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때 장롱면허 소유자였다.
면허증은 지갑 속에 늘 있었지만, 실제로 운전대를 잡을 일은 없었다.
필요성을 못 느끼기도 했고, 두려움이 앞섰기 때문이다.
그러던 내가 본격적으로
운전을 배우기 시작한 건 아이를 낳고 나서였다
아이와 함께 소아과를 가려고 해도 도보만으로는
쉽지 않은 상황과 마주하다보니 ‘이제는 미룰 수 없구나’ 싶었다.
사실 나는 오랫동안 운전연수를 미뤄왔다.
서울은 대중교통이 워낙 편리하고 저렴하게
잘 되어 있으니 굳이 차를 몰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기름값, 주차비 같은 돈 낭비도 아깝게 느껴졌다.
그런데 아이를 낳고 나니 이야기가 달라졌다.
시간을 절약하고, 남편과 나 모두의 생활에 편의를 더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바로 ‘운전’이었다.
처음에 비싸게만 느껴졌던 연수비용은 이제와
돌이켜보니 전혀 아깝지 않았고 오히려 그 이상의 가치를 돌려받고 있다.
운전연수를 받으면서 처음엔 손에 땀이 나고
차선 변경조차 심장이 두근거렸지만 차츰 도로 위에서 여유를 찾게 됐다.
그리고 그 변화는 단순히 이동수단을 얻은 것 이상의 의미였다.
운전을 시작하면서 내 생활 반경이 달라졌다.
출산 후 직장을 다시 구할 수 있었고
대학원 진학을 꿈꾼 것도 운전의 영향이 꽤 컸다.
대중교통으로는 1시간 이상 걸리는 길이
차를 몰면 20분 남짓으로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남편이 퇴근 후 집에 와도 차를 몰고 가면 충분히
수업 시간에 늦지 않게 도착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예전 같았으면 상상도 못 했을 도전이, 운전 덕분에 현실이 됐다.
아이를 낳기 전의 나는, 새로운 걸 도전하려 해도
‘시간’과 ‘거리’를 핑계 삼기 쉬웠다.
하지만 지금은 차 안에서 혼자 음악을 들으며 잠시 숨을 고르기도 하고
운전석에서 느끼는 자유 덕에 오히려 용기를 얻는다.
운전은 나에게 단순히 길 위의 기술이 아니라
인생의 무수한 선택지를 열어준 열쇠였다.
덕분에 이제는 가보고 싶은 길을 망설임 없이 달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