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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원 작가 Jul 25. 2020

힘낼 근거도 함께 줘라

나는 정말 그게 간절해서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이상 누구에게도 조언을 하지 않는다. 정말 마음이 가는 사람에게는 말보다는 실질적인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이고, 그건 결국 물질을 벗어날 수가 없다.


20대 후반, 남들은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에 모든 힘을 쏟을 때, 나는 대학을 자퇴하고 시만 쓰며 나의 모든 것을 글에 투자했다. 당연히 경제적으로 매우 힘들었다. 많은 사람이 응원이나 조언을 남겨 주었다.

“시도 좋지만 취업을 하는 게 좋지 않을까?”

“아무튼 힘을 내라, 좋은 글 기대할게.”

그러나 그 많은 사람 중 어떤 한 사람은 내게 밥을 사주고 싶다고 부른 후, 헤어지기 전에 봉투를 하나 건냈다. 만약 그가 아무 말도 없이 돈만 줬다면 나는 받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말이 내 마음을 울렸다.

“종원아, 이거 너 시 쓰는 데 써줘.”

20년에 가까운 시간이 지났지만, 내가 그때 받은 기분과 마음, 그 오후의 거리와 공간, 그리고 그 사람의  표정까지 내 안에 사라지지 않고 선명하다. 정말 고마워서, 도저히 잊을 수가 없었으니까. 물론 많은 돈은 아니었다. 하지만 나는 그의 모든 것을 받았기에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소중한 것이었다.


살아가는 환경에 따라 돈의 크기는 서로 다르지만, 마음이 가면 결국 돈도 간다. 돈이 전부는 아니겠지만 더 사랑하고 아낄수록, 돈도 더 주고 싶어지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세상에 좋은 말은 이미 차고 넘친다. 그래서 나는 누군가에게 조언이나 용기를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이런 말을 떠올리며 입을 닫고 대신 지갑을 연다.

“힘내라고 말로만 하지 말고 돈으로 표현해라.
불쌍하다고 말만 하지 말고 돈을 줘서 구해줘라.
잘 될 수 있다고 말만 하지 말고 돈으로 믿음을 보여줘라.
마음은 그만 줘도 괜찮으니 이제 돈을 줘라.”

힘내라고 말로만 하지 말고,
힘낼 근거도 함께 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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