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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옷이응 Jun 06. 2021

그래서 감명 깊게 본 영화는 뭐라고 답해야 하나요?

입사 면접에서 공감대 만들기



이번 달부터 내가 일하고 있는 운용본부에 네 명의 인턴사원 분들이 일하고 있다. 일단은 5개월의 한시적인 기간 동안 함께 일할 분들인데, 이 가운데 일부는 연말에 정규 채용되는 인턴 프로그램이어서 나도 짬짬이 같이 이야기도 나누면서 한 분 한 분 알아가는 과정에 있다.


구직의 어려움에 비할 바는 '절대' 아니지만, 채용 역시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요즘처럼 하나같이 준비가 잘 되어있는 후보자들 가운데 선택을 해야 하는 경우라면 더더욱 올바른 판단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같은 경험을 한 관리자들도 있겠지만, 회사에서 채용 한 명을 할 예산을 받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작은 단위 조직의 관리자로서 동료들에게 제일 면이 설 때가, 추가 인원을 편성받아올 때가 아닐까 싶을 정도이다. 너 나 할 것 없이 비용구조를 효율화하고 싶어 하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결원이 생긴 자리를 채우는 것도 당연한 것이 아니라 ‘사람이 줄어든 김에 이번 기회에 한 번 버텨보고 결정하자’는 이야기를 듣기 십상이다. 이렇게 어렵게 얻어낸 귀한 채용 기회이고, 이 자리를 채울 사람을 인터뷰 한두 번으로 골라낼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어떤 방법으로 평가하고 같이 일할 분들을 모실지가 늘 고민이 된다. 개인적으로는 인재평가센터 (Talent Assessment Center, TAC)를 활용해서 후보자들의 업무수행능력을 평가하는 방법을 선호한다. 하지만, 그 시간과 비용이 만만ㅎ지 않은 것이 현실적인 어려움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5개월 동안 계속되는 인턴 프로그램은 채용 관점에서는 내가 누릴 수 있는 가장 비싸고 럭셔리한 프로세스라고 생각한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5개월을 활용할 생각이다.
 
브런치에 올려놓은 글 가운데 가끔 검색을 통해 읽히는 글이 <감명 깊게 본 영화는 무엇인가요?>이다. 원래는 글쓰기 모임에서 주어진 연습 글감이었던 영화 에세이에 한 꼭지로 들어가는 내용이었다. 합평 과정에서 전체 글의 구성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글쓰기 모임 동료들의 의견을 듣고, 통으로 들어내었다. 대신, 별도의 짧은 에세이로 재활용을 했다. 내가 지원자로 채용면접 기회가 주어졌을 때, 면접관에게 받았던 감명 깊게 봤던 영화에 대한 질문에 관련한 에피소드인데, 결론은 면접 때 그런 질문 하지 말자는 제언이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면접, 감명 깊게 본 영화’ 같은 검색어를 통해 글이 읽히고 있는 것이다. 완전히 시간낭비다. 짐작ㅎ건데, 취업 준비생 분들이 어떤 영화를 감명 깊게 봤다고 대답해야 취업에 유리할지가 궁금해서 검색을 하고 있는 듯했다. 도움되지 않는 이야기로 바쁜 학생들 시간을 빼앗은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기왕에 발행한 글에 대한 애프터서비스 차원에서 도움이 될 만한 아이디어가 없을까 생각해봤다.
 
다들 같은 생각이겠지만, 이 질문은 후보자의 영화 취향에 대한 정보가 필요해서 물어본 것이 아니다. 매우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공포 영화를 좋아하니 영업 3팀에서 일하는 게 어울리겠군’ 같은 전개는 일어나지 않는다. 그저 편하게 답을 할 수 있는 질문을 던지고, 대답하는 것을 들으면서 후보자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아보려 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내 제안은 비교적 가벼운 질문을 받은 것을 기회로 활용해서, 최근에 가장 회자가 되고 있는 영화에 대해서 간단히 언급하면서, 면접관과의 라포르를 만들어 보는 것이다.


