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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녜은 Dec 19. 2018

8/35의 비밀

미술사전공자의 전시여행법 _도쿄편


우유언니가 일본에 와있다?!

베르메르의 '우유 따르는 여인' 작품을 위해 맞춤 제작된  루이비통 트렁크 ⓒ루이비통

나의 취미는 전시일정 찾아보기. 전시일정을 찾아보던 중 재미있는 기사를 접하게 되었다. "베르메르 걸작 위해 맞춤 트렁크 제작한 루이뷔통"(한국경제 10월 11일 자 기사) 베르메르의 <우유 따르는 여인>이 해외 반출이 되었다니. 그것도 루이비통에서 자체 제작해준 가방에 실려서 왔단다. 어디에? 한국에서 비행기로 2시간 거리에 있는 일본 도쿄에. 거기에 뭉크도 함께 와있다는 소식을 확인하고 나의 손은 이미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일주일 만에 숙소, 비행기 예약을 끝내고 나는 도쿄로 향했다.


내 마음 속 1등 우에노역

나리타 공항에서 40분거리에 있는 우에노역

때마침 두 전시 모두 우에노 공원 안에서 진행되고 있다니. 뭉크의 회고전과 베르메르와 네덜란드 미술 전시는 모두 '우에노 공원' 안 미술관에서 진행 중이다. 오슬로(뭉크)와 암스테르담(베르메르) 사이는 단 10분 거리. 이토록 가까운 거리에 두 거장이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가슴 설렜다.

12/2(일) 인천 - 나리타     
뭉크 회고전  @우에노 도쿄도미술관    
12/3(월) 나리타 - 인천
변화의 탄생: 베르메르와 네덜란드미술 @우에노 모리 미술관
우에노 역 안 뭉크의 <절규> 패러디버전의 포스터


뭉크의 자화상, 시작과 끝

베르메르에게 혹해서 시작했던 이 여행의 끝엔 뭉크가 있었다. 뭉크에게 반해 마음이 완전히 빼앗겼다. 그랬다. 뭉크의 <절규> 유화작품 앞에서 완전히 무너져버렸다. 몽롱했던 그 색들, 특히 붉은색은 그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색감이었다. <절규> 속 그 남성은 자신이었고, 뭉크는 다음과 같이 기억한다.

에드바르 뭉크, <절규>, 1893, 오슬로 국립 미술관.
나는 두 친구와 길을 걸었다. 태양이 지고 있으며, 나는 멜랑콜리의 기미를 느꼈다. 갑자기 하늘은 피 같은 레드로 변했다. 나는 멈추어, 길 난간에 기대었고 죽은 자처럼 피곤했다. 나는 블루 블랙의 피오르드와 도시를 넘어 피처럼 불타는 구름을 보았다. 친구들은 계속 걷고 있었고 나는 거기서 전율을 느끼며 서 있었다. 나는 자연을 꿰뚫는 큰 목소리의 절규를 느꼈다.


이 전시 제목은 <뭉크의 회고전>이다. 회고回顧展. 과거의 유명한 작가나 작품을 기념하거나 그 의의를 기려 다시 전시하는 것을 일컫는다. 한마디로 회고전의 의미를 제대로 느낄 수 있었던 전시였다. <절규> 유화 버전을 본 것도 가슴 벅차게 감동적이었지만, 그보다 내 마음을 더 뭉클하게 만들었던 작품이 있었다. 전시는 자화상으로 시작해서 자화상으로 끝났다. '자화상'으로 시작되는 전시구성은 작가의 일대기를 보여주는 전시에서 가장 유용하게 사용되는 방법 중 하나이다. 이 전시 또한 그랬다.


뭉크, <뼈가 보이는 자화상>, 석판화, 1895, 오슬로 뭉크 미술관.       <침대와 시계 사이에 자화상>, 1940~43, 오슬로 뭉크 미술관.

전시는 <뼈가 보이는 자화상>으로 시작된다. 뭉크는 이 작품을 그렸던 당시, 그의 나이는 불과 31세였다. 그는 마치 시체를 연상시키는 메멘토 모리(너의 죽음을 기억하라)의 상징의 하나인 뼈와 함께 자신의 얼굴을 그렸다.


