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린 후 남아 있는 것

by 유을

뛰는 심장은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 주고 지금의 순간으로 나를 데려와 준다면, 점점 차분해지는 숨결은 아직 따라오지 못한 마음들을 기다려준다. 턱 끝까지 차오르던 하지 못했던 말들도, 몇 번이고 쓰고 지우길 반복했던 문장들도 잠시 흐릿해진다.


심장의 두근거림이 제 속도로 돌아오게 되고 가팔랐던 숨이 가라앉은 후 그제야 온전히 나를 바라볼 수 있게 된다. 떠오르고 가라앉는 생각들을, 쓸데없는 감정들이 섞이지 않는 그저 생각 자체로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쉴 새 없이 두근댔던 심장의 떨림이 실재하지 않는 불안이라는 감정으로 생겨난 거였는지 단순히 커피를 많이 마셨기 때문에 멈추지 않는, 안정된 심박동 수와 함께 사라지고 마는 신기루였는지 말이다.


몸의 신호가 항상 명확하게 답을 내려주는 것은 아니었다. 어떨 때는 그 경계가 너무나도 모호해서 내 어깨를 잔뜩 누르는 피곤함이 정말 몸의 신호 인지, 아니면 지친 마음이 몸을 피로하게 만들고 있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때로는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고 몸을 쉬게 해줘야 하는 건지, 아니면 오히려 더 몸을 움직여서 마음을 쉬게 해줘야 하는 건지 결정할 수 없을 때도 있었다. 항상 확신을 가지고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그저 움직이다 보면 헷갈렸던 것도 조금은 명확히 보이기 때문이었다.


멀어져 있던 마음을 지금의 순간으로 데리고 온 뒤, 뒤돌아 남아 있는 것들을 관찰하게 되면 알게 된다.

숨이 차오르고 멈추고 싶었던 순간들도 결국에는 지나간다는 것을. 지나 보내고 나면 조금은 가벼워질 수 있다는 사실을. 그 감정이 나의 전부일 필요도 없고, 생각에 잡아먹힐 필요도 없다. 그저 흘러가는 나를 조용히 지켜본다.


하지만 그 순간은 오래 남지 않는다. 옅어진 불안은 다시 진해지고, 조급함은 서서히 다가온다.


그래서 그 순간을 붙잡기 위해 기록하기로 했다.

움직임을 통해 나의 마음이 있는 곳을 알아차리고, 관찰과 기록으로 다시 나와 멀어지고 가까워지기 위해.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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