라포르는 두 사람 사이의 상호 신뢰관계를 뜻하는 심리학 용어이다. 생각해보면 면접관 입장에서 입사 면접이라는 것은 ‘함께 일할 만한 사람을 찾는 과정’이다. 짧은 시간의 인터뷰를 통해 면접관에게서 얻을 수 있는 최고의 결과 중 하나는 ‘믿을 만한 사람’이라는 평가이다. 신뢰는 예측 가능성에서 나올 수 있고, 나와 비슷한 사람이라면 그 사람의 생각을 짐작하기 쉽게 느껴진다. 이런 이유로 면접관과 후보자 간에 공감대가 형성된다면, 후보자에 대한 평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다.


인터뷰 질문으로 영화 이야기를 꺼낸 사람이라면 최근 흥행한 영화를 웬만하면 챙겨보고 있을 것이다. 많은 사람이 봤을 법한 작품을 골라 칭찬으로 답변을 시작하면서 질문자와 공감대를 만들어 보자. "면접관님께서는 영화 <미나리>를 보셨습니까? 많은 분들이 윤여정 배우의 아카데미 수상을 축하하는 마음에서 이 영화를 보셨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영화 내용이 그렇게 감각적이거나 세련되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런 한국적인 정서가 미국 주류 영화계에서 반향을 일으킬 수 있었다는 것이 흥미롭게 느껴졌습니다. 면접관님은 영화를 보고 어떻게 생각하셨어요?" 정도로 답을 하고 면접관의 대답을 기다린 뒤, 그 대답에 간단히 동의를 하는 걸로 대화를 이어가 보자. 운이 좋게 공감의 끈이 이어진다면, 짧은 시간 안에 두 사람 사이에 신뢰관계 형성을 시도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상담 심리학에서 사용되는 개념을 빌려 면접에 도움이 될 만한 것을 생각해 보았다. 머리가 만든 답이다. 하지만, 내 마음단순하게 가는 것도 좋다고 말한. 자신이 감명 깊게 본 영화에 대해 진정성 있게 이야기하는 것이다. 이것저것 잴 것 없이 솔직하게 답을 한다. 대신, 이 대화의 목적이 입사 면접에서 후보자에 대해 알아보기 위한 질문이었다는 것만 잊지 않으면 된다. 언급할 영화의 주제나 메시지가 지나치게 편향되어 있거나, 면접관이 받아들이기에 과도한 내용이 아닐지 판단해보면 충분하지 않을까? 인터넷에서 검색해서 입사 면접에 적당한 영화를 골라, 보지 않았던 영화를 부러 찾아볼 필요까지는 없지 않을까 싶다. 그동안 감명 깊게 봤던 영화'들' 가운데 인터뷰 상황에 위화감이 없을 작품으로 하나 고르면 될 일이다. 상대방이 나를 알고 싶어 한다면, 진정성 있는 나의 모습을 보여준다. 직구로 정면승부다. 대신 나의 진실된 모습 가운데 가장 좋은 모습, 함께 일하고 싶은 회사 동료로서 나의 매력적인 부분을 어필하는 것을 잊지 말자.
 
앞서 발행한 <감명 깊게 본 영화는 무엇인가요?> 에서도 말했지만, 처음 면접관이 되었을 때, 나도 지원자에게 감명 깊게 봤던 영화에 대해 묻곤 했었다. 주량도 물어보고 부모님 직업도 물어보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영화 질문을 하지 않는다. 그뿐 아니라 개인적인 생활에 대해서는 거의 묻지 않는다. 업무역량과 관련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 두 가지 질문으로 사람의 됨됨이를 알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관점에서 5개월의 인턴과정은 내가 선호하는 인재평가센터 모델보다 더 훌륭한 채용 프로세스일 듯하다. 다섯 달이면 제법 넉넉한 시간이다. 필요한 업무역량은 배워 드릴 수도 있고, 어떤 환경에서 그 역량을 잘 발휘할 수 있는 스타일인지 후보자와 함께 알아갈 수도 있을 법하다. 함께 일하게 된 네 명의 인턴사원 분들과 좀 더 시간을 같이 보내봐야겠다. 소중한 다섯 달을 우리 회사에 투자한 분들이다. 그 시간을 맡았으니 헛되게 쓸 수는 없다. 진심으로 감사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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