다.

그런 기회를 만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상의 실천이 필요하다. 한 줄의 수연소면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38시간의 제조시간이 걸린다. 12단계의 숙성 과정을 거치기 때문이다. 1차로 밀가루 덩어리를 5㎝로 늘리고 숙성하고, 다시 15㎝로 늘리고 숙성하는 과정을 최종 2m의 길이에 도달할 때까지 반복해야 비로소 한 줄의 수연소면을 맛볼 수 있다. 그런 그에게 “당신의 꿈은 무엇인가?”라고 묻자, 그는 바로 이렇게 답했다.
한 가지라도 영원히 남을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다.” 언제나 자기 삶의 대가들은 말한다.
순간적으로 사라지는 것에 연연하지 말라.
영원한 것을 보라, 거기에 너의 미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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