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사원의 냉정과 열정 사이
초등학교 몇 학년 때였는지, 직업이란 자아실현의 수단이라고 배웠다. 주입식 암기와 객관식 시험의 달인이었던 나는 그때 제대로 '낚여버렸다'.
처음에는 정말 그렇게 믿고 직업을 선택했다. 연봉보다 자긍심을, 조건보다 흥미를 생각했다. 하지만 출근보다 퇴근을, 사무실보다 집을 그리워하는 것을 넘어 매일 은퇴의 꿈까지 꾸는 상황이라면 과연 자아실현을 하고 있는 게 맞나 싶다. 아니, 자아실현에 가깝기나 한 순간은 얼마나 될까? 반대로 자아실현을 하고 있는 사람들은 몇이나 될까?...
자아실현은 고사하고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는 회사에서 받는 스트레스는 어마어마하다. 업무 자체가 버겁든 회사생활에서 상처를 받든 상상했던 행복과 멀어지게 하고 있는 건 분명하다. 심지어 보통 스트레스가 아니다. 개인별로 특화된 고농축 스트레스이니까!
그렇다고 소중한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고통 속에 살도록 내버려 둘 수는 없다. 스스로 금쪽 처방이 필요했다. (회사를 바꿀 수 없다면 나를 바꿔야지. 아니면 당장 퇴사할 텐가?)
오은영 박사님은 항상 금쪽이가 어떤 기질의 아이인지, 그 아이가 어떤 환경에 놓여있는지에 대한 진단부터 출발하신다. 수많은 금쪽이들을 보며 나도 타인과의 상호작용을 굉장히 중요시하는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됐다.
태생이 냉정인 회사에서 열정을 찾는 게 문제였다. 동료와의 따뜻한 관계, 중요하다. 그러나 암기의 달인이 잠시 잊고 있던 모든 기업의 목적 방정식은 max파이, 즉 '이윤 극대화'였다. 개인적으로 나를 어떻게 생각하든 일이 돌아가게 할 때는 마음에 상처주는 소리쯤 아무렇지도 않게 해야 하는 거다. 사실 주변에는 모두 좋은 사람들뿐이다. 그럼에도 업무 중에는 개인의 인성에 기댈 수도, 서운해할 필요도 없었다. 우리는 모두 출근하는 동시에 회사의 부품 하나가 될 뿐이니까.
회사를 꽤 오래 잘 다니고 있는 친구의 조언이 옳았다. 감정을 쓰지 않고 그저 부품이 부품으로써 기능을 하면 된다는 거다. 그게 너무 냉정하다고 생각했던 내가 어렸던 걸까. 혼자만의 열정을 소화할 길 없어 스스로 데이고서야 알았다. 감정이 없는 회사에게 나눠줄 진심을 아껴서 나와 주변 사람들을 돌보는 데 쓰는 것이 내게 어울리는 삶의 방식이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