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완전한 것들

by 유을

한 인간으로서 세상에 태어나는 것.

세포 분열과 생화학적 신호들의 작용으로 이 세상에 아주아주 작은 점 하나가 찍히고 엄마의 자궁 속에서 양막을 뚫고 처음 빛과 공기라는 것과 마주했을 때, 아이를 감싸 보호하고 있던 무언가가 아주 작은 조각조각으로 나뉘어 여기저기 흩어져 버린 것은 아닐까.


그 순간, 실오라기 하나 없이 발가벗은 몸 하나로 태어났던 그 순간부터 불안은 시작된 것이다.

따뜻하고 포근하고 부드러운 나만의 공간이라는 것은 이제 더 이상 없다. 뜨겁고 눈부신 빛들이 나를 쬐어대고, 살을 스치는 공기가 따끔하다.


아무것도 스스로 할 수 없는 나. 나를 먹이고 입히고 재우는 손길.

태어난 그 순간부터 온전히 나로서 살아갈 수가 없는 운명인 것이다. 그 손길에 서서히 적응되고 익숙해져 갈수록, 세상에 예민하게 반응했던 모든 감각들이 사라져 간다.


익숙했던 것들이 어느 순간 전부 낯설게 느껴지고 무언가 잊어버린 게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내 몸속에 남아있던 아주 작은 조각 하나를 발견하게 된다. 흩어져 버린 온전한 나의 조각들.


불안을 따라가는 행위는 흩어진 나의 조각들을 하나씩 찾아가 붙여나가는 것과 같다.

이 이야기들은 불완전한 나를 받아들이는 과정에 관한 것이다.


돌이켜보면 내가 살아왔던 지난 날들 중 대부분은 불안에 대한 생각과 걱정으로 보내왔는데, 처음에는 그게 불안이란 것인 줄도 몰랐다. 그저 이유 없는 힘듦과 괴로움 등의 부정적인 감정으로만 생각했고, 그 감정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 날들이었다.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 내가 나를 더 힘들게 한 것이다.


그럴 때마다 조금씩 글을 남겼다.

어떤 날은 분노였고, 어떤 날은 슬픔이었고 어떤 날은 후회였다.

불안은 매일 다른 이름으로 나를 찾아왔다.


불안은 나에게 너무나도 가까이 있어서, 생각지 못한 순간에도 조용한 밤의 파도처럼 순식간에 밀려와 점점 더 깊은 바닷속으로 나를 끌어내린다. 벗어나려 발버둥 칠 수록 더 깊은 어둠 속으로 내려가고 또 내려가진다.


물속에서 터져버린 고막 때문에 온 세상 소리가 귓속에서 윙윙-하고 울린다.

윙윙. 지금이 바닷 속인지 아닌지 조차 모르게.


그러다 정말 죽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그제야 간절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과 함께 떠오른다.

삶과 죽음은 얇은 종이 한 장 같아서 쉴 새 없이 바람에 따라 앞뒤로 흔들린다.


지금도 여전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