전시 마지막에는 <침대와 시계 사이에 자화상>이 놓여 있다. 한눈에 보기에도 힘이 다 빠진 노인이 시계와 침대 사이에 좁게 서있다. 노인의 왼쪽에는 시계가 있다. 시계는 '현재'를 의미한다. 오른쪽에는 침대가 보이는데, 이는 죽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노인은 무언가를 기다리는 듯한 모습이며 방이  윤이 날만큼 정리가 되어있다. 시계는 노인보다 키가 큰데 마치 벽에 세워진 관처럼 보인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 언제나 서 있던 뭉크는 아이러니하게도 81세까지 살았다. 죽음이 두려우면서도 항상 죽음을 향해 달려가고 있던 그는 <침대와 시계 사이의 자화상>을 완성하고 1년도 되지 않아 삶을 마무리하였다. 자화상으로 시작하여 자화상으로 끝낸 이 전시는 그 누구보다도 자신과의 싸움을 치열하게 하였던 그의 회고전이기에 가능한 전시구성이 아닐까 싶었다.

여기서 tip
워낙에 인기가 좋은 전시라 티켓을 구매하는 줄이 입장 줄만큼 서있다. 미리 티켓을 구매하고 가는 것이 좋다. 티켓은 도쿄도 미술관 뭉크 전시 홈페이지에서 구매할 수 있다. e-티켓 바우처를 들고 가면 실물 티켓으로 바꿔준다. 티켓 요금은 성인 1600엔, 학생 1300엔이다. 만약, 국제학생증이 있는 대학생이라면 무조건 들고 가서 할인받자. 국제학생증이 없다면, 한국 학생증을 들고 가라. 그들은 학생증에 적힌 'university'만 확인한다. 티켓 예매 링크  https://www.e-tix.jp/munch2018/


8/35

많은 작품을 남겼던 뭉크에 비해 베르메르는 단 35점만을 남겼다. 그래서 많은 베르메르 애호가들은 그의 35점의 작품을 모두 보기위해 여행에 나서기도 한다. 그런데 일본에 8점이 들어왔단다. 심지어 <우유따르는 여인>이 포함되어서 말이다. 암스테르담 국립 박물관(Rijksmuseum)에서 보았던 그 작품을 일본에서 또 볼 수 있다니. 두근거렸다.

기념품샵에서는 판매하는 아이폰 케이스. 상징적인 숫자로  한 번에 알아보기 쉽지 않아 특별하다.

암스테르담에서 <우유 따르는 여인>을 보았을 때는 분명 작게 느껴졌었다. 베르메르 작품이 한 켠에 모두 모여있었고 여러 작품 하나일 뿐이었다. 물론 도판으로 공부했을때는 느낄 수 없었던 그의 정밀한 표현과 노란색의 사용은 참으로 경이로웠다.


사진출처 Japan Forward 홈페이지


그런데 우에노 모리 미술관에서 <우유 따르는 여인>을 다시 마주했을때 그 작품이 그토록 큰 줄 몰랐다. 파티션 하나에 단독으로 오롯이 빛을 발하고 있었다. 메이드의 지친 일상을 그대로 보여주었는데, 그녀의 팔목이 붉게 부어올라있었다. 일을 너무 많이 했다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다. 너무도 평범한 일상 속에서 벌어지는 어떤 순간을 기가막히게 포착한 그의 능력에 감탄하며 전시장을 빠져 나왔다.


요한네스 베르메르, <우유따르는 여인>, 1657-58, 캔버스에 유화, 암스테르담 국립 박물관.
여기서 tip
베르메르 전시요금은 생각보다 비싸다. 성인 2500엔, 대학생 1800엔이다. 비싼 가격에 비해 전시가 조금 짧게 느껴지는 건 사실이다. 베르메르 8점이 다 한 거 지만 양으로 따진다면 보고 나왔을때 실망할수도 있겠다. 이 전시는 100프로 예약제로 운영된다. 그래서 정해진 인원이 정해진 시간에 전시를 본다. 또한 무료 음성해설서비스를 제공한다. 영어로 된 수신기도 있으니 걱정마라. 그런데 인터넷 예매가 일본 내에서만 가능하다. 한국에서는 접속도 되지 않아 예매 할 수 가 없다. 하지만 아직 실망하기는 이르다.  일본 도쿄 세븐일레븐에서 해당 전시의 티켓을 구매할 수 있는 머신이 따로 있다. 세븐일레븐 머신 사용법 https://blog.naver.com/caseylee/221386840398


월요일 11시 오픈인데도 불구하고 줄은 엄청났다. 세븐일레븐에서 받은 티켓에 그림이 없어 실망했다.

8/35의 비밀이 풀렸나요. 당신은 베르메르의 35점 중 몇 점을 보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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