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양관학은 어떤 사람입니까?
25년 3월 중 어느 날
아버지, 아실지 모르겠지만 저는 항상 쓰는 노트와 펜이 정해져 있을 정도로 취향이 서 있고 글쓰기도 많이 하고 있어요. 노란색 옥스포드 노트와 BIC사의 엑스트라 이지 0.5 펜인데 다음에 한번 보여드릴게요. 필기라는 주제에 대해서도 아버지랑 얘기 나누고파요.
글쓰기가 매일 습관이 돼버린 지금, 왜 그런가 하고 돌이켜보면 아버지 지분도 꽤 있더라고요? 아버지 손 글씨가 타이핑한 것처럼 멋있고 정렬되어 있는건 주위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지요. 어릴 때 저는 아버지 손 글씨마저 닮고 싶었나 봅니다. 잠깐이지만 아버지가 적었던 글들을 따라서 써 본 기억이 있어요. 쉽지는 않았는지 금방 포기한 기억도 함께요. 언제 한번 아버지께 손 편지를 적어서 드려볼게요. 아들의 글씨체는 어떤지 아버지의 감상평이 궁금해지네요.
아버지, 제가 갑자기 글 쓰는 습관에 관해 얘기하는 건 최근 몇 주동안 저의 글쓰기에 꼭 포함되는 게 아버지이기 때문이에요. 적확하게는 양관학이라는 인물에 대해서 입니다. 사실 제 글쓰기 방식은 정해진 포맷이나 멋들어진 기획 따윈 없어요. 그저 그 순간의 기분과 감정을 펜으로 끄집어내고 눈으로 곱씹으며 자유롭게 사유해요. 당연하게도 저에게 있어 가장 큰 화두는 아버지고요.
아버지, 넷플릭스라고 들어보셨을 거예요. 국내외 드라마와 영화가 한데 모여 구독료만 내면 무한정 감상할 수 있는 서비스에요. 최신 넷플릭스 작품인 영국 드라마를 시청하고 여운이 남는 장면이 있었어요. 미성년 피의자를 조사하는 성인 상담사의 대사 한 구절을 가져와 볼게요.
"나는 네가 어떻게 이해하는지 이해하러 온 거야."
이 대사를 듣자마자 시청을 멈추고 한참을 곱씹었어요. 엄청나게 크게 와닿았거든요. 그저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해라.' '상대를 이해해라'라는 원론적인 말을 겉핥기만 했었어요 저는. 상대가 이해하는 방식을 이해해.라는 깊이가 더해지니 내 과거 경험과 앞으로 만날 모든 이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감이 오더라고요. 같은 맥락에서 저는 양관학이라는 인물이 세상을 바라보고 이해하는 방식을 이해하고 싶어요. 지금껏 대화는 아버지와 자식이라는 거대한 틀 안에서 움직였다고 느껴요. 제가 아버지께 어떻게 이 감정을 설명해야 온전히 이해하실지 그리고 어떤 질문을 드려야 양관학이라는 인물에 대해 알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어요.
아버지, 아버지는 똑똑하시니 제가 이 정도만 말해도 포인트를 캐치하시고 눈을 아래로 향한 뒤 잠시 머릿속으로 답변 정리를 하시겠죠. 아마 저에게 큰 수확이 있지는 않을 것 같아요. 워낙 필요한 말씀만 하시는 타입에다 먼저 자기 얘기를 꺼내지 않으시니까요. 아버지가 공부도 잘 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학창 시절 전교 1등을 놓친 적 없다는 사실과 그 옛날 눈도 잘 오지 않는 대구에서 반으로 쪼갠 대나무로 스키를 탔다는 경험 등 모두 친척 어르신과 아버지 친구분을 만나면 들었던 이야기들이에요. 네, 맞아요. 워낙 아버지 얘기는 수수께끼나 숨겨진 설화처럼 어딘가에 남아있기에 신비로웠지만, 이제는 아버지 입으로 듣고 싶어요.
아버지, 양관학이 어떤 사람인지 이제는 먼저 알려줄 때가 되지 않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