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멀어지고 다시 가까워지기(2)

다양한 나를 받아들이기

by 유을

그저 내가 느끼고 생각하는 것들을 그대로 기록하다 보면, 아주 다양한 나를 만나게 된다. 때로는 전혀 마주치고 싶지 않은 나와도 마주해야 될 때가 있는데, 그 마저도 전부 꺼내어 바라보면 어쩔 때는 그 모습 또한 귀여운 투정 정도로 느껴질 때도 있다.


다시 보기 위해 남겼던 기록들은 아니었지만, 다시 기록하기 위해서 메모장을 들추고 펜을 들다 보면 예전의 기록들을 다시 한 번씩 읽어보게 된다. 그때는 무엇인지 알지 못했던 감정들이 이해될 때도 있고, 여전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모습들도 있었다. 그런데도 지우고 싶지 않았다. 그저 그 자체로 남겨두고 싶었다.


물론 지난 기록들을 들여다보는 게 두려울 때도 있었다. 다시금 그 기억과 감정으로 돌아가게 될까 봐였을 수도 있고,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내가 다르지 않을까 봐였을 수도 있다. 하지만 몸과 마음의 흐름을 이해하려는 시간들을 보내며 현재에 집중할 수 있는 힘을 키우고 나서는 적어도 두려웠던 마음은 흐려질 수 있었다. 과거의 순간에 나를 투영하지 않고 그저 그때의 그곳에 그대로 둔 채로 바라보기만 하는 것이다. 그리고 또다시 기록하는 것이다. 그걸 바라보는 나의 감정과 마음까지도 전부. 중요한 것은 얼마나 솔직할 수 있느냐이다. 마음 깊숙하게 자리 잡은 나의 무의식의 생각들과, 나도 알지 못한 채 자리 잡은 습관들까지 피하지 않고 바라볼 수 있느냐 하는 것. 그리고 표현해 내고 남겨내는 것.


그 속의 나는 나의 전부도 아니고 나 자체도 아닌, 내가 어떤 순간을 지나왔는지만을 보여준다. 이 모든 행위는, 흔적을 남기면서도 결국에는 나아가고 있고 살아가고 있는 지금의 나를 나로서 받아들이는 과정인 것이다.


나는 이러한 사람이기 때문에 이런 감정을 느껴야 하고, 이렇게 행동해야 해-라고 스스로를 단정 짓고 나면 나도 모르게 그 규격에 맞추려고 노력을 하게 된다. 그러면 규격 외의 상황이나 감정을 만나게 되었을 때 느끼는 것들은 잘못된 것들이라고 치부하기 마련이다. 내가 스스로 만든 겉모습에 맞추기 위해 나 자신을 부정하게 되는 것이다. 그로 인해 나를 괴롭게 만드는 건 나 자신이었다.


이제는 그럴 때면 그건 “또 다른 나”라는 생각을 한다. 그렇게 조각내어 흩어진 나를 다시 재조립해서 “지금의 나”로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이 또한 나와 멀어지고 다시 가까워지는 행위이다. 나에게서 파생된 여러 개의 나에게서 멀어지고, 다시 지금의 나와 가까워지는 것. 처음부터 완전한 조각의 형태에 집착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모양의 나를 이어 붙인, 불안정해 보이지만 누구보다 튼튼한 내가 되는 것. 그것이 나를 받아들이는 또 다른 방법이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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