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기 때문에 하는 보람이 있다
"느끼고 있는 것은, 양쪽을 하니까 어려운 것이 아니라, 어느 쪽이든 어렵다는 것입니다." 오타니의 이 담담한 고백은 세상의 효율성 논리에 대한 정중한 반박처럼 들립니다. 사람들은 흔히 '선택과 집중'을 이야기합니다. 투수나 타자 중 하나에만 전념한다면, 체력을 아끼고 기술을 더 연마하여 지금보다 훨씬 뛰어난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이라는 '가정'입니다. 언뜻 보면 매우 합리적으로 들리는 이 주장은, 그러나 야구 통계학(Sabermetrics)이라는 차가운 데이터의 거울 앞에서는 설득력을 잃고 맙니다. 데이터가 증명하는 진실은 하나를 포기해서 얻을 수 있는 이익보다, 포기함으로써 잃게 되는 손실이 충분히 크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오타니가 투수로 가장 건강하게 시즌을 보냈던 2022년과 2023년의 기록을 살펴보면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당시 오타니의 투수로서의 승리기여도(WAR)는 4.0에서 6.2 사이를 오갔습니다. 이는 리그 최상위권 투수들인 타릭 스쿠발이나 잭 휠러 같은 선수들이 최고의 시즌을 보냈을 때 기록하는 WAR 6.0~7.0 구간과 조금 모자라는 수준의 수치입니다. 즉, 오타니가 타자를 포기하고 투수에만 전념한다 해도, 인간의 신체가 감당할 수 있는 투구 이닝의 한계 때문에 투수로서의 가치를 지금보다 비약적으로 높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더욱이 투타를 병행했던 이 기간 동안 그의 타자로서의 WAR은 3.4~6.5 수준으로, 타자에만 전념했던 2024년의 WAR 9.1에 비하면 분명 수치적인 손해를 감수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그 '손해'를 감수하면서 만들어낸 투수로서의 가치와 타자로서의 가치의 합(WAR 9.6~10.0)은, 그가 어느 한쪽에만 전념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최대치보다 충분히 높았습니다.
결국 "하나에 집중하면 더 잘할 것"이라는 세상의 조언은, 그가 가진 총량의 가치를 축소시키는 결과만을 초래할 뿐입니다. 오타니가 투수로서 잃어버린 약간의 디테일이나 1승의 가치는, 그가 타석에서 만들어내는 50개의 홈런과 도루가 주는 가치에 비하면 지불할 수 있는 적은 기회비용에 불과합니다. 오타니가 추구하는 "어려워도 둘 다 하는 길"은 단순한 욕심이 아니라, 자신이 팀에 기여할 수 있는 승리의 총량을 극대화하기 위한 가장 전략적이고 효율적인 선택이었습니다.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걷는다는 것은, 남들이 계산할 수 없는 방식으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낸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오타니에게 있어 '전념'이란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두 가지 모두를 감당해내는 그 어려운 과정 자체에 바쳐지는 것이었습니다.