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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녜은 Jun 30. 2020

델프트의 '베'서방을 찾아서

미술계이방인의 전시여행법_베르메르편

노트북 좀비

이번 학기 대학원 수업은 코로나로 인하여 전부 온라인으로 진행되고 있다. 줌(zoom)과 스카이프로 화상수업을 듣게 되었다. 학교에 오고 가는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지만, 원활한 토론 수업이 어렵다는 극적인 단점이 존재한다. 논점을 주고 받기에 매우 제한적인 환경 속에서 교수님들은 과제를 양파껍질 벗겨내듯이 계속 내주셨고 우리는 그렇게 '노트북 좀비'가 되었다.


나만의 컬렉션

수 많은 과제 중 나의 수집물을 정리해볼 수 있는 시간이 있었다. 예술 아카이브 수업의 기말과제로 나만의 아트 아카이브를 만들어 보았다. 예술 관련 특정 인물이나 프로그램 등을 선정하여 그와 관련된 연구를 기반으로 실물자료를 수집해보는 것이 과제의 목적이었다. 지금까지 모아놓은 엽서, 리플릿 박스를 열어보며 과제는 시작되었다.



굳이 베르메르를 선택한 이유

박스 속에 담긴 추억을 뒤로 하고 어떤 작가의 작품엽서가 가장 많은지 파악해야만 했다. 분류하다보니 '베르메르'와 관련된 엽서와 리플릿이 생각보다 많이 모여 있었다. 네덜란드 장르화를 좋아하긴 했지만 베르메르 작품에만 유독 관심을 보이진 않았다. 하지만 유럽여행 중 상설전시를 관람하고 기념품으로 엽서를 구매할 때 나도 모르게 손에 잡히는 그림에 '베르메르'가 꼭 포함이 되어있었던 것이다. 그에 대한 나의 관심은 2018년 겨울 일본에서 열린 대규모 베르메르 전시를 통해 극대화되었다.

요하네스 베르메르를 수집대상으로 정한 결정적인 이유는 그가 남긴 그림 '수'에 매혹당했기 때문이다. 언젠가 전 세계에 나누어 소장되어있는 그의 그림을 찾아 떠나는 베르메르 전시 여행을 열망하며 그를 더 알고 싶어졌다.


그래서 베르메르 작품은 몇 점인데?


그는 생전에 그림을 적게 남겼고 현재 전 세계 17개 미술관과 박물관에 나누어 소장 중이다. 베르메르의 작품은 진위논란이 존재하는 그림 2점도난 당한 1점을 모두 합치면 총 37점이다. 그의 작품의 수를 진위여부가 필요한 2점을 빼거나 도난 당한 1점을 제외시키는 등 35점 또는 36점으로 측정하는 다양한 시각이 존재한다.

(왼쪽부터) 진위논란이 존재하는 <프라세쥬스 성인, 1655>, 뉴욕 레이든 컬렉션의 <버지널 앞에 앉은 젊은 여인,1670-72>과 도난 당한 <연주회, 1665>


델프트의 베르메르는 사실
미국 이민자이다?

아니다. 베르메르는 그의 고향이었던 네덜란드 델프트 지방에서 주로 활동하였다. 그의 작품은 델프트 지역 후원자들에 의해 수집되었고 델프트 미술계 길드에서 인정받고 높은 가격으로 책정되기도 하였다. 하지만 한정적인 공간에서 거래가 이루어졌던 그의 그림은 생전에는 크게 빛을 발하지 못하다가 19세기에 이르러 네덜란드 17세기 회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베르메르 작품이 전 세계적으로 활발하게 거래되기 시작되었다. 특히 미국의 사업가, 사교계 인사들에게 고가에 사들여져 오늘날 유럽 이외에 미국 보스톤, 뉴욕, 워싱턴 D.C.에서 그의 그림을 더 많이 만나볼 수 있게 되었다.


전 세계 17개 미술관에 나누어 소장되어있는 베르메르 작품 37점


Journey to the 37


베르메르 작품은 유럽에 22점, 미국에 14점, 일본에 1점, 총 37점이 나누어 소장되고 있다. 기관별로 소장되어있는 작품리스트는 [별첨1]에 정리하였고 공유하고자 한다.


