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 첫 개강날,
수업은 오후 6시 반부터였다.
퇴근한 남편의 귀가 전
아이를 맡길 수 있는 건 친정 부모님 덕분이었다.
친정아버지는 출퇴근 시간이 조금 유동적이라 도움을 주실 수 있었고
“혼자 애기 보기 힘들겠다” 하시며 친정어머니는 일부러 반차를 내셨다.
집으로 와 아이를 보며 미소 짓는 부모님의 얼굴을 보니
마음이 한편으로 따뜻하고 또 한편으로 묘하게 무거웠다.
이제 서른에 가까운 나이 결혼도 했고, 아이도 낳았는데,
여전히 부모님의 손길이 필요하다는 현실이 조금 죄송하면서도 감사했다.
멀지 않은 미래에 내 딸이 나를 필요로 할 때
과연 나도 부모님처럼 아무 망설임 없이 달려가 줄 수 있을까.
그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모든 것이 새로운 개강 첫 날
낯선 학사 시스템과 수업 자료, 강의실 위치 …
사소한 것 하나하나가 새로워서인지 시간은 후다닥 흘러가 버렸다.
수업 두 개를 듣고 나오니
이미 어둑해진 하늘 아래 교정도 적막이 맴돌았다
집에 돌아오자 시계는 10시를 가리켰고
부모님은 일찍이 남편과 함께 식사를 마치고 집으로 가신 모양이었다
아이와 남편은 모로 누워 나란히 잠들어 있었다
조용한 집 안, 짐을 내려놓고 짧은 샤워를 마친 뒤
개강 첫 날을 복기할 새도 없이 아이 옆에 누웠다
엄마가 언제 왔는지도 모른 채
곤히 잠든 딸아이의 숨소리를 잠자코 들었다
사랑하는 딸이 태어난 덕에 가지게 된 학업을 향한 도전
그리고 딸의 도전을 위해 기꺼이 시간을 내어준 나의 부모님
'나를 지키는 가족의 도움이 없었다면
대학원을 시작할 수도 없었겠지'
부모님이 베풀어주신 사랑과 시간을 마음속에 새기며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감사함을 곱씹는 것 뿐이다.
이제 내가 원하는 ‘나’가 되기 위해 묵묵히 걸어나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