유럽 - 독일 드레스덴 알테 마에스터 회화관(2점), 독일 베를린 국립 회화관(2점), 독일 헤르조크 올리히 미술관(1점), 영국 런던 켄우드 하우스(1점), 오스트리아 비엔나 미술사박물관(1점), 프랑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2점), 네덜란드 헤이그 마우리치하이스(3점), 아일랜드 국립 미술관(1점), 스코틀랜드 국립 미술관(1점), 영국 런던 내셔널 갤러리(2점), 영국 버킹엄 로열 컬렉션(1점), 네덜란드 암스테르담(4점), 독일 프랑크푸르트 슈타델 미술관 (1점)

미국 - 뉴욕 프릭 컬렉션(3점), 뉴욕 레이든 컬렉션(1점), 워싱턴 국립 미술관(4점), 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5점), 보스톤 이사벨라 스튜워트 가드너 박물관(1점)

일본 - 도쿄 국립 서양미술관 (1점)


의도하지 않았지만 나의 2017년 유럽 여행 곳곳에 베르메르가 존재했고 그의 작품 10여점 정도 보고 돌아올 수 있었다. 미국에 소장중인 일부분의 작품은 2018년 일본에서 개최된 베르메르 특별전을 통해 만나볼 수 있다.  

물론, 지척에 있는 그의 작품을 안타깝게 보고 오지 못한 경우도 있다. 2017년 파리여행 중 나는 루브르 박물관을 쿨하게 들어가지 않았고 작년 런던 여행 중에는 시간 부족으로 내셔널 갤러리 상설전을 관람하지 못했다. 고로,  나는 루브르 소장 2점, 내셔널 갤러리 소장 2점을 어이없게 놓쳤다.


Austria

비엔나 미술사 박물관 <회화의 기술>

2017 년 5 월 18 일, 비엔나 미술사 박물관을 방문하여 베르메르의 1666-68  <회화의 기술, 알레고리>를 관람하였다. 비엔나 미술사 박물관은 대대로 내려오는 황제의 컬렉션이 중심이다. 특히, 16 세기 이후 합스부르크 왕가와 17 세기 중엽 레오폴트 빌헬름이 수집한 방대한 소장품은 40 여 만점에 달한다. 전시 공간은 모두 3 층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2 층 전체와 3 층 오른쪽 전시 공간에 플랑드르, 네덜란드,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 유파의 회화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회화의 기술, 알레고리>는 2  ‘캐비닛 19’에 위치하고 있는데, 캐비넷 19  네덜란드, 플랑드르, 독일 회화 전시 공간이다. 본 전시와 관련된 수집물은 미술관 표와 리플렛 그리고 엽서이다.

Germany

드레스덴 알테 마에스터 회화관

<뚜쟁이> <열린 창가에서 편지를 읽는 소녀>

2017 년 5 월 25 일, 드레스덴 알테 마에스터 회화관에서 베르메르의 <뚜쟁이>를 관람하였다. 해당 미술관은 베르메르 작품을 2 점 소장하고 있는데, <열린 창가에서 편지를 읽는 소녀>는 전시되고 있지 않아 관람하지 못했다. 드레스덴 알테 마에스터 회화관은 드레스덴 국립 미술관으로도 일컫는다. 이 미술관은 14-18 세기 미술작품 약 3,000 여 점의 작품을 소장하고 전시한다. 특히, 라파엘로, 티치아노, 틴토레토 등 르네상스 이탈리아 화가들의 컬렉션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 베르메르의 <뚜쟁이>는 해당 미술관에서 처음 보았고 2018년 일본 도쿄 특별전에서 한 번 더 만나볼 수 있었다. 본 전시와 관련된 수집물은 미술관 표와 리플릿, 엽서이다.

Germany

베를린 국립 회화관

<진주 목걸이를 한 여인>, <와인글래스>

2017 년 5 월 28 일, 베를린 국립 회화관에서 베르메르의 <진주 목걸이를 한 여인>과 <포도주잔을 든 여인>을 관람하였다. 베를린 국립 회화관은 1830 년에 설립된 회화 전문 미술관이다. 13~18 세기 유럽 미술을 대표하는 걸작 1500 여 점이 72 개의 전시실에 진열되어 있다. 작품은 화파와 연대별로 구분되는데, 주로 스페인, 이탈리아 지역의 남부 화파와 네덜란드, 독일의 북부 화파로 나누어진다. 베르메르의 작품은 15-18 세기 네덜란드 작품을 위한 전시실에 따로 전시되고 있다. 본 전시와 관련된 수집물은 미술관 표와 리플릿, 엽서이다.

Netherland

암스테르담 국립 미술관

<우유 따르는 여인>, <러브레터>, <델프트의 작은 거리>, <편지를 읽는 푸른 옷의 여인>

2017 년 6 월 03 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국립 미술관에서 베르메르의 <우유 따르는 여인>, <러브레터>, <델프트의 작은 거리>, <편지를 읽는 푸른 옷의 여인> 총 4 점을 관람하였다. 해당 미술관의 주요 컬렉션은 네덜란드 15-16 세기 회화 작품들이다. 이후, 17 세기 네덜란드 작품은 ‘GALLERY OF HONOUR’ 한 곳에 모여 전시 중인데, 베르메르, 프란스 할스, 얀 스텐, 렘브란트 등 작품도 함께 존재한다. <우유 따르는 여인>는 <뚜쟁이>와 마찬가지로 소장기관에서 한 번 보고, 일본 특별 전시에서 또 만날 수 있었다. 본 네덜란드 국립 미술관에서 수집한 소장물은 미술관 리플릿, 표, 엽서이다.

JAPAN

도쿄 우에노 모리 미술관

2018 년 12 월 03 일, 도쿄 우에노 모리 미술관에서 열린 <フェルメ〡ル展> 특별 전시를 관람하였다. 본 전시의 영문 제목은 ‘Making the Difference, Vermeer and Dutch Art’ 였다.  일본은 네덜란드 학문과 오랜 인연으로 1999 년부터 꾸준히 베르메르 작품을 들여와 전시를 기획한다. 본 전시에는 베르메르의 9 점의 작품이 선보여졌는데, 이는 일본에서 개최된 베르메르 전시 역사상 가장 많은 작품 수 였다. <우유 따르는 여인>, <마리아와 마르타의 집에 있는 예수>, <편지를 쓰는 여인과 하녀>, <포도주 잔>, <붉은 모자를 쓴 소녀>, <류트를 연주하는 여인>, <진주 목걸이를 한 여인>, <뚜쟁이>가 포함된 전시였다. 원래 8 점만 전시되기로 했으나, 전시 직전에 1 점이 추가되어 총 9 점을 선보였다. ‘베르메르 방’을 단독으로 구성하여 그의 작품만 집중 조명하는 전시를 진행하였다. 본 전시와 관련된 수집물은 전시회의 티켓과 일본어로 적힌 작품 설명 브로셔, 엽서, 핸드폰 케이스이다.

JAPAN

도쿄 국립 서양미술관 <프레세주스 성인>

2018 년 10 월 02 일, 도쿄 국립서양미술관을 방문하여 베르메르의 1655 년도 작품인 <프레세주스 성인>을 관람하였다. 도쿄 국립 서양미술관의 상설전 작품은 대부분 마쓰카타 컬렉션이다. 마쓰카타 컬렉션은 마쓰카타 고지로가 수집한 작품들로, 그는 가와사키 선박기업의 초대사장이다. 그는 20 세기 초 프랑스에서 유학을 하며 많은 미술품을 수집했다. 그 이외에도 르네상스 시대부터 20 세기 초까지의 서양 회화 및 조각품을 구입해 전시하고 있다. 동양권에서 서양 미술사의 흐름에 맞춰 18 세기 이전 화가들의 작품을 상설 전시로 볼 수 있다는 것에 큰 의의가 있다.


도쿄 국립서양미술관은 2014 년 7 월 8 일 런던 크리스티(CHRISTIE’S LONDON)에서 <프레세주스 성인> (1655)을 구매하여 상설 전시로 공개하고 있다. 2 층 5 번 방에서 전시되고 있다. 17 세기 네덜란드 화가 얀 스틴 등의 작품과 함께 놓여져 있다. 본 전시와 관련된 수집물은 전시회의 티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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